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마리보 지음, 유진원 외 옮김 / 꿈꾸는고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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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전은 조금 어렵고, 읽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논쟁․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도 그랬다. 희곡으로 쓰인 이 작품들은 그 당시에 관심거리였고, 논쟁이 되었던 '변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랑의 테마는 소설이나 시나 희곡이나 어디에나 들어가는 내용이다. 그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가 사랑에 의해 사람의 성장과 좌절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감정을 놓고 실험적인 상황을 재현한 "논쟁"을 읽을 때는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했다. 마치 사육하는 동물이나 마루타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희곡으로 펼쳐지는 극의 대본이니 이 극을 통해 남․여의 미묘한 '변심'에 대해 논쟁하였을 것이다.

"논쟁"은 희곡으로 1744년에 딱 한 번으로 극을 올려졌다. 그 당시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한 불운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다시 호응을 받은 것은 최근 이라고 한다. 내용을 보면, 작품 속의 남녀들은 문명이 아닌 숲 속에서 자라난다. 성장한 후 최초로 남자와 여자로 만나면서 대화를 나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람이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발견에 흥분되면서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책에서 살아나지 않은 감정 변화를 무대에서 보게 된다면 훨씬 생동감이 있을 것 같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테마를 가진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은 그래도 배경이 억지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인 아를르캥은 마치 발레리나처럼 느껴진다. 어떤 부분에서는 우아한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귀엽기 까지 한 모습이 떠오를 수 있도록 희곡이 전개 된다.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은 대본으로 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무대에 올려 졌다면 다른 느낌을 받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요즘 아이들의 인터넷 소설쓰기와 비슷한 면을 보여주는 대화체로만 쓰여 졌다. 전개가 빠른 반면 그들의 행동이나 그들의 감정 상태를 바로 인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극장에 올려 진다면 제대로 관객의 호응을 받을 수도 있겠다. 지금 이러한 식으로 희곡이 책으로 나오면 유치하고, 희곡의 기본에 조금 더 충실 하라는 의견이 분분할지도 모른다. 지문이라든가 여러 가지 희곡의 장치들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상으로 고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 책의 작품성으로서는 그 당시의 상황으로 봐서는 발상이 대단히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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