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야하다 -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더글러스 T. 켄릭 지음, 최인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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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인간 본성의 비밀’ ⟪인간은 야하다⟫라는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머리가 그려져 있고, 그곳에 달린 문을 열고 빨간 구두를 신은 섹시한 느낌의 여자 다리와,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는 남자의 팔이 삐져나와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더글러스 T.캔릭은 진화심리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이자 전문가라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 인간의 내면에 깊이 숨어 있어 때로는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살아가는 ‘섹스와 살인’에 관한 인간본성을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진화의 맥락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한 저자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내재되어 있는 몇 가지 규칙들을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가, 규칙은 단순하고 이기적이다 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규칙이 단순하다고 해서 사람들도 단순한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며, 세 번째는 단순하다고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이기적인 규칙들이 이기적인 사람들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단순한 규칙은 사회적 복잡성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규칙들을 통하여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준다.

 

그는 인간이 모두 다중인격을 갖고 있다고 보았는데, 각각의 하위자아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였다. 그 개별 하위자아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속과 관련된 문제와 기회를 관리하는 협동가, 지위와 관련된 문제와 기회를 관리하는 야심가, 자기방어와 관련된 문제와 기회를 관리하는 야경꾼, 질병을 피하는 일을 맡는 강박증 환자, 짝을 찾는 데 관심이 있는 자유분방한 싱글, 짝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 훌륭한 배우자, 가족들을 돌보는 데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맡고 있는 부모 등의 하위자아들이 그것이다. 캔릭은 이러한 분류를 하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자체도 새롭게 구성해 놓았다. 이때 새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는 바로 ‘양육’이 차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가 여자를 선택할 때는 미모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여자가 남자를 선택할 때는 ‘양육’을 함께 할 수 있는 남성을 찾는데, 이때 흥미로운 것은 바로 남자의 지배성을 본다는 것이다. 여성은 궁극적으로 사회적지배성이 큰 사람에게서 성적 매력까지도 느낀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공격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는 우리는 모두 살인을 꿈꾼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남성들이 살인을 하게 되는 가장 흔한 동기는 사소한 언쟁이라는 사실과, 여성들은 대개 자기방어를 위해 살인을 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성선택(짝을 찾는 일=섹스)과 폭력(공격성=살인)에 대한 저자의 연구결과들은 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들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책 속에 다양하게 펼쳐진 그의 주장들은 왠지 아직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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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은 여자 1
임선영 지음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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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의 작가 임선영의 새로운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솔직히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강한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소설속의 여자는 이혼하고 싶은 것일까? 이혼을 하기는 한 것일까?

그런 사소한 흥미를 품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책장을 넘겨 갈수록, 무엇인가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주인공 ‘지정선’의 꼬일 대로 꼬인 운명, 그 그물 속에서 계속 바둥거려야 했으므로.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지정선이 당하는 고통이 쓰라리고 암담하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결국 다시 빠져들고, 그 운명 같은 덫에 걸리고야 마는 주인공이 너무나 안타까워 화가 날 지경이었으니. 너무나 치졸한 남자 주인공 ‘송재현’, 그가 살아가는 방식에 나도 따라 분노가 일었지만,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결국 그들의 해피엔딩은 없었다. 진행형이라고 볼 수밖에......


여자라서 당하고 살 수 밖에 없었다는 말로 이해하기엔 주인공 지정선은 너무 똑똑하기에 읽는 내내 내가 더 답답함을 느꼈다. 차라리 어리숙하거나 바보 같기라도 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학벌, 외모, 가문, 재산 등 어느 것 하나도 꿀릴 것이 없는 여자임에도, 평생을 그렇게 남편이란 남자에게 치이고 기만당하며 살고 있는  여자, 같은 여자임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글쎄,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자식들을 위해 매정하게 떨쳐내지 못하는 남편, 그 남편에게 평생을  속고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의 인생을 새롭게 찾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이 물음 앞에 오래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약물로 마취된 상태에서 남자에게 순결을 잃고, 결국엔 할 수 없이 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

그 남자에게 이미 오랫동안 동거하는 여자가 있고, 다른 여자관계도 수없이 복잡하다는 걸 알면서도 뱃속의 아이 때문에(아빠 없는 자식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는 마음) 결국 결혼을 하는 것.

이혼을 한 후에도 자식을 핑계로 계속 드나드는 그 남자를 용납한 것.

그러한 과정에서 대대로 내려온 술도가인 친정도 패망하고 만다.

 

시대가 강요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이러한 악연이 언제쯤 깔끔하게 정리되고 끝이 날까 하는 기대로 날 밤을 새고 읽었던 책인만큼  시원치 못한 결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이란 것이 자기가 걷는 방향대로 흘러간다고 볼 때 , 무어라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인생 아니겠는가?  그것이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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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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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우편함 4640호!


미국은 전쟁을 끝내고 이 우편함에 담긴 수많은 편지들을 무슨 생각으로 가져갔을까?

이렇게 살갑고,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편지들조차 전리품으로 여긴 것일까?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잠자고 있던 편지들이 빛바랜 얼굴을 보여준다.

 

- 전사보다 더 생생하고 소설보다 더 감동적인-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아직  흐르고 있는 역사다. 주소에 나타난 바와 같이 조선인민군우편함에 담겨 있던 편지들은 대부분 북에 사는 사람들의 편지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한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전선으로부터 38선을 넘어 압록강변의 초산까지 진격하였던 유엔군 반격 및 북진기(1950년 9월 15일-1950년11월25일까지)에 노획한 물건들일 것으로 짐작된다. 편지에는 미군의 폭격에 낮과 밤을 달리하여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는 내용도 보이고, 폭격에 목숨을 잃은 이야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날씨가 추우니 ‘도랑크 안에 흰 내복을 원근이에게 입히시요’(p. 54)라는 애타는 엄마의 편지,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족들 걱정으로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길러주시우’(P.108)라고 아내에게 부탁하는 남편의 편지, 인민군에 입대한다고 말도 못하고 입대해서 죄송하고 그립다는 아들의 편지, 군에 입대한 자식의 생사를 알지 못해 애타하는 부모의 편지, 형제자매, 친구, 동료, 애인 등을 향한 이 편지속의 주인공들은 정말로 너무나 생생하여 읽는 동안 애간장을 녹이게 하였다. 이 편지는 결국 주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하였다. 그러니 그 당사자들이 그 후 다시 만났는지, 혹은 폭격에 목숨을 잃었는지, 아니면 영영 생이별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편집하여 낸 이흥환님의 바람처럼 행여, 먼 세월 돌아왔지만, 이 책을 통하여 한 사람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적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래본다. 이념과 전쟁의 역사 틈새에서도 인간의 삶은 일상적으로 흘러가는데, 이 사실이 또한  처절하게 애달프고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중공군 침공기에는 남쪽의 사람들이 우편함에 넣었던 편지들이 그들의 전리품으로 실려 갔을지도 모르는 일, 그렇다면 중국이나 소련의 비밀문서 보관소에 그 편지들이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살아있는 역사가 보관소에서 영원히 잠들지 않고 빛을 만나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지를 통하여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 것도 이 책을 읽는 소소한 기쁨인데, 솔직히 ‘기쁨’이라고 표현해 놓고 보니 너무 미안하다. 전쟁은 그 당사자들에게 있어 무엇을 갖다 붙여도 결코 웃을 수 있는 역사가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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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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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하면 ‘아름다운 남도길’ 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나 역시 남도 사람이기 때문일까?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처음 이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인터넷을 통한 광고가 없으면 새 책이 나왔는지 알지도 못할 뻔한 현실) 비록 폐사지이기는 하지만, 참 아름다운 남도의 답사길 정도로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다.


<대구에서 태어난 작가 이지누는 우리 문화를 섬세하게 톺아보는 관찰자이자 기록자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순정한 풍경과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문화들을 이십 년 넘게 글과 함께 영상매체로 기록하고 있으며, 1994년부터는 금기시되었던 휴전선 일대의 문화기행을 주도하며 만들어진 '우리땅밟기'라는 문화답사 단체를 이끌고 있다. 여러 잡지나 신문의 사진편집위원과 편집인 그리고 논설위원을 거쳤으며 지금은 오로지 스스로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 동안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강원도, 경상도편」, 「잃어버린 풍경1-서울에서 한라까지」, 「잃어버린 풍경2-백두산을 찾아서」, 「이지누의 집 이야기」와 「관독일기」와 같은 책들을 냈다.> - 출처: 네이버

 

나는 이지누라는 작가를 2000년의 초반, <디새집> 이라는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은 ‘한국의 내셔널지오그라피’라는 평을 받을 만큼 훌륭한 책이었다. 이번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펴낸 책들을 둘러보니 우리 역사, 특히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라는 제목을 보고 상상했던 것은 이 책이 폐사지 답사를 통하여 자신의 마음을 비워내고, 실체를 바라보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남도의 아홉 군데 폐사지를 찾아 딛는 그의 발자국과, 그의 시선, 그의 마음결을 따라 책을 읽어가며, 이러한 제목을 붙인 까닭이 무엇일까? 찾아보고자 행간의 의미를 살피는데도 힘을 쏟았다. 그러나, 그 답은 그냥 포기했다.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굳이 생각하여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흘러가면 그만인 것이다. 그것이 자연인 것이다.


나는 크고 화려한 사찰들보다 작고 아담한 사찰들이 훨씬 더 정겹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이 책속에 소개된 천관산은 어려서 어느 바위 밑에 기도하러 갔던 기억이 있어 잊히지 않는 나름대로 강렬한 산이다. 지금은, 그 산 속에 자리한 수많은 불교적인 이야기들이 이지누를 통해 술술 들려오는 것이 또한 강렬하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아주 해박한 불교적인 지식이 담겨있고, 그렇다고 해서 식자의 권위가 묻어있지도 않고, 민중적이며(대중적이라고 할까?), 지극히 사적이기도 하다. 그냥 지나치고 말 수 있는 곳들도 그의 시선을 통해 참 아름다운 풍경으로 찍히우고, 그의 손끝을 통해 맛깔스런 이야기들로 새겨져 나온다. 특히 4장의 화순 운주사 터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였다. 작가에게 ‘운주사는 여전히 절이 아닌 절터’라고 하는 이 곳. 사찰순례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운주사 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으니, 자신있게 권하는 것이다. ‘그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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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가방 -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김희진 옮김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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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보기로 한 장클로드 카프만의 시도가 재미있다. 그는 파리 5대학 부설 사회관계 연구소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이다. 그는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끄집어내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보편적이고도 심오한 사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그의  연구에 걸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소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서 우리를 흥미롭게 해 준다.

 

여자들에게 있어 가방이란 무엇인가?
여자들에게 있어 가방이란, 참으로 무수한 삶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적고 나니 가방이 몇 개 되지 않은 나도 할 말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많게는 백 개가 넘는 가방을 소유한 여자들도 있고, 단지 계절 따라 몇 개의 가방만을 갖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고 한다. 큰 가방, 중간 가방, 작은 가방, 중저가 가방, 명품 가방 등 그 종류도 실로 다양한 것이 또한 여자들의 가방이다. 가방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선택도 많이 해야 한다. 날씨 따라, 패션 따라, 기분 따라, 분위기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가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본의든, 타의든 자신의 가방을 정리하게 된다. 필수품들을 가방마다 마련해 두고 사는 사람들은 드물 테니까.

 

여자들의 가방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가끔 핸드폰이 가방 안에서 울려 댈 때, 그것을 찾기 위해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고 뒤죽박죽된 물건들 사이를 헤맨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열쇠도 마찬가지다. 자주 사용하고, 중요한 것들이 꼭 가장 나중에 찾아지고,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것들을 찾기 위해 결국은 가방 안에 온갖 물건들을 다 쏟아 내서  확인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보면 가방 안에는 정말 별의별 것들이 들어 있곤 한다. 아무리 정리를 한다고 해도 가방은 금새 또 복잡해지고,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참 난감한 일이다. 이런 가방을 누군가에게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역시 참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그 안에 무슨 큰 비밀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자신의 내면을 들킨 듯한 묘한 부끄러움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방이 좀 어수선하다고 해서 그 여자의 삶까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것은 아니다.

 

가방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장클로드카프만에 의하면 여자는 가벼워지길 원하면서 가방에 모든 걸 다 갖고 다니길 원하며, 인생의 모든 순간을 가방 안에 넣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 가방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곧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일까? 여자의 가방은 삶이 가장 강렬해지는 40대에 가장 커진다고 한다. 어깨에 실리는 가방의 무게가 삶의 무게가 되는 순간이다.
가방에는 두 가지 삶이 있다고 하는데, 그 첫 번째는  완벽하게 자기 자리에 있는 삶이다. 정말로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하게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여자들은 가방을  몸과 아주 가까운 곳에 밀착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삶은,  남들의 이목을 끄는 찬란하고도 눈부신 삶이다.  우아한 여인들의 가방 든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손으로 가방을 들어 앞섶쯤에 위치하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불편한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또한 여자들의 한 속성이기도 하다.

 

여자가 가방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벌거벗고 외출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사람도 여자이다. 여자의 가방이 진정 그녀 ‘자신’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가방을 들여다본다고 상상해 보라, 낯 선 손길이 내 가방을 뒤적인다고 상상해 보라. 오싹하지 않는가? 이는 바로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여자의 가방은 사소하지만, 가장 예민한 것이며, 자신의 영혼과 분명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나와 너의 가방은 어떠한가? 꼭  한 번 들여다보고 싶다. 참 재미있는 소재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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