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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고 있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가 생각건대 구부러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에요."
평소에 호러 서스펜스류의 책을 많이 쓰는 미치오 슈스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모험?
발랄하고 산만한 이야기 구성이 읽는 내내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점장 가사사기 조스케와 스물 여덟살의 부점장 히구라시 마사오.
실은 이 두 사람은 공동 동업 관계다. 그리고 지금의 가사사기 매장을 가능케 한 중학생 여자아이 미나미 나미 짱..
사이타마 시의 변두리에 있는 '가사사기 중고매장'의 다락방에서 2년째 함께 살고 있다.
의욕있게 개업은 했지만 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가사사기의 중고매장.
가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호지 절의 주지에게 오늘도 별로 원치 않는 물건을 비싼가격에 매입해 버린 히구라시.
창고에 주지에게서 사 온 장농을 넣으려는데 청동상이 불탄 것을 발견한다.
청동상을 사러 온 남자를 따라 가게 된 (주)가가타 동기..
그리고 청동상에 얽힌 묘한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의 두 가지 추리..
사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추리를 하는 것은 가사사기이지만 그것은 황당한? 추리일뿐..
진짜 회색의 뇌세포를 사용하는 사람은 바로 히구라시이다.
하지만 히구라시는 가사사기에 대한 나미의 신뢰와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자신이 해결했다는 것을 알면 나미가 낙담할 테니까!. 그래서 오늘도 히구라시는 묵묵히.. 가사사기의 추리에 도움이 될만한
물건들을 제작해서 갖다놓고..(미리 예측한다는 걸 보면 머리가 진짜 좋음;) 가사사기를 뒷받침 해준다.
사실 읽으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만화 명탐정 코난이 떠올랐다.
가사사기는 마치 모리 코고로 같은 느낌이 있고.. 히구라시는 코난처럼 사건을 해결한다.
코난의 신이치처럼 잘난척은 하지 않는 것이 큰 차이이려나..ㅎㅎ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최근 본 책들은 거의 딱딱하고 답답하고 무거운 추리였는데
오랫만에 산뜻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가지 계절로 나뉘어 단지 네 가지의 사건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지만
책의 분량은 꽤나 두껍게도 372페이지나 되지만 어디에서도 지루함이나 심심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랫만에 손에 잡고 한 번에 읽어내려간 책이 되었다.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고 소중히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 속 어딘가에 간직해두겠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언젠가, 어디선가, 아쉬워해 준다면.
추억에서 끄집어내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준다면..."
책 속의 말처럼 이 책도 언젠가 나의 추억의 한 켠에서 기분 좋은 책장의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