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플 때는요 우리 엄만 그걸 지랄발광이라 하는데 그럴 때면 정말 하루가 길게 느껴져요. 일분이 한 시간 같고 어느 때는 영원같고 그런 하루를 계속 살아왔잖아요. 아플 때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요. 철저하게 혼자라는. 고통은 사랑만큼 쉽게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더욱이 그게 육체적 고통이라면 그런 것 같아요." 열일곱 살에 덜컥 아이를 가진 한 커플.. 대수와 미라.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그렇게 세월이 지나 서른 네 살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이 낳은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아름이는 3살 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쉽게 발견할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그런 병. 바로 조로증. 남들보다 세포가 일찍 늙어 자라날수록 노화가 되는 이상한 병. 아름이는 학교에 갈수도 없고 또래들처럼 뛰어놀지도 못한다. 한국의 벤자민 버튼. 이라고 해야 하나.. 말과 글에 자신이 있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답게.. 아름이는 혼자서 수많은 말들을 구상하고 수많은 단어들과 수많은 글들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매일의 무료할 수도 있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한다. 열 일곱에 아이를 가져 아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곱씹고 곱씹었던 엄마 미라. 그리고 체육을 전공하다가 체육고에서 짤린 후 덜컥 가장이 되어버린 대수는 왠지 아직까지 철없는 아빠. 부모보다 더 일찍 늙어버리는 아이 아름이에게는 옆집의 작은 장씨 할아버지만이 유일한 친구이다. 말과 말이 만나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 내고 문장을 이어가고 하는 것들을 김애란의 책에서는 항상 비슷한 느낌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까지는 단편이었다면 지금은 장편으로.. 김애란 이라는 작가가 가진 문장의 장단점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몹시 좋아하는 문장들.. 이기에 좀 더 기대했는데 장편에서의 필력도 역시나 기대이상이었다. 글쎄. 김애란 작가는 어딘가가 아파봤을까? 아니면 단지 자료조사에서 얻은 술회일까? 진짜 아파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가 있어서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아픔.. 이라는 것. 홀로서만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쯤은 무뎌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 기억이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이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주었던 승찬 아저씨의 방송 촬영.. 그리고 그걸 통해서 만난 친구 이서하.. 음악과 문장의 조화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펼쳐질 때 나도 아름이와 함께 숨을 죽였다. 아름이는 포기하고 좌절할 수도 있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와 엄마를 위한 그 이야기를 남겨둔다. 열 일곱에 시작해서 열 일곱에 끝나는 이야기.. 우리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아프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어릴 땐 온종일 말을 줍고 다녔다.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종알대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각각의 이름은 맑고 가벼워 사물에 달싹 붙지 않았다. 나는 어제도 듣고 그제도 배운 것을 처음인 양 물어댔다. 손가락을 들어 무언가 가리키면, 식구들의 입에서 낯선 소리를 가진 활자가 툭툭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건 뭐야? 라는 말이 좋았다. 그들이 일러주는 사물의 이름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