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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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시체를 어딘가에 몰래 버리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그 순간 깨끗이 포기하고 110번에 통보할 생각이야. 이건 허세가 아니라고."

 

여동생의 다급한 전화를 받게 된 가오리. 갑자기 집에 침입하여 다가오는 여자를 찔러 죽였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고 상담해 오는 동생을 위해 가오리는 시체를 처리하기로 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데쓰오에게서 첼로 케이스를 빌려 그 안에 사체를 담아 버리러 간다.

데쓰오와 가오리는 집이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다른 시에 시체를 버리러 가고,

한편 자신에게 상담을 하러 오기로 한 야마다 게이코 라는 의문의 여성을 기다리던 탐정 우카이는

야마다 게이코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게이코가 이야기했던 크레센트 장에 찾아가고

거기에는 시체를 버리고 차를 버려 하룻밤 묵게 된 데쓰오와 가오리가 있고

결국 사건의 주인공이 모두 모인 상태에서 새로운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초승달 연못의 비밀은.. 진짜 범인은..

 

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집어든 책. 소소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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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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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씨는 그 카펫을 들고 서서 도로를 살폈어. 그러더니 차가 안 오니까 잽싸게 도로에 까는 거야. 세상에, 건널목이야!

검은색 천에 흰색 페인트로 칠을 한 카펫 건널목인 거야. 진짜 건널목보다는 폭이 좁았지만 그래도 건널목이라는 건 알 수 있었지.

그러니까 이동식 건널목이었던 거야. 건널목 씨가 쌍둥이 형제를 보고 씩 웃었어.

 

초록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건널목 모양 카펫을 들고 다니는 아저씨.

사람들은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그 아저씨를 건널목 아저씨라고 불렀다.

이 책의 화자는 동화작가 오명랑. 오명랑은 동화작가로서 동화를 하나 내고 기고만장 했었다.

그러나 그 시기도 잠시 다음 책을 쓰지 못하고 3년이 지나고 수입 없이 엄마에게 기대어 살고 있다.

올케의 생산활동을 하라는 충고에 오명랑은 "이야기 듣기"라는 특이한 과외를 시작하고

세 명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때 오명랑은 건널목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아이들, 영어학원 보다 나아서 오던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깨닫게 되고,

오명랑과 그 가족들 역시 건널목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에 쌓인 응어리들을 해결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 동화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역시나 참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했고

김려령 작가의 전작인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읽으면서도 필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다음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게 글을 써주어서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건널목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책에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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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서 생긴 일 10대를 위한 책뽀 시리즈 6
마르틴 푸생 지음, 김영신 옮김 / 리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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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2004년 8월.. 

미군 토마스와 이라크 소년 셀림 사이에 일어난 슬픈 비극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무의미한 전쟁과 죽음을 막자는 의도가 들어가 있다. 좋아하는 여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군에 자원입대한 토마스는

전쟁의 참상 앞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가치를 계속해서 상실하며 혼란에 빠진다.

셀림은 우연히 나이 지긋한 성직자를 만나 코란의 가르침을 배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기저기서 포탄이 터지고 자살 테러가 발발하고

폭탄이 터진다. 폭탄이 터지는 곳 근처를 지나가다가 급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셀림은 분노하는데..

마침 토마스가 혼란스러워할 때 도와주었던 셀림의 아버지로 인해 정신을 차린 토마스는

셀림에게 미국에서 온 선물을 전해주러 가는데 마침 그 때가 셀림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안개 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되는데..

 

실루엣 밖에 보이지 않는 연기 자욱한 이라크에서  서로 우정을 나누었으나 두려움에 총구를 마주대게 된 두 사람..

 

전쟁의 참상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안타까웠다.

 

p.65

토마스가 꿈꾸는 미래에는 영광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버렸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기억은 모든 일의 증거가 되었다.

 

p.99

전쟁도, 친구의 죽음도, 그의 책임이 아니었다. '전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싸움이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일어난 전쟁 때문에, 무고한 목숨들이 수도 없이 헛되게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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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시리 제임스 지음, 노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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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잃게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당신을 놓아주기에는 내가 너무 당신을 사랑하니까.."

 

가난한 목사의 큰 딸로 태어난 샬럿 브론테는 이미 나이가 꽤 많이 들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목사 자녀들만 다니는 저렴한 기숙학교를 거쳐 가정교사 준비를 하고, 가정교사로 실제로 생활도 하였던 샬럿. 아래 동생들인 에밀리와 앤, 그리고 남동생 브랜웰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샬럿에게는 손윗누이가 두 명 있었다. 하지만 목사 자녀들만 다니는 저렴하고 형편없는 기숙학교에서의 일들로 언니 둘은 차례로 결핵에 걸려 죽게 되었고, 그것은 아버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래서 샬럿을 황급히 목사 자녀들 기숙학교에서 빼낸 아버지는 그곳과는 몹시 다른 곳에서 다시 샬럿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여자들은 학업을 할 필요가 없고 바느질이나 요리를 하는 게 제격이라는 사회풍조 속에서 보수적인 샬럿의 아버지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려운 형편에 몸이 아프시고 목사이신 아버지를 가진 샬럿에게 청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새로운 목사보인 니콜스 씨가 면접을 보러 오고 샬럿은 첫인상부터 니콜스에게 굉장한 비호감과 심지어 모욕감까지도 느낀다.

하지만 니콜스는 점점 샬럿에 대해 관심과 신경을 쏟게 되는데....

 

본인 역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샬럿. 하지만 그 전에 어린 시절 두 언니를 잃고,

사랑의 상처로 술에 망가져 버린 남동생을 잃고, 세 사람의 시와 소설을 엮어 출판한 후, 동생 에밀리와 앤 마저 같은 병으로 잃게 된 후

샬럿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스물 아홉부터 서른 여섯까지.. 그런 그녀의 곁을 지켜준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비록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샬럿의 마지막은 행복한 미소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동일 작가의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을 읽을 때처럼 두근거리고 쫄깃한 느낌은 없었지만 샬럿이 쓴 제인에어의 분위기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차게 살아가는 샬럿의 모습이나 비호감이 점점 호감으로 바뀌어가는 과정, 그리고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결국 운명처럼 만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 깊이 다가왔다.

 

p.13

나는 이 세상 모든 '제인'이 자기만의 '로체스터 씨'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을까?

 

p.14

내 모든 경험, 내 모든 생각, 혹은 내 모든 말이나 행동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지금의 나라는 존재에 분명 본질적인 방식으로 기여를 해왔다. 캔버스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붓 자국이 하나 스쳤다면, 혹은 더 짙거나 더 밝은색 물감이 뿌려졌다면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겠지? 그래서 나는 해답을 찾기 위해 펜과 종이를 마주하고 있다.

 

p.82

아! 인간 마음의 아둔함이란! 우리가 누구를 존경할지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선택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하지만 '영혼'의 괴로움은 그러나 '필히' 그리고 '꼭' 숨ㄱ야만 한다.

 

p.165

"짜릿할 거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상상력에서 샘솟아 나온 작품들을 종이에 찍힌 작은 잉크 자국들을 통해서 읽고 있다고 생각해 봐! 우리가 지어낸 생각과 이미가 우리 마음에서 그들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생각해 봐! 사람들이 내 작품들을 읽으면서 내가 글을 쓸 때 느꼈던 기쁨을 일부만이라도 느낀다면 그만한 보상이 어딨겠어?"

 

p.196

허구의 베일을 두르고 있다고는 하나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랑했고 증오했던 사람들과 장소들을 묘사함으로써 나의 추억들을 종이 위에 쏟아내는 행위는 내게 활력과 동시에 위안이 되어 주었다.

 

p.270

"헤어져 있는 두 사람,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는 두 사람 사이에는 또다른 형식의 접촉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마음이 즉시 통하는 방법으로 말이야." 그는 자기 자슴에 대었던 손을 뻗어 그 손가락 끝을 내 가슴에 대었다.

"종이도, 펜도, 입에서 나온 말도, 혹은 전령도 필요치 않는 형태의 의사소통이지."

 

p.341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다! 내 손으로 쓴 글이 활자로 인쇄되어 내 손에 들어오다니! 내 경험과 상상으로 빚어낸 이야기가 언어의 기적과 인쇄기의 도움을 받아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태어나다니!

 

p.397

살면서 자기 앞에 놓인 그 어떤 일도 질질 끄는 법이 없었던 에밀리는 이번에도 질질 끌지 않았다. 그녀는 빠르게 쇠약해졌고 우리를 떠나는 일도 서둘렀다. 몸은 약해져 갔지만 정신만은 우리가 알았던 어느 때보다 강해져 갔다.

 

p.441

"브론테 양, 내가 하워스에 온 이후로 늘, 우리가 처음 마주쳤던 거의 그때부터, 나는 당신의 그 남다른 지성과, 그 강인함과 기풍, 그리고 그 곱고 자상한 마음씨를 존경해 왔고 우러러봐 왔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세월 동안 그 존경심이 자라나 뭔가 더 깊이가 있고 더 강렬한 것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내게, 아니 상당히 오래 전부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귀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 그리고 이성과 감정의 동요를 겪었습니다.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차마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알아주지도 않는 고통을 그냥 감내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브론테양. 마음과 영혼을 다해서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되어 주겠다고 허락하는 것 이상의 영광은 이 땅 위에 없을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까? 나를 당신의 것으로 삼아 주겠습니까? 나와 결혼하여 내 삶을 함께 누려주겠습니까?"

 

p.476

"샬럿 언니, 언니는 살아 있잖아. 언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언니 인생에 주어진 선물들을 누릴 수 있어. 그런데도 언니는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죽어 땅에 묻힌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어. 브랜웰 오빠하고 다름없이 언니는 과거에 파묻혀서 살잖아.

언니, 이제 그만 헤어 나와. 때가 됐어. 전진할 때가.."

 

p.478

아! 문득,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회한으로 가슴 아파하면서 왜 내가 그토록 많은 시간을 낭비해 왔는지 궁금해졌다.

서글픔이 울컥 치밀어 올라와서 그만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오래 침대에 누워 영혼 속에서부터 솟아나오는 흐느낌을 토해 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나 스스로 부인해 온 모든 서러움을 쏟아낸 것은 맞다. 너무 빨리 생명을 내려놓앙 했던 앤과 에밀리와 브랜웰이 불쌍해서 울었다. 그들을 잃고 난 뒤 망가진 내 영혼이 불쌍해서 울었다. 그리고 그토록 오랜 세월, 남몰래 헛된 일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그대로 방치했던 어리석은 내가 불쌍해서 또 울었다.

 

p.498

나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는 니콜스 씨의 부드러운 사랑법에 감사한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를 사랑하는 법을 익힐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하느님의 선하심 속에 존재하는 섭리와 지혜가 내게 이 운명을 내어 주셨으니까 그것은 틀림없이 내게 가장 최선의 길이리라

 

p.519

무심코 올려다본 그의 눈이 촉촉했다.

"아서,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그는 목이 멘 듯 당장 대답을 못했다. 눈물을 닦아 내고 벅찬 감정을 힘겹게 억누른 끝에 마침내 그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단지 행복해서, 당신이 여기 내 곁에 앉아 있어서 행복하고, 하느님이 내 기도에 알맞은 응답을 알고 계셔서 행복하고,

우리가 드디어 남편과 아내로 하나가 되어서 행복해서 그러는 것뿐이오."

 

p.536

내 신랑을 향한 내 마음은 무엇인가? 나는 속으로 대답을 찾았다. 마음을 휘감는 애틋함, 듬직함, 그리고 고마움을 느꼈고 우리가 새로 찾아낸 친밀감과 함께 그것들이 꽃을 피워서 하루하루 점점 더 달콤하면서도 깊은 오묘한 감정으로 자라났다. 그것이 그럼 사랑인가? 아, 갑자기 희열이 밀려오면서 나는 깨달았다. 맞다! 사랑이구나! 그것은 한때 내가 사랑과 동일시했던 모든 것을 다 불태우는 달뜨게 만드는 그 열정보다 더 진지하고 진솔하며 한결 더 견고한 감정이었다!@ 나는 내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p.551

아서의 사촌들은 아서에 대한 악의 없는 고자질과 놀림을 쏟아냈다.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은 아서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떤 때보다도 느긋하고 행복해 보였다. 가슴 찡하게 그에 대한 애정이 밀려왔다. 나는 그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기가 자란 집에서 저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향에 온 그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르게 보였다. 이 으리으리한 저택과 자신을 좋아해 주는 가족 틈에서 보는 그는 물을 만난 고기 같았다. 조세프는 그에게 겸손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 이상이었다. 아서는 자기 자신 자체로 평가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p.567

나 역시 그렇게 그를 도우면서 큰 기쁨을 발견했다. 여러가지 일들은 내가 그동안도 해야했던 똑같은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목사보의 아내가 된 지금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한결 흥미롭고 소중했다. 결혼이 나를 내 안에서 이끌어내어 가장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는 길로 인도했구나 싶었다.

 

p.569

아서와 나는 나날이 더 가까워졌다. 물론 이 사람에게 이런 엉뚱한 면이 있었나, 혹은 이런 괴팍한 점이 있었나 싶은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해도 그럴 때면 서로 웃어넘기거나 의논해서 고쳤다. 아서도 작정하고 들면 흠잡을 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란 것이 원래 흠이 많은 존재고 나도 분명 예왼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도 나도 서로에게 완벽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상대의 습관과 성격에 있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점들은 눈감아 주고, 기대를 충족시키는 점들은 귀하게 여겨주고, 그 사이 어중간한 면들은 밝은 유머감각으로 대하는 법을 익혔다. 우리들은 서로를 속박하여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잘 맞았고,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다.

 

<제인 에어 중에서..>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온전히 그 사람을 위해서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 언어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축복을 나는 품고 있다. 그가 온전히 나의 생명이듯 나는 내 남편의 생명이니까. 그 어떤 여자도 나보다 자신의 짝과 더 친밀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의 뼈보다 더 절대적인 뼈, 그의 살보다 더 절대적인 살이었다. 나는 나의 에드워드와 함께 있으면 지겨울 틈이 없다. 그 역시 나와 있으면 그렇다. 각자의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지겹지 않듯이, 결과적으로 우리는 항상 함께 있다. 함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홀로 있을 때처럼 자유롭고 동시에 같이 있을 때만큼 즐거운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귀에 들리는, 보다 더 생생한 생각에 가깝다고 나는 믿는다. 나의 모든 신뢰는 그에게서 나오고 그의 신뢰는 모두 내게 바쳐졌고 그래서 우리의 성격은 잘 맞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바로 완벽한 화합이다.

 

p.575

나는 거의 10년 전, 당신이 맨 처음 내 눈에 들어왔던 그때부터, 내가 처참하게 흠뻑 젖어서 당신과 마주쳤던 그 우중충한 4월의 어느 날 당신이 머리고 얼굴이고 옷까지 모두 온통 밀가루를 뒤집어쓰고서 현관문을 열어주었던 그때부터, 당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소. 그리고 당신 안에 있는 그 여인을 알고 이해하면서 내게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날이 커져갔소. 지금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요, 샬럿 브론테, 그리고 당신은 항상 그럴 것이오.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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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VivaVivo (비바비보) 14
쿠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 / 뜨인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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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만, 전 반성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답니다.

나는 중학생이 된 후 반항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었다."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아사오카 스미레. 스미레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자라왔다.

중1에 들어오면서부터 그전과는 다른 날라리들과 범접할 수 없는 사이비 같은 아이들 가운데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홀로 밥 먹던 곳에 사이비 아이들이 쳐들어온 뒤로 함께 밥을 먹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스미레는 본심을 터뜨리고 만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된 스미레는 반에서 가장 예쁜 아오이 무리들에 들기 위해 변하기 시작한다.

치마를 세 번 접고, 머리를 염색하고, 하지 않던 일들을 하고, 스타일을 바꾸고..

스미레의 노력은 과연 빛을 발해서 스미레는 아오이 들과 친한 사이가 된다.

역시 스타일이 좋고 예쁜 아오이네 세 친구..와 스미레는 거리에 나가면 헌팅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도 싫지 않은 듯 은근 받아주며 여러가지 물건을 뜯어낸다..

스미레는 어느 정도 그러한 것에 만족하는 것처럼 살아가던 중..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오이들과 갈라져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침묵했던..

그런 일이 일어난다..

 

스미레는 이 일로 아오이들의 따돌림 표적이 되고 그때부터 괴로운 나날들이 시작된다.

대체 누가 중학생 같은 걸 만든거야 라며 불평하기에도... 험난하고 어려운 날들..

그리고 종업식을 일주일 남기고 등교거부를 하기 시작한다.

부모도 왠일인지 스미레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그러한 여러가지의 일들로 스미레는 고3 졸업반이 된 지금, 입시를 마치고 그때 당시 녹음했던 일기를 들어보며

그래도 중학생 시절이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중3 때 또 새로운 아이들과 한 반이 되면서 새로운 세계에 다시 눈을 뜨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게 되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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