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먹고 안 먹고는 균형에 관한 문제다. 음식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 손에 있는 선택권을 잘 선용하며,

쉽게 믿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아야 먹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끼게 되는 여러 순간들 중 식탁에서의 순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세계화 시대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식탁에는 매일 지구 반대편의 것들이 올라온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레시피도 다양해져, 언제 어디서든 신기하고 낯선 음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재료들은 과연 안전할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순진하게' 믿고 그에 따라 조리해도 되는 걸까?

 


<식물학자의 식탁>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식물학자의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다. 어쩐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식물학(植物學)은 식물의 생활을 연구하는 학문 중 하나인데, 식물의 재배 역사나 전파 경로, 화학 성분을 비롯해 조리 방법까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학술 문헌을 바탕으로 식물의 역사를 정리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식물의 영양 성분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가장 기초적이지만,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한다. '먹어도 되는 것인가?' 기르기 위한 식물이 아니라면, 어쨌든 인간은 식물을 조리해서 먹을 것인데, 독성이 있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 스쥔은 여기에 '맛있는가?', '어떻게 먹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덧붙여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고 있다.

 


한동안 아내는 매일 아침 큰 컵으로 채소주스 한 잔을 마셨다. 당근의 주황색과 셀러리의 녹색이 섞인 주스였다.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했다. 그냥 모든 재료를 착즙기에 넣고 기이한 색채의 액체가 다 흘러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설탕 없이 잘 섞어주면 그걸로 끝이었다. 듣자니 이 특제 음료가 피를 맑게 하고 장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내가 숨을 참고 집중해서 단숨에 들이키는 자세를 보니 그 맛이 어떤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식물학자의 식탁>은 총 세 가지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식물학자의 경고)에서는 우리가 즐겨 먹는 식물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은행, 터키 베리, 진달래, 옻나무 등의 다양한 식물의 유래와 성분을 비롯해 어떤 독성이 있어 인간에게 어떻게 해로운지 설명한다.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에서도 저자는 시금치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식물부터 개말, 빈랑처럼 낯선 식물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식물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떻게 요리해야 하고, 어떤 독성을 갖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식물이 저마다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에 지금의 인류가 더욱 풍족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식물들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본다. 우리의 식탁이 훌륭한 식물들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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