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 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 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세계이다." 길냥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 나는 너무 고양이가 무서웠다. 어릴 때 시골 외할머니댁에 드나들던 도둑고양이 나비에 대한 포악한 소문도 그랬고 시장에서 산 병아리가 고이고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서 아롱이 다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귀여워했는데 어쩌다 들어온 길냥이가 병아리들을 물어 죽인 후에 그런 흉흉한 기분들이 더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워왔고 좋아하지만 강아지는 좋아도 고양이는 왠지 무섭고 그 눈도 이상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고양이가 눈 앞에만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왠지 우는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 같아 텅 빈 방에서 혼자 잠든 날이면 야옹거리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소름끼치게 싫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양이는 왠지 강아지에 비해 무섭고 어두운 계열의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자취할 때 친한 언니네 집에서 키우던 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페르시안 고양이를 보며 처음 그런 생각을 했고 몇 권의 책을 통해서 그루밍이나 캣타워 같은 생소했던 용어들도 알게 되었다.. 친구네 집에서 키우던 태어난지 이제 겨우 4개월이 된 아기 고양이 크리미를 보며 고양이도 아기는 귀엽구나..란 생각을 하고 나서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길냥이들에게는 왠지 모를 선득함과 무서움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요한 제나 작가의 "열아홉 스물 하나"를 읽으며 그리고 최근에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보며 길냥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같은 것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집에 가는 길에 늘 만나게 되는 세 마리의 길냥이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한 것 같다. 읽었던 책들 중에는 이 책을 쓴 이용한 작가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는 책이 있었다. 두번째 책 "명랑하라 고양이"는 제목만 들어봤는데 이렇게 벌써 세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번째 책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신간을 구입할 때 명랑하라 고양이를 주문해 두었다. 학교 아이들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나를 보면서 고양이 너무 귀엽다고 너무너무 예찬을 해서..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길냥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 캣파더인 이용한 씨.. 그렇게 주변에 있는 고양이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으며 사료를 가져다주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고양이들의 스토리를 읽으며.. 때로는 웃기도 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고 간간이 미소짓기도 하고 배를 두드리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건.. 아직 나는.. 길냥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는 깨달음이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를 읽으면서 시골 할머니들의 잔인해 보이는 행동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한 작가도 조심스럽게.. 고양이 숲이나 개울에.. 띄지 않는 곳에 사료를 가득 부어주는 것이리라. 나처럼 고양이에 대해 무서워하고 문외한이던 사람을 길냥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먹을 것은 주지 못해도 그래도 인사할 수 있는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 이제까지 이용한씨가 써온 세 권의 책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그리고 여기 어디엔가 혹은 저기 어디에선가 나같은..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길냥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무서워하거나 죽이려 하지 않고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소중한 생명으로 바라봐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냥이들의 묘생이 너무 험난하고 외롭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