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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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 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 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세계이다."

길냥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 나는 너무 고양이가 무서웠다.

어릴 때 시골 외할머니댁에 드나들던 도둑고양이 나비에 대한 포악한 소문도 그랬고

시장에서 산 병아리가 고이고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서 아롱이 다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귀여워했는데

어쩌다 들어온 길냥이가 병아리들을 물어 죽인 후에 그런 흉흉한 기분들이 더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워왔고 좋아하지만 강아지는 좋아도 고양이는 왠지 무섭고 그 눈도 이상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고양이가 눈 앞에만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왠지 우는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 같아 텅 빈 방에서 혼자 잠든 날이면 야옹거리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소름끼치게 싫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양이는 왠지 강아지에 비해 무섭고 어두운 계열의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자취할 때 친한 언니네 집에서 키우던 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를 보며 처음 그런 생각을 했고

몇 권의 책을 통해서 그루밍이나 캣타워 같은 생소했던 용어들도 알게 되었다..

친구네 집에서 키우던 태어난지 이제 겨우 4개월이 된 아기 고양이 크리미를 보며 고양이도 아기는 귀엽구나..란 생각을 하고 나서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길냥이들에게는 왠지 모를 선득함과 무서움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요한 제나 작가의 "열아홉 스물 하나"를 읽으며 그리고 최근에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보며

길냥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같은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집에 가는 길에 늘 만나게 되는

세 마리의 길냥이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한 것 같다. 

읽었던 책들 중에는 이 책을 쓴 이용한 작가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는 책이 있었다. 두번째 책 "명랑하라 고양이"는 제목만 들어봤는데

이렇게 벌써 세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번째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신간을 구입할 때 명랑하라 고양이를 주문해 두었다. 학교 아이들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나를 보면서 고양이 너무 귀엽다고

너무너무 예찬을 해서..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길냥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

캣파더인 이용한 씨.. 그렇게 주변에 있는 고양이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으며 사료를 가져다주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고양이들의 스토리를 읽으며.. 때로는 웃기도 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고 간간이 미소짓기도 하고

배를 두드리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건.. 아직 나는.. 길냥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는 깨달음이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를 읽으면서 시골 할머니들의 잔인해 보이는 행동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한 작가도 조심스럽게.. 고양이 숲이나 개울에.. 띄지 않는 곳에 사료를 가득 부어주는 것이리라.

나처럼 고양이에 대해 무서워하고 문외한이던 사람을 길냥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먹을 것은 주지 못해도

그래도 인사할 수 있는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 이제까지 이용한씨가 써온 세 권의 책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그리고 여기 어디엔가 혹은 저기 어디에선가 나같은..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길냥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무서워하거나 죽이려 하지 않고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봐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냥이들의 묘생이 너무 험난하고 외롭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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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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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플 때는요 우리 엄만 그걸 지랄발광이라 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하루가 길게 느껴져요.

일분이 한 시간 같고 어느 때는 영원같고 그런 하루를 계속 살아왔잖아요.

아플 때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요. 철저하게 혼자라는. 고통은 사랑만큼 쉽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더욱이 그게 육체적 고통이라면 그런 것 같아요."

 

열일곱 살에 덜컥 아이를 가진 한 커플.. 대수와 미라.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 서른 네 살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이 낳은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아름이는 3살 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쉽게 발견할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그런 병. 바로 조로증. 남들보다 세포가 일찍 늙어 자라날수록 노화가 되는 이상한 병.

아름이는 학교에 갈수도 없고 또래들처럼 뛰어놀지도 못한다. 한국의 벤자민 버튼. 이라고 해야 하나..

말과 글에 자신이 있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답게.. 아름이는 혼자서 수많은 말들을 구상하고

수많은 단어들과 수많은 글들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매일의 무료할 수도 있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한다.

 

열 일곱에 아이를 가져 아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곱씹고 곱씹었던 엄마 미라.

그리고 체육을 전공하다가 체육고에서 짤린 후 덜컥 가장이 되어버린 대수는 왠지 아직까지 철없는 아빠.

부모보다 더 일찍 늙어버리는 아이 아름이에게는 옆집의 작은 장씨 할아버지만이 유일한 친구이다.

말과 말이 만나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 내고 문장을 이어가고 하는 것들을 김애란의 책에서는 항상 비슷한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까지는 단편이었다면 지금은 장편으로.. 김애란 이라는 작가가 가진 문장의 장단점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몹시 좋아하는 문장들.. 이기에 좀 더 기대했는데 장편에서의 필력도 역시나 기대이상이었다.

 

글쎄. 김애란 작가는 어딘가가 아파봤을까? 아니면 단지 자료조사에서 얻은 술회일까?

진짜 아파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가 있어서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아픔.. 이라는 것. 홀로서만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쯤은 무뎌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 기억이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이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주었던 승찬 아저씨의 방송 촬영..

그리고 그걸 통해서 만난 친구 이서하..

음악과 문장의 조화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펼쳐질 때 나도 아름이와 함께 숨을 죽였다.

아름이는 포기하고 좌절할 수도 있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와 엄마를 위한 그 이야기를 남겨둔다.

 

열 일곱에 시작해서 열 일곱에 끝나는 이야기..

 

 

우리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아프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어릴 땐 온종일 말을 줍고 다녔다.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종알대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각각의 이름은 맑고 가벼워 사물에 달싹 붙지 않았다. 나는 어제도 듣고 그제도 배운 것을 처음인 양 물어댔다. 

손가락을 들어 무언가 가리키면, 식구들의 입에서 낯선 소리를 가진 활자가 툭툭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건 뭐야? 라는 말이 좋았다. 그들이 일러주는 사물의 이름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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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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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왜 나를 키웠었는지 궁금해요. 외로웠나요? 쓸쓸했나요? 가족이나 친구가 필요했나요?

나는 되도록이면 당신이 나를 키운 이유가 그런 것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그런 이유였다면,

나를 버린 이유는 당신이 더이상 외롭지 않거나 당신이 더이상 쓸쓸하지 않거나 당신에게 새로운 가족이나 친구가 생긴 걸테니까요.

그 사실은 나를 안심하게 할 거예요. 부디, 행복하세요. -나를 사랑해주었던 당신에게 <도시의 개>"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 웹툰에 대한 추천을 많이 받았었다. 보고 싶어서 폰에다가 내가 저장한 웹툰으로 저장하고 다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는 것이 왠지 쉽지 않아서 보고싶다고 생각만 하고는 계속해서 못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리뷰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북폴리오에서 이 웹툰의 단행본이 출간된다고 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책을 어제 받았는데 받자마자 순식간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웹툰이라서 만화 형식의 에세이라 더 빨리 읽기도 했고

손에 잡은 순간 다 읽을 수 밖에 없는 따뜻하고 웃음 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이 몹시 아픈 책이라서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입가에 가득 엄마 미소를 짓게 되기도 했고 마음이 아파서 훌쩍거리기도 했다.

 

이 웹툰.. 웹툰북의 주인공은 한 여자아이와 그 여자아이가 15년 동안 가족으로 함께 키워온 개 낭낙이..

그리고 지인이 차마 안락사시키지 못한 안구부종 고양이 회색 태비종을 입양한 고양이 순대.

그렇게 두 마리와 한 사람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전에 그런 말이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나쁠 수 없다"는 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최근 길냥이들의 로드킬에 관한 기사나, 옆집의 고양이가 시끄럽게 군다며 옥상에서 던져서 죽이는 등의 잔인한; 기사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길냥이들이 무서워서 좀 꺼리긴 했었지만 왠지 그 아이들의 진실을 알고 나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에서 계속 연재되었던 요한 제나 작가의 열아홉 스물 하나..라든가

아니면 다른 반려동물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길냥이 하나하나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또 이 책을 통해 따뜻한 마음 하나를 더 얻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집에서 개를 키워왔었다. 아주 어릴 때는 하얀 스피츠 종의 "해피"라는 이름의 개를 키웠는데

이모네 집에서 얻어온 강아지였다. 어찌나 세차게 짖어대는지 친구들이 해피가 무서워 집에 잘 오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집에서 더이상 해피를 키울 수가 없어서 교회 근처의 마당 넓은 집으로 입양해 주었는데 안타깝게 트럭에 치여서 그 수명을 다했다.ㅠ

그때도 한참이나 울었었는데 그 다음에 키운 파피용 품종의 "아롱이"를 키우다가 아롱이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켜야만 했는데.ㅠㅠㅠ 아롱이가 그렇게 가고 나서 거의 열흘 이상 우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와 키우고 싶은 마음은 더해갔는데 개인적인 건강의 이유와

한 번 책임진 반려동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그것이 확실하지 않아서 계속 못 키웠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아이들과 만나고 싶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 작은 체온.

북슬북슬한 털.. 물론 배변훈련을 잘 시켜 청소하는 것이나 모든 것을 잘 챙겨줘야겠지만..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어와서

그러한 아쉬움과 그리움들. 반려동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증폭된 것만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데.. 이 책의 순대를 보니..

그리고 최근에 지인이 키우는 모모를 보면서도 고양이의 귀여움에 다시금 눈을 뜨고 있달까..ㅎㅎㅎㅎ

암튼 보는 내내 마음이 따스해지고 코 끝이 찡해지는 책이었다.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그 아이들을 안아보고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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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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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매일매일 여러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고 있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가 생각건대 구부러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평소에 호러 서스펜스류의 책을 많이 쓰는 미치오 슈스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모험?

발랄하고 산만한 이야기 구성이 읽는 내내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점장 가사사기 조스케와 스물 여덟살의 부점장 히구라시 마사오.

실은 이 두 사람은 공동 동업 관계다. 그리고 지금의 가사사기 매장을 가능케 한 중학생 여자아이 미나미 나미 짱..

사이타마 시의 변두리에 있는 '가사사기 중고매장'의 다락방에서 2년째 함께 살고 있다.

의욕있게 개업은 했지만 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사사기의 중고매장.

 

가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호지 절의 주지에게 오늘도 별로 원치 않는 물건을 비싼가격에 매입해 버린 히구라시.

창고에 주지에게서 사 온 장농을 넣으려는데 청동상이 불탄 것을 발견한다.

청동상을 사러 온 남자를 따라 가게 된 (주)가가타 동기..

그리고 청동상에 얽힌 묘한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의 두 가지 추리..

 

사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추리를 하는 것은 가사사기이지만 그것은 황당한? 추리일뿐..

진짜 회색의 뇌세포를 사용하는 사람은 바로 히구라시이다.

하지만 히구라시는 가사사기에 대한 나미의 신뢰와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자신이 해결했다는 것을 알면 나미가 낙담할 테니까!. 그래서 오늘도 히구라시는 묵묵히.. 가사사기의 추리에 도움이 될만한

물건들을 제작해서 갖다놓고..(미리 예측한다는 걸 보면 머리가 진짜 좋음;) 가사사기를 뒷받침 해준다.

사실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명탐정 코난이 떠올랐다.

가사사기는 마치 모리 코고로 같은 느낌이 있고.. 히구라시는 코난처럼 사건을 해결한다.

코난의 신이치처럼 잘난척은 하지 않는 것이 큰 차이이려나..ㅎㅎ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최근 본 책들은 거의 딱딱하고 답답하고 무거운 추리였는데

오랫만에 산뜻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가지 계절로 나뉘어 단지 네 가지의 사건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지만

책의 분량은 꽤나 두껍게도 372페이지나 되지만 어디에서도 지루함이나 심심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랫만에 손에 잡고 한 번에 읽어내려간 책이 되었다.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소중히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 속 어딘가에 간직해두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어디선가, 아쉬워해 준다면.

추억에서 끄집어내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준다면..."  

 

책 속의 말처럼 이 책도 언젠가 나의 추억의 한 켠에서 기분 좋은 책장의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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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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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디로 가게 되건 우리에게는 항상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의 경로를 이끌어 나갈 힘이 있었다.

우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행 중에 배운 모든 교훈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더 나은 길을 개척해 나갈 힘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어쩌면 처음에는, 아니 열 번째에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할 때까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모든 것을 맡기고..... 뛰어내리면 된다."

 

인생을 걷다가 어떤 새로운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꿈꾸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혹은.. 내가 하고싶은 대로 마음껏 해도 괜찮은 나이는 몇 살까지일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적절한 나이는...?

 

아마 대부분 십대..혹은 이십대 초반까지 해서 모든 것들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십대 후반이 되어도 삼십대 초반이 되어도 무언가 변변하게 이루어 놓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내 삶에서 이십대 후반이 되면, 그리고 삼십대가 되면 당연히 이루어져 있어야 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품고 있는 꿈, 가치관, 생각.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한 거였다.

나이가 어린데도 생의 끝자락에 있는 노인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사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분명 머리가 희끗하고 백발이 성성한데도 여전히 청춘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보고 제시된 나이가 좀 어리다고 생각했다.

아직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에 스물 여덟은 충분히 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그 나이때는 이제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느꼈었다.

 

여기 뉴욕 맨하탄에서 살고 있는 성공한 혹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 명의 여자가 큰 모험을 감행한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미루어둔채, 잘 나가던 직장을 스스로 관둔 채, 그리고 보다 큰 어떤 것들을 얻기 위해..

그들은 뉴욕 맨하탄 중심부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1년 간의 여행을 떠난다..

물론 시작도, 결심도 그리고 떠나기 직전까지의 상황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출발했고

커다란 세상 속에서 방랑자가 되어 다양한 문화와 세계들을 흡수하고 느끼고 받아들이며 그들이 맨하탄 중심부에 있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어떤 것들을 가슴 속에 품고, 유영하고, 누릴 수 있었다. 여행지의 풍광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남들이 다 가는 정해진 루트가 아닌 그들이 그때 그때 조정해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도시들과 마을들과 길들, 그리고 사람들, 음식들, 냄새와 향기와 빛과 소리들까지..

 

책을 읽으면서 훌쩍 떠나서 내가 짠 나만의 루트로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며 경험하고 싶어졌다.

많이 불편하겠지만 떠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이들이 새롭게 발견한 인생에서의 깨달음들..

그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안에서 책만 읽는다고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떠나서 경험하고 부딪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니까.

 

아만다, 할리, 젠.. 그녀들과 친구가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함께 훌쩍.. 그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싶다.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고 무작정 떠난.. 길이었지만 그들의 인생의 향방을 수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준 이 여행처럼

내 삶에서도 이런 터닝포인트가 혹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험하게 하는 시간이 분명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것이다.

그것이 꼭 여행의 형태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들의 여행을 보며 나의 삶의 여정도 너무 타이트하거나 반대로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지 않고

내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픈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걸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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