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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뉴욕에 간 사람은 비싼 물가, 불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뉴욕에 질려서 다시는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워킹 투어를 하다가 자기가 어느 동네에 무슨 이유로 끌리는지를 발견하면서
자신도 모르고 있던 자기의 면모를 발견하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뉴욕에서는 항상 어느 구석인가 나와 맞는 것이 있다.
<리얼:하다>,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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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자들을 찾아온 조승연 작가의 책 <시크:하다>는 프랑스인들의 ‘행복’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 책이었다. 프랑스인들의 행복을 대하는 태도,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자세는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조승연 작가의 신작 <리얼:하다>는 뉴욕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책들은 이미 도처에 널렸지만, 취미로 언어를 공부하며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조승연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책장을 열었다.
우리는 미국의 역사가 짧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21세기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역사는 세상에서 가장 길 것이다. 그중에서도 뉴욕은 현대 도시문명의 원류다. 가정집에 전기 콘센트가 설치되어 가전제품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곳, 길거리에 전기 가로등이 처음 세워진 곳이 뉴욕이다. 상류층만 즐기던 ‘문화’가 대중의 즐거움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바뀐 곳도 뉴욕의 브로드웨이다.
<리얼:하다>, 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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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는 수많은 인종, 인종만큼의 언어가 있다. 그러니 그들이 가진 풍습만으로도 도시가 가득찰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와 역사, 종교,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뉴욕은 ‘지구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데,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는 만큼 마약, 총기 사건 등의 부작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누구나 한번쯤 ‘뉴욕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이상을 품을 만큼 세계인들에게 매력적인 도시이며,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한다. 조승연 작가는 뉴욕의 저력은 바로 뉴욕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즉, 뉴욕을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 사람들(뉴요커)들은 전 세계에서 건너온 수많은 민족의 독특한 스타일과 말투, 제스처, 색감, 안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뉴요커는 인간의 공통점을 믿는다. 극단적인 상황에 많이 처해본 도시에서 뉴요커는 인간이 압박을 받으면 이상한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사회가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 그와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서일 뿐이라는 믿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 선택은 내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리얼:하다>,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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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작가는 뉴요커들의 삶을 서술하며, 그들의 인생관에 대해서 소개한다. 주변의 시선이나 체면치레보다는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결국엔 목표한 바를 이루는 뉴요커들의 삶은 궁극적으로는 성취감과 행복과 맞닿아있다. 그렇다고 해서 뉴요커들이 삶을 느슨하게,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인생의 멋’을 터득하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 지적인 호기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동네마다 색채가 전혀 다른 뉴욕은 마치 전 세계의 문화를 압력솥에다 넣고 끓이고 있는 곳 같다. 그리스와 중국이, 자메이카와 아프리카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서로 경계하면서도 생각과 삶의 방식을 주고받고 배우면서 또 싸우는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문화를 형성하며 거듭난 것이다. 이것은 프리드먼이 “납작하고, 덥고,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묘사한 지구 전체의 미래 모습과도 비슷하다.
<리얼:하다>, 161p
외부에서 보는 뉴욕은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비롯해 뉴욕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유연한 삶의 방식이 존재했다. 이렇듯 <리얼:하다>는 뉴요커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에 ‘진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뉴욕만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할 수 있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와 목표를 이루는 자세는 충분히 본받을만 하지 않을까? 진짜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