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데,
회사 2층 휴게실에서 맞은편 건물의 벽을 바라보다가..
앙상히 줄기만 남은 덩굴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았다.

오래 전,
오늘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갔었던
의재 미술관을 떠올린다.

건물의 창이 프레임이 되어 바깥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 되었던 곳.

어쩐 일인지 미술관의 홈페이지가 연결되지 않아
블로그에서 사진 좀 퍼왔다.  출처 밝히면 써도 되는건가? (아닌가? -_-;) 

아, 어쨌든. 내겐 쉼, 이 필요해.. ㅠ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laquint?Redirect=Log&logNo=1100396805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이들면서 편한 것 중의 하나는, 취향이 명확해져서 사소한 일에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꽤 많은 실패, 시행착오를 반복하다가 결국 알게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말이다.
카페모카나 카라멜 마끼아또 보다는 아메리카노-조차 배불러서 요샌 자주 에스프레소로 마신다.
CGV보단 아트하우스 모모. 라디오 채널은 93.9.
크로스백 보다는 숄더백. 플레어 스커트보다는 H라인 스커트.
맥주는 레페 브라운, 쏘쥬는 참이슬 후레쉬, 칵테일은 P.S. I love you 뭐 이런 것들.

구두에 대한 내 취향은 이렇다.
굽은 7cm이고, 앞코는 뾰족할 것. 그리고 스웨이드 소재는 피할 것.
결과적으로 신발장엔 색깔만 조금씩 다른 고만고만한 구두들이
얌전히 놓여있긴 하지만, 큰 불만은 없다.
일찍이 한채영은 '꽃남'에서
좋은 구두가 여자를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나 어쩐다나 하는 말을 남겼으나
내게 구두는,
어쩌면 신고 걸으라고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형태의 신발인 하이힐과 동의어로,
그것의 역할은 매일같이 나를 싣고 온 서울 시내를 빙글빙글 도는 일이니,
굳이 말하자면 작업화인 셈이다.
매일 신는 하이힐이다보니 내가 7cm 구두를 신고 100m 달리기를 하여도,
20초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는 환상을 갖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은가.  

몇 주 전의 일이다.
외근을 나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이런. 명함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번에 명함 없이 거래처 갔다가 살짝 곤란한 경험이 있었기에..
집에 잠시 들러 명함을 들고 가기로 결정.
다른 가방 속에 들어있는 명함을 꺼내고,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현관에서
이리저리 구두를 꿰어 신고 나와 부지런히 전철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바삐 걷는 와중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굽 높이가 살짝 높이가 다른 것 같은데? 굽이 한 쪽만 닳아서 그런가.. '
하고 생각했다.
전철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에 서서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동안 발 밑을 내려보았다.
그리고는 풋, 하고 혼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바짓단 아래로 살짝 구두코가 보였는데, 세상에, 짝이 다른 구두를 신고 있었던 것이다.
한 쪽은 검정색, 한 쪽은 검정에 가깝지만 뭐..약간 광택 있는 짙은 회색.
바지 통이 넓어서 구두가 잘 안보인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비슷한 뾰족한 코였지만 한 쪽이 조금 더 뾰족했고,
비슷한 굽 높이였지만 제 짝이 아니니 완벽히 같은 높이는 아니었을테니
걸어오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 시간도 빠듯하고, 집에까지 도로 들어가서 짝을 맞춰 신고 나오긴 귀찮으니
그냥 그러고 다닐 밖에.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짝짝이 구두를 신고 돌아다녔다.
지하철에서, 거래처에서, 그리고 저녁 회의를 위해 들어간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내 짝짝이 구두를 발견하고 웃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별로 관심 없다고. 괜히 나 혼자 신경 쓰는 것이라고.
내가 연예인 얼굴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해도,
눈 여겨 보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본다 해도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과연 그런걸까..
짝짝이 구두를 신고 다녔던 하루 종일, 나만 마음 졸였던 것일까? 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마나 많은 길을 걸었던가.
굽이 닳고, 아예 덜렁덜렁 굽이 빠지려고 하는 낡은 구두를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불과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내 구두는 그렇게 망가져버렸다. 
새 구두를 사려고 새 구두를 신어보는 사이 내 낡은 구두를 집어든 신발가게 점원이 내게 말했다.
"구두굽 좀 갈아서 신지.  굽이 이게 뭐에요.."
"너무 많이 걸어서 그래요..."
...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읽으며 나는 소설속의 여자, 산이가 걸어다니는 길들을 영화처럼 재생할 수 있었다.
늘상 내가 걷던 길이었으니까.  금요일 저녁 9시쯤에 맹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미친듯 거리를 걷곤 했다.
마치 80년대 초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낡은,  청와대 근처라 고도제한 때문에 높이 올리지 못해
앉은뱅이같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맹학교에서부터 경복궁역까지의 그 길. 

그 길을 벗어나고부터는 그 날 기분에 따라 온갖 길을 다 쑤시고 다녔다.

어떤날은 정부종합청사와 현대상선 사옥 사이의 길을 지나 신문로로 나와서 금강제화와 주택은행,
새문안 교회와 구세군 회관을 지나 서대문역까지 걸어가기도 했고..
어떤날은 경복궁 앞으로, 동십자각을 지나 기무사 앞길을 거쳐 백상기념관과 풍문여고를 지나쳐 늦은 밤의 취객들만 가득한 인사동길을 느릿느릿 걷다가 종각역까지 가기도 했고
어떤날은 세종문화회관 앞길로, 코리아나 호텔과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로댕갤러리의 글래스 파빌리온을
멍하게 보다가 조명이 비춰진 남대문을 끼고 서울역까지 걸어가기도 했었다.
또 어떤날은 경복궁에서 갤러리 현대쪽으로 길을 틀어 금호 미술관, 아트스페이스 서울을 지나
삼청동길까지 들어서서 이름도 모르는 동네의 골목길을 헤매다가 정독도서관 앞으로 빠져나와
아트선재센터의 포스터들을 휘 돌아보고 낡은 목욕탕과 역시 오래돼 보이는 중국집과 분식집이
몇 있는 덕성여중과 덕성여고 사이의 길을 지나서 풍문여고 앞으로 나와 안국역으로 걷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진선 북카페에서 갈라지는 청와대 앞길을 걸어 맹학교 앞까지 걸었던 날도 있었다.

내가 수도 없이 걸어다닌 그 길들은 이제 지도를 그릴 수 있을만큼 익숙하다..
다리에 힘이 없어질 때까지, 등에 멘 무거운 가방 탓에 어깨가 아플 때까지..
나는 내 몸을 괴롭히며 걸어다녔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도록.
 

그렇게 오랫동안 걸었던 까닭에, 학교에서든 거리에서든 항상 쫓기듯 뛰어다녔던 탓에..
내 구두는 짧은 시간동안에 빠르게 굽이 닳아갔고, 구두코의 상처도 빠르게 늘어갔다..
낡은 구두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로 늘 고단했던
나를 보는것 같아 서글프다.. 
 

2001년 가을에 썼던 글, 찾아냄..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2박 3일간 집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_ 아 결혼식에 잠깐 다녀오긴 했구나 _ 저녁에서야 집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602번 버스를 기다리다가,
전에 회사 홍보기획부 대리님과 마주침.
"야아~ 우리 같은 동네 사는거 맞긴 하구나.."
그러게.  한 달쯤 전엔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었는데.
대리님, 조만간 합정동 회동도 하도록 해요..작년 겨울, 첫눈 오던 날, 오뎅 먹었던 것처럼 ㅋ
일요일날 출근하는 일은 없으셨으면.. ㅠ

2.

종로 서점 세 군데를 휘 둘러보았다.
책들은 넘치고, 넘치고, 넘치고.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비수기라 그런지 서점엔 사람이
없고, 없고, 없고.

3.

교보문고를 빠져나와, 다신 가지 않을것만 같았던,
흥국생명 계열사에서 운영하게 된 씨네큐브로 들어갔다.  습관처럼.

오늘의 영화는 '원 위크'.
To strive, to seek, to find, but not to yield!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 마디로 하자면 저 문장일까.

다른걸 다 떠나서, 영화 음악은 최고!
 
영화를 보고 나니 왠지, 진한 에스프레소가 땡기고. 

4.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왔다.
크리스마스에서 마셨던 더치커피가 든 맥주가 생각나서
모카포트에 커피를 끓여, 맥주에 부어보았다.
마치 흑맥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부글부글.
커피의 양만 잘 조절한다면, 앞으로도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겠구나 싶다.. 후훗.

5.

내일은 월요일, 전쟁같은.
거래처 인수인계를 해야하는 상황이므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을 터.
첫인상은 어때야 하는가 고민한 다음에.. 무엇을 입을지도 생각해보고.
이젠 자야지 ^^
월요일은 5시 반 기상. 후아~  
 

+ 아참.  날씨가 이런 가을 밤과 같다면야, 하루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집에 가고싶어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