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윤대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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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의 적이라는 스트레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퇴사 전 퇴사 후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다들 짠 듯이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목이 아픈 것도,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도, 원인이 모두 스트레스라니 무슨 이런 사람들이
의사냐라고 욕하는 한편, 괜히 그 말이 신경 쓰여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만다.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걱정이 많은 거와는 다른데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멍 때리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 생각이
끝나면 다른 생각을 또 하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상상하고 있으니 사실 의사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이 책에 끌리게 된 것 같다. 제목부터 <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라니.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하고 싶은데 이곳에 답이 있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다.

 

잠깐 목차만 읽었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괜히 궁금해지고 내 얘기가 아닌가 싶어 괜히
한번 읽어지고 싶어지는 책이다. 남녀노소, 직업과 하는 일이 모두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두루 다루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읽어도 호기심이 생길만한 목차들이 어서 읽어보라 손짓한다.

사람이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이건 또 너무 외롭고) 모든 문제는 항상 발생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활동의 범위를 줄여봐도 맘처럼 되지 않아서 고민도, 생각도 많이 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고 마음이 정리되어 가다가도 작은 바람
하나에 마음이 또 흔들리고 태풍이 몰아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회사를 다닐 때는 이 문제 말고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정말 많은 문제들이 생겨났고,
오죽하면 이대로 있다가 분노조절장애가 생길 것 같아서 그만둔다고 말을 했겠는가.

'내가 되고 싶은 나 = 주변에서 원하는 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지만
사실은 내가 되고 싶은 나조차도 내가 진짜 되고 싶은 내가 아니었다. 그저 나를 가만히 두면
될 일을 뭐 하러 그렇게 애써 아등바등했는지 모르겠다.

 

책에서는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공감하는 능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랜 충전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위로한다.

 

너무 친밀한 관계를 만들려 애쓰고,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애쓰고 이러한 문제들이
나를 더 옭아매고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적당한 거리 유지는 기본이라고.

 

단점이라면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글은 막힘없이 읽어내려가지는데 나와 직면한
문제가 너무 다르거나 아예 이해가 안 가는 문제들은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지루하게 느껴졌다.

계속해서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다 보니 그 말이 그 말 같고 처음에는 강하게 끄덕였던
고개가 조금씩 강도가 약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목차를 확인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부분부터 읽기를 권해본다.

 

나처럼 성격상 꼭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에 다 읽으려 하지 말고 조금씩
마음을 관리한다 생각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읽었으면 한다.

 


시중에 심리학 책이나 처세술, 대화법, 마음을 다루는 방법은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도 비슷하다. 단지 Q&A 형식이고 해시태그, 가벼운 일러스트로 재밌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이런 책들도 좋고 도움이 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감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마음부터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런
인간관계를 다룬 도서가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난 진짜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자책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임에 위로받게 된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먼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들리고 또
다치고 상처 주고,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친구들과 비교해서, 내 또래들과 비교해서,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살아가면
행복은 언제나 잡힐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행복은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
 잊지 말고 오늘은 잠시 내 머리를 식혀주자.

 

 

 

" 이렇게 살다가는 탈모가 올지도 몰라! "라는 띠지가 상당히 매력적인 유쾌한 정신과
전문의 윤대현 교수의 속 시원한 심리 처방전 <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는
아마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깐의 쉼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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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p.29)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내가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내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죠. 그게 세상사입니다. 행복과학 연구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하지요.

 

 

평생 풀어야 하는 숙제,
소중한 우리 사이 (p.98)

 

갈등이 생겼다고 나쁜 관계가 아닙니다.

거기까지만 가능한 관계라는 뜻일 뿐이니까요.

 


이런 나, 비정상인가요? (p.164)

 

우울, 분노, 불만 같은 힘든 느낌들은 비정상적인 감정 신호가 아닙니다. 하나하나 다 소중한
신호죠. 그런데 긍정적인 감정만을 너무 선호하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만을 행복으로
여기다 보니 조금은 어려운 감정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희로애락이 섞인
영화가 감동을 주듯이 내 삶의 모든 감정들도 소중한 내 인생의 콘텐츠라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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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컬러 시리즈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이용재 옮김 / 윌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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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라는 말만 들어도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데 책 전부가 컬러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머 이건 정말 꼭 읽어야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기분이나 생각, 향과 냄새를 색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데 좀 이상해보이지만 뭐 어때요. 우리주변엔 이렇게나 많이 색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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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돈 관리 - 초보 혼족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공아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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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밥, 혼술 요즘은 이런 단어들이 익숙하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핵가족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현상을 표현하는 말이었는데 말이다.


사회는 안 좋게 말하면 단절되어 가는 것 같고,
좋게 말하면 스스로가 스스로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단계에 놓여있는 것 같다.


나답게 사는 법, 상처받지 않는 법 등
심리학을 다룬 책들이 유행하고 이제는
혼자 살아가는 법, 혼자 하는 재.테크의
열풍이 불어온다.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나는 재.테크 그리고 돈을 좋아하니까.


내 나이대의 회사원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대부분의 동료들은 독립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
가족과 사는 게 편하다고 말을 했다.


사실 이것이 현실이다. 독립을 꿈꾸지만
1인 가구로 살아간다는 것은 로망보다
현실에 더욱 가까운 이야기가 된다.

더더군다나 고향을 떠나와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1인 가구에겐
누구보다 돈 관리가 절실하고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요즘 같은 1인 가구 시대에
홀로 살아가는 혼족들을 위한
돈 관리 방법을 담고 있다.

 

1인 가구로 산다는 것 자체가 돈을
모으기 굉장히 힘들다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생활이나 일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었으면 한다.

 

앞부분은 돈이 모이지 않는 습관들,
그리고 이런 습관을 바로잡는 법.
푼돈을 아끼는 요령과 절약의
요령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고

 

뒷부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방법과 금융상식, 투자,
보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있다.

 

아쉬운 점 이 있다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정보들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
조금만 인.터넷을 찾아봐도 환테크,
금테크는 물론이고 적금을 재밌게 드는
법이나 부업 같은 이야기가 많을 텐데
그 부분이 빈약해서 아쉬웠다.

 

아, 배.당금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게끔
글이 써져있어서 조금 놀랐다.

 

주식이 떨어져도 배당.금을 주는 것은 맞지만
떨어진 주식에 대한 손실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 너무 당연한 것이라 적혀있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마치 배당.주를 들고 있으면 무조건
돈을 번다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배.당주는 어느 기간 동안 들고 있어야 한다.
나오는 배당금은 변함없겠지만 내가 산
주.식자체의 가격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우연히 내가
그 기간 동안 들고 있게 되었을 때 얻는
보너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1인 가구로 할 수 있는
소비습관을 고치는 방법과 푼돈을 아끼는
요령들에 대해서 그림과 함께 재밌게
접근하고 있어서 좋았고, 초보 재테크족에게
꼭 필요한 용어의 의미와 비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 좋을 제품들과
회사에 놔두고 다니면 좋은 물건들의 목록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는 혼족뿐 아니라 20~30
대 직장인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해 보인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재미난 요령들이 많아서 나도 많이 배웠고
실천하려고 정리해서 적어두기도 했다.

그중에 하나가 탕진잼 쿠폰을 발행하는 건데
매달 3만 원권, 2만 원권 이렇게 5만 원
정도의 쿠폰을 발행하여 죄책감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맘에 쏙 들었다.

 

소비를 아예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무리해서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하면
오래 아낄 수 없고 사는 낙이 없어지기도 한다.


 남의 눈치를 안 보는 것도 중요하고
(예_같은 옷 입으면 날 뭐라고 생각할까?)
재밌게 절약하는 방법도 많이 있으니
처음에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서 해보면 좋겠다.

 

그점에서 탕진잼 쿠폰은 한 달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작은 기쁨이 될 것이다.

 

알아두면 유용한 사이트와 보.험에
관한 기본 내용도 잘 알려주고 있으니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도서를
시작으로 하나씩 공부하고 실천해보면 좋겠다.

 

이제 사회에 나온 사회 초년생 혹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지만 스스로의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

 

덧붙여 꼭 책이 아니어도
재테크를 목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도 많고, 서적도 많기 때문에
거기서 하나씩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무조건 재.테크를 배운다고 돈이 갑자기
아껴지거나 큰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카페나 책에서 나오는 방법들이 모두
옳고 그르다는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시작은 미약하게 가랑비 젖듯 쌓이겠지만
어느 순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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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돈 관리의 핵심은 '지출 관리'

 

저는 지출을 '현재 유지, 미래 투자,
소비를 위한 소비'로 나눠서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현재 유지는 방세, 식비 등
지금 내가 생존하기 위해 꼭 써야만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미래 투자는 현재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미래 시점에 내 삶을
나아지게 해줄 모든 비용을 말합니다.

 


소비습관 다 잡는 법

 

소비의 통을 줄이는 건 생각만큼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진다면 그 일이 실제로 공룡처럼 거대하고
강력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그 분야에서
성공의 경험이 적어서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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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책읽기 - 즐거운 인생을 위한, 살아 있는 독서의 기술
니와 우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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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너무 바쁘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더 심했다.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퇴근을
하면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축 처져
있기가 일쑤였다. 그렇다고 퇴사 후에
책을 많이 읽었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그것도 아니다.


대학생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일주일에 1권 정도 책을 읽게 된다면
한 달에 4~5권, 1년에 50권 정도를
읽게 될 것이고 앞으로 20년 동안
읽는다고 치면 그래봤자 1천 권인데
이 세상에 쏟아지는 많은 책들 중
못 읽고 죽는 책이 얼마나 많겠냐고.


이것도 꾸준히 읽었을 때의 이야기지
나포함 대부분의 사람들 더 많은
책을 놓치고 살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때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를
40대로 한정했다. 그 이후는 더
읽기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책 제목부터 <죽을 때까지
책 읽기>인데다가 표지에 그려진
니와 우이치로는 일본 할아버지가 아닌가.
나이가 들어서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책을 펼쳐 보았다.

 

이 책의 저자 '니와 우이치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토추 상사라는 곳에 입사하여
1998년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2010년
에는 민간인 출신 최초로 주중 일본 대사에
발탁되었으며 현재는 와세다 대학의 특명
교수이자 이토추 상사 명예 이사라고 한다.

 

왠지 작가 소개만으로도 내가 책을
읽으면 이렇게 자신의 분야에서
멋진 사람이 될 것만 같은 시작이다.

 

책 자체는 상당히 간결한 문체로
한두 페이지씩 이어져있다. 그래서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다음
페이지에서 다른 이야기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분야 1위
이며 자기 계발서, 성공처세도서
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거창한 책은 아니다.

 

일본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독서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대에서 살아오셨기에 살짝
어르신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고
어려운 말도 많지만 그래서 더욱
연륜과 독서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나는 계속 집밥블로그만 운영해와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지만)
잘 몰랐었는데 이렇게 많은 출판사들과
서평 이벤트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아마 내가 블로그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면 더 넓은 세상이
있는 걸 몰랐던 것처럼 태어나서
책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세계가 있고,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더 큰 의미의
세상을 전혀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독서의 필요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에는
일종의 도피로 독서를 시작했다.
판타지의 세계라든지 내가 존재할 수
없는 곳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고
현실은 생각보다 차갑고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서는
내 삶의 존재 이유라든가 나는
누구인가 같은 호기심이 가지를 치고,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책이
궁금해져서 그것을 반복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자주는 아니지만
항상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편이다.

 

이것이 처음 살아보는 이 생에서
얼마나 힘이되고, 많은 부분 도움이
되는지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책 속에서 서점에 가는 것을
숲에 비유하는데 그 점이 굉장히 와닿았다.
서점에 가면 큰 나무 작은 나무, 이쁜 꽃,
풀, 잡초들 새싹들 무수히도 많은 식물이
존재한다. 어떤 책은 잡초인 줄 알았는데
읽고 나서 큰 나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떤 책은 이쁜 꽃이길래
읽었더니 표지만 이쁜 잡초일 때도 있다.

책의 본질이 이렇다 저렇다라는게
아니라 내가 읽었을때 그랬다는 이야기고
책 역시 스스로의 판단이며 취향이다.
우리 모두 식성이 다 다른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 실패담, 성공담,
자서전, 베스트셀러 등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기도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도 역시 내가 몸소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는 것이 제일이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고, 나 역시 앞으로는 40대까지가
아니라 죽을때까지 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자각한다. p.31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각은 인간을
겸손하게 합니다. 겸손해지면 어떤 것에서든
뭔가를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생깁니다. 배움을
 통해 사고를 깊이 있게 다지고, 보다 좋은
사회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설령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도 상대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각은 그 사람을 끝없이 성장시켜 줍니다.

 


부족한 감정은 책으로 메운다. p.158

 


인간의 감정은 한쪽으로만 치우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긴장을 풀거나 울거나 웃거나
감동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감정을
움직이는 게 좋은데, 책이 바로
안성맞춤인 대상입니다.

책은 감정을 풍부하게 해줄 뿐 아니라
평소에 자기가 별로 자기가 드러내지
않은 종류의 감정도 일깨워줍니다.
독서는 감정도 연마해 줍니다.

그것 또한 독서의 효과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문제가 사라지는 건 죽는 순간. p.178

 

문제가 있다는 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곤란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필요한 것은 그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겸허함입니다.
과신이나 자기부정에 빠지면 안 됩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인간 개개인의 힘은 기껏해야 빤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게는 인생 최대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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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 책을 읽고 내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 이웃분들이 달아주시는
댓글의 대부분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반성 아니면 내가 글을 읽고 서평을 쓴 것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이다.

 

이것만 봐도 사실 책의 중요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읽어야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읽지 못하면
괜히 게을러진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고 열심히 살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고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왜냐면 그 모든 것에 정답이 없으니까.

 

빨리 읽든, 대충 읽든, 정독을 하든,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읽든
어떤 당연한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책을 읽어야
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책 읽는 습관이 없고, 어떤 책부터 읽어야
될지 막막하다면 <죽을 때까지 책읽기>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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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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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
이제 남은 일은 하늘에 맡길 뿐!


마치 랩처럼 들리는 이 한 구절에
깔깔대면서 많이도 웃었다.


뜬금없이 뭐냐고?


촉박한 시간에 마치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을 찍으며 오지랖 여사님이
불을 올리고 난 뒤 외치신 말이다.

백호리 노인회장 김사또님의 아내분인
오지랖 여사님은 건망증으로 돼지고기를
냄비째로 태우게 되자 며느리와 짜고
돼지고기를 읍내에서 새로 사 와서
요리한 뒤 먹게 된다.


밥상에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둘 뿐.
며느리와 오지랖 여사님은 웃겨서
사레들리기를 여러 번... 그것도 모르고
김 사또님은 자기가 추위에 떨다 얻어온 돼지
고기로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들 맛있게
먹인다며 으쓱으쓱, 잘도 드신다.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도
소설을 맛깔나게 쓰시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드물게도
배경이 농촌인 농촌소설이다.
농촌이라고 하면 시골이 생각나고
시골 하면 생각나는 것은 외할머니 댁이다.
(어째서 외할아버지댁이라고 생각이
안 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 또래 중 어렸을 때 시골에 계신
 할머니 집에 맡겨져서 자란 친구들
여럿 있을 텐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때 당시 외할머니는 흑염소를
키우셨는데 나도 아기면서
흑염소 새끼가 너무 귀엽다고 만지다가
박치기를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 염소를 너무 무서워해서
내가 갈 때마다 할머니는 뒷동산에서
놀던 흑염소를 다 묶어두셔야 했다.


그 외에도 항상 자기 전에 타주시던
분유 맛이 많이 나는 우유,
반찬마다 났던 계피 냄새는 아직도
그립고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가 화장실 때문에 무서워서
외갓집에 오지 않자 완전 똥고집쟁이인
외 할아버지를 설득해 시골에서 유일하게
좌변기가 있는 집이 되기도 했었다.

 

 


<놀러 가자고요>를 읽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다 이렇게 사셨을 것 같고,
지금도 이렇게 살고들 계실 것 같다.


책 제목이기도 한 <놀러 가자고요>는
오지랖 여사님이 전화를 해서
동네 주민들에게 올해에도
놀러 갈 건지를 물어보는 내용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손주 자랑하는 사람,
아픈 사람을 왜 시키냐고 따지는 사람,
자식들 때문에 못 간다는 사람,
아픈 사람, 그냥 싫은 사람,
안 들린다는 사람, 자식들 사업이 망해서
집이 난리가 난 사람... 어쩜 이렇게
놀러 한번 가기가 쉽지 않은지.


읽으면서도 계속 웃었고 김종광
작가님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글들이 궁금할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진짜 결국 놀러는 갔을지,
우리 어르신들이 공사다망한
일을 제치시고 혹은 아픈 몸을
이기고 버스는 가득 채웠을지
읽고 나서도 무척 궁금해진다.


<놀러 가자고요>는 두 편의 단편
소설과 일곱 편의 범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님이 정말 이야기꾼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처럼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다른데 어쩜 그렇게 느낌이 다 다르게
글을 쓰시는지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열한 살 꼬마가 주인공인 <장기 호랑이>를
읽으면서는 감정이입해서 노인들이 훈수
두면 나도 같이 짜증 냈고, 삿대질을 하면
나도 마음속으로 같이 삿대질했다. 우리
장기왕의 엔딩이 너무 서글프지만 귀엽게
서글퍼서 더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단편 소설 하나하나마다 웃음이
나오고, 무릎을 탁 치고,
정말 허락도 없이 범골 어르신들
일상에 놀러 다녀온 느낌이 많이 든다.

결코 쓸쓸하지도, 기운이 없지도 않은
그곳에 우리 어르신들의 활기찬 에너지,
욕, 재치, 삶의 연륜, 지혜를 맞이하러
우리도 놀러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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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또 p.161

 

선거철의 시끄러움은 도시만의 자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농촌이 더 시끄러울 수도
있었다. 색깔도 다양한 선거운동 차량이
10분에 한 대꼴로 지나쳐 갔다.
노란색이 트로트에다 '2번'을 넣어 쩌렁쩌렁,
 파란색이 댄스곡에다 '1번'을 넣어 오오오오.
하늘색이 스포츠 응원가에다 '3번'을 넣어
둥둥둥둥, 하얀색이 무소속 누구누구를
앞세운 다짜고짜 연설로 뭐라 뭐라...

 

 

산후조리 p.217

 

오늘은 지발 좀 편하게 가보자.
수도꼭지 위에 잔뜩 쟁여놓은
이불들을 하나씩 덮으며 비손한다.
이윽고 드러난 수도꼭지를 돌렸다.
모터 소리가 들리고, 지발, 지발, 옳거니
그래야지, 물이 나오는구나. 모처럼 날이
푹해서 안 얼어 있을 줄 알았어. 고맙구나,
참 고마워. 참 별게 다 고마운 인생이다.

 

 

산후조리 p.231

 

<생활의 달인>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참 별 재주를 다 가지고 산다는걸,
매번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는 프로가
있다. 내내 감탄하면서도 애처롭기도 했다.

저 재주들이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익힌 건가.
먹고살려고 악착을 부리다 보니 절로
손에 익은 거지.

 

 

작가의 말 p.332


변명을 하자면, 내 부모의 인생이
기록되어야만 하는 귀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줄기차게썼다.

내 부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골에서 한평생 최선을 다한 농부이기에
기록되어야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마치 내 문학적
탐구의 그 모든 것인 양 늘 절박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기회만 닿으면 두 분의
 삶을 궁구하려고 했다.

자식 된 자로서 제 부모의 삶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나는 유독 집착이 심했던 게다.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은 어버이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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