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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을…
소재원 지음 / 책마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아버지, 오랜만에 불러 봅니다.
오늘, ‘아버지 당신을’ 이란 책을 읽었어요. 이제 갓 서른이 된 미혼의 청년이 쓴 소설인데, 작가가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 보니 아마도,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쓰여 진 소설 같아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도 온전히 아버지에 대해 몰입해 볼 수 있었어요.
5년 전, 그 날이 생각나네요. 당뇨합병증으로 혈액투석까지 하시다가, 심한 하혈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 가신지 두 달 만에 인공호흡기 까지 하게 되셨지요. 아직 의식이 있으실 때, 그때 뵈었던 아버지의 모습, 자꾸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만 물으셨어요. 다시 회복되어 집에 가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날이 의식 있는 모습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었네요.
5남매를 두신 아버지께서는 네 딸들이 모두 남의 집 맏이에게 시집을 가는 바람에, 명절 때마다 딸들이 집에 오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셨는지, 설날 맞춰 생을 마감 하셨어요. 이젠 설날 다음날 추도식 때문에라도 당연히 친정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 남매들은 항상 모이면 아버지 얘기를 많이 한답니다. 우리들 만나게 하려고 날 맞춰 눈 감으신 거라고요.
책에서 서 수철이란 어른이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아파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쓰라리고 아팠답니다. 아버지, 이제 와서 말씀 드리지만, 그때의 저희들, 용서해 주세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 우리들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더 아프고, 더 죄송해요.
아버지는 어린 우리들에게 늘 우주만물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지요. 신묘 막측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서도 지루해 하는 우리들에게 너무나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어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 것이 지겨워 꼬물거리는 우리들에게 아버지께서는 왜 그토록 열심히,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을까요? 지체장애였던 아버지는 집안의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큰 힘이 되지 못하셨지요. 그 덕분에 저는 어려서부터 지게지고, 거름내고, 농약 치며 온갖 농사일을 다 해야 했어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직장초기까지는 사실, 저도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었답니다. 제가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도 없을 때, 철없던 마음에서 아버지를 원망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정말 위대한 철학자셨어요. 아버지의 이야기를 회상해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해서 또 마음이 아파요. 성경을 몇 번이나 정독하신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말씀은 그대로가 멋진 설교였고, 진리였지요.
우리들이 다 자라서 출가를 하고 난 후로는 신문이나 뉴스에서 특별한 내용이라도 보이면 아버지께서는 항상 전화를 해 주셨지요. 길지도 않은 짧은 전화였지만, 우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자식에 대한 사랑임을 이미 볼 줄 알았었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나 어머니께, 받은 만큼 사랑을 돌려 드리지 못했어요. 지금도 이렇게 마음만 갖고 있지 어떻게 해 드리지도 못하고 살고 있잖아요. 가슴 속에는 항상 아릿함이 남아 자리하고 있어요.
특히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두어도, 그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거둔다’ 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마음 아파하기만 하죠.
이제 혼자 계신 엄마, 엄마 만나면 따뜻한 밥상도 차려 드리고 싶고, 다정하게 안아 드리고도 싶고, 좋은 것들도 사 드리고 싶은데, 당연히 그 자리에 오래 계실 것처럼 자꾸 다음으로 미루는 딸이네요. 아버지께도 그래야지 하는 마음만 갖고 살다가 그렇게 보내 버렸는데, 엄마께도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머니에 대한 책들은 담론화 된 것들도 많은데, 아버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그런 것들이 적구나 싶었습니다.
아버지들은 강해야 한다는 그 사명 하나로 힘들어도 힘들다 내색도 못하시고, 아파도 아프다 말씀도 못하시고, 꿈이 있어도 그 꿈 이루기 위해 혼자 뭐라도 시도해 보지도 못하시고, 그렇게 한 세상 살아오신 아버지들, 나이 들어 정작 자식들의 다정을 기대하지만, 그것마저도 내색하지 않고 삼키는 이 땅의 아버지들, 자식들 기죽이지 않으려고 돈 벌어 이것저것 다 해 주시는 아버지들, 자식들 멀리 보내놓고 홀로 돈 벌어 보내주고 사는 기러기아빠들... 생각해 보면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요. 행복이 별것이던가요? 가족들 화목하게 오순도순 모여 살며 맛있는 음식 함께 먹고, 좋은 곳 함께 다니며, 힘들 때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해 주는 것, 그것이 행복 아니던가요? 아버지들이 바라던 행복, 그렇게 어렵고 크기만 한 것이 아니었을 텐데, 자식 된 우리들은 왜 그리도 당연하다 여기며 아버지를 아버지 자리에만 두고 말았을까요?
아버지, 살아오면서 아버지께 제 마음 표현해 드리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도 아쉽고 또 아쉽네요. 마지막 가시는 길, 그 때 잡아 드렸던 아버지의 손, 그 손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도 안아 드리지도 못했는데, 사랑한다 한 마디도 하지 못했는데......여행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것도 너무나 후회스러워요. 열일을 제쳐 두고서라도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이젠, 우리 자식들과는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해주며 살려고 해요.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우리들의 아버지여서 참 감사합니다. 아시죠?
아버지의 첫 딸 드림
더하여: 미리 짐작을 하긴 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꺽꺽 거리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멈춰야 했다. 소설의 구성을 논한다거나, 작가의 역량을 생각한다거나 할 겨를도 없이 감정적으로 푹 젖어들게 했던 책이다. 독자의 감정을 정화시켜준 차원에서 이 책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아들과 아버지로 자리한 수많은 이들이 꼭 읽어 보기를 바라는 책이다. 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