3n의 세계 - 30대 한국 여성이 몸으로 겪는 언스펙터클 분투기
박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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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손목, , 옆구리, 무릎, 발가락을 신생아처럼 천천히 움직여본다.

이런 체육 활동이 다 뭐야.

살아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니, 숨을 쉬머 나이를 먹어갈 수 있다니.

종종 이 체험이 경이롭다.

<3n의 세계>, 31p

 


요즘의 나는 종종 내가 몇 살인지 잊는다. 누군가 나이를 물어볼 때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답을 할 정도. 나이 앞자리의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뀐 후부터는 대체로 나이를 잊고 살았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싫거나 두려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반가운 일도 아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던 곳들이 한두군데 아프기 시작했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았다. 20대 때에도 밤을 새며 놀만큼의 체력이 아니었으니, 30대가 된 지금은 말 다했다.

 


<3n의 세계>는 박문영 작가의 에세이툰이다. 20대에서 30대로, 미혼에서 기혼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겪은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작가는 '골골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요가 시간이 아니면 상체와 하체를 만나게 할 일도, 전신을 수건 짜듯 비틀 일도, 신체의 구석구석을 확인할 계기도 드물었다. 몸이라는 오래된 친구를, 어쩌면 내게서 가장 소외되었던 형식을 이렇게 하나씩 찾아간다.

<3n의 세계>, 32p

 


<3n의 세계>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결국엔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30대 여성으로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작가는 골골이를 통해 '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육체와 친해질 것'을 권한다. 그래야만 삶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움튼다는 것이다.

 


30대의 특혜란 게 있다면 뭔가를 진지하게 아낄 줄 알고, 거기에 성의와 정성을 놓지 않는 사람이 예전보다 더 빛나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발견은 실제 시력과 관계없다. 미래와 야망이 흐릿하고 어디서나 색깔 없이 섞이기 일쑤여도 괜찮다. 심신을 정직하게 꾸리는 사람이라면, 가슴팍에 원석이 박힌 사람이라면 빛은 어떻게든 새 나오고 그건 해가 갈수록 잘 감지되기 때문이다.

<3n의 세계>, 146p


 

작가는 30대 여성이 자신의 몸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를 알아가는 것, 전보다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작업인지 강조한다.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은 일들을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 겪고 있지만 누구도 우리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따뜻한 위로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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