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만의 유토피아, 실리콘밸리의 민낯 [브로토피아]

브로토피아 -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성차별과 섹스 파티를 폭로하다
에밀리 창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얼마 전 한 TV채널에서 인도 여성들의 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처럼 인도의 여성들은 여전히 남편이 될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혼인을 해야 하며, 온갖 성차별과 성추행/성폭행을 '당하고'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내용이어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블룸버그 TV의 진행자이자 기자인 에밀리 창은 <브로토피아>라는 책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실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폭로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지이자 엘리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책의 제목인 <브로토피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는 남성 중심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다. 저자가 밝히는 실리콘밸리는 단순히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한 곳이 아닌, 여성에 대한 온갖 성적인 차별과 성추행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에는 누가 어떻게 성공할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지금도 건재하다. 끼리끼리 무리를 이루어 자신들의 10억 달러짜리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손발을 맞춰가며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해커톤 하는 젊은 독신 남성들이 승자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가족도 없고 아내도 없으며 사귀는 사람도 없고 사실상 자신들이 만들려는 제품과 꿈 말고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독신 남성들 말이다.”

에밀리 창은 우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러한 기업들의 이면을 밝히고자 한다. 능력과 성과를 우선시 할 것만 같은 첨단 기업들이 실상 인맥과 소개로 연결되며, 그 속에서 여성들을 이용한 섹스 파티, 마약 파티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과 개방을 강조하고 모토로 삼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렇게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미리 창은 블룸버그 TV에서 기술 관련 프로그램 진행을 하며 쌓은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의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성차별과 성폭행, 마약 파티 등에 여성들이 침묵을 강요 받을 수 없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한다.

“섹스 파티는 비록 도를 넘는 난잡함으로 충격을 안겨주기는 해도, 오늘날 성에 대해 개방적인 실리콘밸리의 여러 얼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한편 젊고 이성애자이며 테크 산업에 종사하면서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많은 남성 사이에는 성매매가 횡행한다. (334p)”

다행히도 실리콘밸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에 속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점차 알려지고 있고,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고 한다. 단지 여성이 성적인 의미만을 가진 대상이 아닌, 여성이 스스로 가진 고유한 역할을 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 시도가 이제서야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부디 남성 중심의 브로토피아를 평등한 유토피아로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