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 1
전형진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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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령 1,2

저: 전형진

출판사: 비욘드오리진 출판일: 2022년 8월12일 


한국의 K-Culture가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한국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일본문화의 영향력이 워낙 강했다. 강렬한 일본의 영화, 음악, 소설은 나를 흔들어 놓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일본이 K-Pop에 열광하고 신오쿠보의 한국 식당에는 수많은 현지인이 몰려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있어서 콘텐츠는 가장 중요한 문화상품의 경쟁원천으로 부각된다. 아, 물론 일본문화가 이전보다는 상대적으로 주춤하지만 여전히 강력하다.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창작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형진의 소설 ‘금주령’은 2021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드라마 제작도 이미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새로운 K-Drama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오랜만에 읽은 역사소설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분량이 꽤 되었다. 근래에는 짧게 한 권으로 대개 소설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조선왕조 21대 왕인 영조 시대가 배경이다. 전란으로 인해서 피폐해진 조선왕조가 그나마 국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해가는 시대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붕당정치로 인해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사실 금주령은 우리에게는 미국에서 실시했던 금주령 정도가 생각나는데,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도 금주령 시대 밀주로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도 금주령이 시행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금주령이 실시되기는 했지만, 영조 시대에는 매우 강력하게 실시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금주령의 이면을 보면, 그 배경이 되는 목적이 관찰되기도 한다. 금주령이 대대적으로 엄격하게 실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평민보다는 관리들에게 집중되었다. 따라서, 이 금주령이라는 자체는 사실은 왕권강화의 일환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매우 비천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영조는 그 콤플렉스가 상당했다. 붕당정치로 인해서 끊임없이 신하들의 견제를 받아야 되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앞서 이야기를 한 것과 같이 미국 금주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콘텐츠가 있다. 그 내용은 밀주 범죄조직과 공직자의 부정부패, 단속반의 이야기가 주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영조시대의 금주령 하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작가는 상당히 공을 들여서 그 시대의 복원을 위해서 조사를 했고 이를 글로 묘사했다. 조선시대 범죄조직 검계, 금란방, 묘적 등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은 흥미를 자아낸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1,2권의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다. 곧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니, 원작인 소설을 읽은 후에 감상한다면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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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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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 임우진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2625

 

거의 3년만에 도쿄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45일의 짧지 않은 일정에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있었다. 김포공항에서 하네다까지의 비행시간까지 합친다면 한 권의 책은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최근에 몇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중에서는 건축가 임우진의 보이지 않는 도시가 있었다. 나는 건축가들이 쓴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들의 훌륭한 글쓰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공간의 인문학적 접근과 해석에서 큰 통찰력을 얻었다.

 

건축사 승요상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와 같은 에세이는 조용하게 내 마음 속에 침잠되어 스며든다. 건축가 유현준의 책은 인문학적 관점의 건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의 미래’,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책에서 나는 공급자 위주로 설계되고 만들어진 주거공간과 차량 이동 위주로 만들어진 신도시, 재개발 지역의 삭막함이 어떤 이유로 인한 것인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치과의사에서 늦은 나이에 건축을 공부해서 성공적인 건축가가 된 정태종 교수도 생각났다. 문득, 나는 건축가라는 직업의 매력이 무엇일지 좀 생각해봤다.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과 주택, 각종 사회적 기반시설을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철학. 이것을 기초로 하여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건축가는 이제는 학문의 파편화와 전문화로 사라진 르네상스형 지식인이 아닐까?

 

우리가 공간을 대하는 관점과 방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 내면의 철학을 본다면 어떨까? 정차선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은 한국인의 성격과 국민성 때문일까? 한국인은 서구에 비해서 열등한가? 정교하게 고려된 정지신호기의 위치는 운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정차선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면? 건조하지만 서구의 신호체계는 운전자의 신뢰에 정차선을 지키도록 기대하지 않는다. 정차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굳이 자신을 비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회 의사당과 공동묘지의 모습도 그들과 우리는 낯설고 다르다. 파리를 가보기는 했지만, 공동묘지에 접한 거주지를 방문한 적이 없어서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공동묘지와 접한 단독주택들을 본 적도 많다. 왠지 국내에서는 공동묘지는 을씨년스럽다. 일본의 조용한 분위기의 공동묘지가 굳이 어떤 혐오감을 주지는 않았다. 조용한 추모의 분위기, 그런데 프랑스의 공동묘지는 공원처럼 밝고 화사하다. 죽음은 멀리 해야 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할 수 않을까?

 

브랜드 아파트 단지라는 자신들의 차별화된 영역을 만드는 사람들, 부동산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한국의 도시는 삭막하기만 하다. 가끔 나는 우리가 타자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왜 그렇게 노력하는가 생각해봤다. 그것은 아마도 왜곡된 근대화와 한국전쟁의 여파가 아니었을까? 기존의 전근대적 신분사회의 체계는 철저하게 무너졌다. 따라서 이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물질적인 것만 남은 것은 아닌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회식이나 접대를 할 때, 방을 선호한다. 그것을 우리가 가진 공간에 대한 인식과 연계해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신발을 벗고 같이 앉는 별개의 공간. 그 공간을 같이 사용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가족이 아니면 쉽사리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확 트인 공간에서 술을 마시다가 마지막에는 노래방에 가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방이라는 공간은 그런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한편으로는 공간주도권에 대한 인식,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인식 혹은 입장에 따라서 공간주도권은 달라진다는 것. 사회 구심적 혹은 사회 원심적인 공간의 창출도 간단하게 어떤 의자를 배치하느냐에 따라서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공간의 목적에 따라서 적절한 공간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눈에 띄는 사실 중에 하나였다. 동네의 큰 평상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마주 앉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구심적 공간이다. 그러나 대합실과 공항은 원심적 힘이 작용하는 배치가 이뤄진다.

 

전통가옥의 배치에 있어서도 다른 시각을 제안한다. 온돌의 탁월한 기능에 대해서만 강조되었지,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단점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연친화적인 건축이라고 우리는 자화자찬을 하지만, 전통가옥은 철저하게 신분제를 바탕으로 함께 거주하는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분리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밖과의 교감은 단절된 자신들의 만의 성이라는 사실. 그리고 서구에서 본다면, 건축의 자폐성을 논할 정도가 될 수 있다는 데에서는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다.

 

건축가 임우진이 말한 것처럼, 이 책에서 그는 우리와 그들의 단순한 비교를 통해서 우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간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서구와는 매우 다르다. 잘 살펴보면, 그들이 설계한 도시의 모습에서 우리가 본받을 점도 있고, 오히려 그들이 우리에게 배워야 될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결과 뒤에 꽃을 심고 도시공간을 아름답게 만든 프랑스의 사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부러웠던 점이다.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라는 건축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주택을 계획하면서 그들을 닭장 같은 삭막한 공간으로 내모는 대신에 반쪽 집이라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신선했다. 공공주택을 제공하되, 차후에 입주자는 자신의 노력으로 나머지 비워진 반쪽을 스스로 채울 수 있다. , 건축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의 성취감, 목적. 그러한 것들은 이들 빈자의 입주민의 자활능력을 향상시켰고 그들의 삶을 향상시켰다.

 

시간이 된다면, 건축가 임우진의 보이지 않는 도시를 꼭 읽기를 바란다.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깊게 당신을 사유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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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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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저: 김동기

출판사: 아카넷 출판일: 2020년 11월18일 



오늘날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석유는 지정학(geopolitics)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장이다. 유가의 상승과 하락의 영향은 석유자원의 지역적 편중과 복잡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 듯이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긴장된 관계는 1,2차 석유위기를 초래했다.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하였고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지정학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발전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우리가 정치적 구호와 이념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참혹한 대립을 거듭했던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 후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소냉전의 시기에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서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어떤가?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마찬가지로 격렬한 대립을 거듭했다. 이것은 단순한 자국우선주의에 기인한 것일까? 혹은 그 배경은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에 의한 것일까? 이는 지정학적 통찰을 통해서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적 지정학의 시작은 미국의 알프레드 마한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세계를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대립으로 구분했다. 미국은 반드시 시파워를 키워야 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접한 미국은 해군력의 증강을 통해서 국력을 키워야 된다. 그가 쓴 지정학 관련 서적은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제국적 팽창주의는 쿠바의 실질적 식민화, 하와이 합병, 필리핀의 식민지화로 이어진다. 비로써 태평양은 미국의 내해가 된 것이다. 


영국의 매킨더는 아시아와 유럽의 균형이 역전된 것은 유라시아의 랜드파워를 압도하는 시파워로 보았다. 특히 전통적인 라이벌인 러시아에 주목하는데 철도라는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으로 인해서 랜드파워가 강화되면서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매킨더에게는 점차 영향력을 상실하는 대영제국의 위상과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였던 것이다. 


또다른 근대적 지정학자는 독일의 하우스호퍼였다.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개념 중에 하나가 레벤스라움이었다. 미국의 스파이크먼은 국익을 위해서는 유라시아의 하트랜드 주변의 립랜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지배적인 랜드파워의 등장을 견제하고 통제함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표적인 4명의 지정학자와 더불어 지정학을 다시 꺼내든 키신저 전 국무장관,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 러시아의 두긴을 아울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지정학은 실질적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지정학자의 논의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한반도가 이들 강대국의 파워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정학적 축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랜드파워인 러시아와 중국을 시파워인 미국이 견제하기 위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적 정책을 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불만과 아쉬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구한말과 같은 지정학적 구도에서 몰락한 대한제국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다를까?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미국과 일본의 세력이 첨예하게 갈등을 거듭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우리의 오랜 질문 하나. 베트남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미국은 그들과 화해했다. 그러나 북한과는 왜 아직도 휴전상태를 지속하고 종전을 하지 않을까? 우리의 분단상황이 그들에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로 인해서 탄생할 정권이 친미일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대립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한국이 동맹의 하나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적대적 세력이나 친밀한 세력이나 세계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문재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정책과 대화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된다. 전쟁이라는 무력상황이 얼마나 끔직한 것인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고, 경제발전과 안정보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비록 우리의 동맹이라고 하는 일원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얼마나 실현시키기 어려운 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처럼, 나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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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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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Mickey7)

저: 에드워드 애슈턴 역: 배지혜

출판사: 황금가지 출판일: 2022년 7월21일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으로 이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물론 책의 띠지를 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SF소설을 원래부터 좋아하기도 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흥미를 가지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책을 읽은 후에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소설의 원고를 봉준호 감독에게 선물로 보냈고, 봉감독이 출판 전부터 각색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지구는 인간 스스로가 만든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반물질을 이용한 파괴적인 전쟁이 끝난 후, 한 집단은 항성간 우주선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이러한 디아스포라(diaspora) 이후 천 년이 흘렀다. 지구에서는 600년 이상 어떠한 연락도 없다. 각 항성계로 퍼져 나간 인류는 인간이 거주할 만한 곳을 찾아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들 행성 간의 유니언이 만들어지게 된다. 


다른 항성계로의 이주는 쉽지 않다. 반물질로 가동되는 항성간 우주선을 탄다고 하더라도 짧으면 4~5년 길면 20년에 가깝게 우주를 여행해야만 했다. 자신들이 찾아가는 거주 가능한 행성후보가 실제로도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지는 오로지 오랜 기간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실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곳이 정말 인간이 살 수 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대개 편도티켓만 소지하고 가는 여행이므로 행성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기다리는 것은 참혹한 현실과 죽음뿐이었다. 


그렇지만 인류가 실패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미키가 본래 살던 행성은 미드가르드는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으로 성공적인 이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풍요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류는 다른 행성을 향한 이주를 계획한다. 9광년 정도 떨어진 인간이 거주 가능하다고 생각한 행성 니플하임으로. 많은 지원자들이 이 이주계획에 참가하려고 하지만, 오직 한 자리만 사람들이 꺼리게 된다. 그것은 익스펜더블, 즉 복제인간이다. 


이 시대 인류는 기억과 의식을 디지털 형태로 업로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바이오 프린터를 통해서 육체까지 부활시킬 수 있다. 즉, 누군가 익스펜터블, 즉 복제인간으로 의식을 업로드하고 유전자 정보를 스캔하면 죽어도 다시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익스펜더블은 항성간 이주에 있어서는 그저 위험한 일을 떠맡는 일회용 인간에 다름없다. 장기간의 우주여행에서 우주선이 파손될 수 있고, 정착한 행성이 인간에게 적대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등이 인류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의 주인공인 미키와 같은 익스펜더블이 죽음을 각오하고 실험에 나선다. 그렇지만 이러한 복제인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시선은 곱지만 않다. 미키는 처음 우주선을 탄 이래로 6번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의 미키는 7번째로 이 소설의 제목인 ‘미키7’이 되었다. 의식과 육체가 동일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미키는 오리지널 미키라고 단정해도 될까?


항성간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 그를 훈련시킨 젬마는 테세우스의 배를 언급한다. 처음 만들어진 테세우스의 배가 여행을 끝냈을 때 사실 어느 한곳도 바꿔지 않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만약 테세우스의 배를 그대로 다시 만들었다면 어떨까? 우리는 앞선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말하지만, 후자는 테세우스 2로 명명해야만 할 것인가? 미키는 정말 불사의 몸을 가진 것이라고 간주해도 될 것인가?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미키7과 미키8은 달랐다. 


마셜의 지시를 거부하며, 더 이상 익스펜더블이 되기를 거부한 미키. 죽음과 부활을 반복한다. 비록 의식과 육체는 같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똑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질문이 머리 속을 맴돈다. 오랜만에 읽은 매력적인 SF소설이다. 책에서 내게 했던 질문 못지않게, 서사도 훌륭하다. 지구에서의 인류의 확산과 모험이 담겨있는 듯. 다만, 이 매력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으로는 우리가 지구를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 좀 서글프기는 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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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머니 GET MONEY
이경애 지음 / 밀리언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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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

겟 머니 (Get Money)

저: 이경애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2년 8월5일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부자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는 것은 과연 죄악일까?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부를 획득했다고 한다면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부를 획득한 과정이 그의 능력만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역사적 사회적 기반이 있기에 부를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능력주의 신화를 보자.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를 불공정과 불평등을 포장하는 이론이 되었고,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공동체적 가치에도 벗어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지만 정당한 노력을 통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도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부를 이룬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경애는 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부를 쌓아가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는 부의 획득을 위한 5단계를 제시한다. 먼저 돈의 본성을 파고 들어라. 돈은 인격체이다. 내게 들어온 돈을 잃어버렸는데 찾을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시는 돈이 나를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는 것이다. 명품관에 진열된 상품을 보면 부자들이 뭘 사는 지 알 수 있다. 쇼핑에 관심이 없어도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돈의 파트너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스템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뽑은 다음에는 철저하게 믿어줘야 한다. 사업가의 믿음이 시스템을 단단하게 만든다. 돈의 무대를 넓혀야 한다. 돈은 계속 흘러가야 한다. 멈춰 있는 돈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돈은 돌고 도는 흐름을 타야 한다. 돈의 재생산을 지속하라. 부자들의 빚은 자본의 재생산이 가능한 형태이고, 보통 사람들의 빚은 자본이 사라지는 형태이다.

 

다섯단계의 핵심은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노우 폭스의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에서도 돈을 인격체로 묘사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특성을 알아야만 한다. 돈을 벌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앞으로는 어디로 갈 것인지 항상 주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믿고 의지할 파트너, 즉 사람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돈이 돈을 버는 형태, 빚은 자본을 증식 시키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돈에 대한 접근,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은 책마다 다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성공이 우리 자신만의 능력으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기반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겸손한 마음, 그리고 그에 기초한 선한 영향력을 부자들이 끼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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