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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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은 같지 않다.“

 


조승연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시크:하다>라는 책의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다소 유추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저자가 왜 책의 제목을 '시크하다'라고 붙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6년 간 프랑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 죽음, 우정, 사람, 성공, 육아 등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행복'을 비교하는데, 여기서 발견한 것이 바로 '시크함'인 것이다. 조 작가가 바라본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실패했다'든지 혹은 '성공했다'등의 척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로 관철한다. 이토록 시크한 이들이 또 어디 있으랴.

 

저자가 수많은 지표 가운데서 두 나라의 '행복'을 비교한 까닭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행복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의 행복''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성공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산다'는 법칙을 어린 아이때부터 강요받고 자라기 때문에 정작 성공을 한 사람이어도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하는지 알지 못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오로지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한국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6년 동안 거주했던 프랑스의 행복의 기준을 소개한다.

 

프랑스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우리와 다르게 바라본다. 이는 메멘토 모리 전통과 관계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 때만 감정을 느낀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 이유가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p.49)”

 

<시크:하다>'편안함', '죽음', '음식', '우정', '가족', '육아', '성공', '연애'라는 총 여덟 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의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바로 '성공과 행복'의 연관성이다. 저자가 본 한국과 미국은 성취가 성공의 척도였지만, 프랑스는 다르다.

 

프랑스인이 돈을 벌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에 대해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프랑스는 미테랑 대통령 시대부터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했고, 기업도 학교처럼 여름방학이 있다. (p.189~190)”

 

저자는 말한다. 성공이란 자신의 인생의 목표가 해소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굳건한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목표가 실현된다면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가야 할 길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의 순간 오히려 불행해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실리콘밸리 스타 CEO들이 돈을 번 후 성폭행으로 커리어를 망치는 예도 있었던 것처럼, 오히려 꿈은 꿈으로 남겨 두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는 말한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말이다. 프랑스인들이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도 있다고 믿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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