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방 -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김희진 옮김 / 시공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먼저,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보기로 한 장클로드 카프만의 시도가 재미있다. 그는 파리 5대학 부설 사회관계 연구소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이다. 그는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끄집어내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보편적이고도 심오한 사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그의  연구에 걸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여자들의 가방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사소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서 우리를 흥미롭게 해 준다.

 

여자들에게 있어 가방이란 무엇인가?
여자들에게 있어 가방이란, 참으로 무수한 삶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적고 나니 가방이 몇 개 되지 않은 나도 할 말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많게는 백 개가 넘는 가방을 소유한 여자들도 있고, 단지 계절 따라 몇 개의 가방만을 갖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고 한다. 큰 가방, 중간 가방, 작은 가방, 중저가 가방, 명품 가방 등 그 종류도 실로 다양한 것이 또한 여자들의 가방이다. 가방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선택도 많이 해야 한다. 날씨 따라, 패션 따라, 기분 따라, 분위기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가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본의든, 타의든 자신의 가방을 정리하게 된다. 필수품들을 가방마다 마련해 두고 사는 사람들은 드물 테니까.

 

여자들의 가방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가끔 핸드폰이 가방 안에서 울려 댈 때, 그것을 찾기 위해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고 뒤죽박죽된 물건들 사이를 헤맨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열쇠도 마찬가지다. 자주 사용하고, 중요한 것들이 꼭 가장 나중에 찾아지고, 구석 어딘가에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것들을 찾기 위해 결국은 가방 안에 온갖 물건들을 다 쏟아 내서  확인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보면 가방 안에는 정말 별의별 것들이 들어 있곤 한다. 아무리 정리를 한다고 해도 가방은 금새 또 복잡해지고,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참 난감한 일이다. 이런 가방을 누군가에게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역시 참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그 안에 무슨 큰 비밀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자신의 내면을 들킨 듯한 묘한 부끄러움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방이 좀 어수선하다고 해서 그 여자의 삶까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것은 아니다.

 

가방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장클로드카프만에 의하면 여자는 가벼워지길 원하면서 가방에 모든 걸 다 갖고 다니길 원하며, 인생의 모든 순간을 가방 안에 넣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 가방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곧 그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일까? 여자의 가방은 삶이 가장 강렬해지는 40대에 가장 커진다고 한다. 어깨에 실리는 가방의 무게가 삶의 무게가 되는 순간이다.
가방에는 두 가지 삶이 있다고 하는데, 그 첫 번째는  완벽하게 자기 자리에 있는 삶이다. 정말로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하게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여자들은 가방을  몸과 아주 가까운 곳에 밀착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마음이 안정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삶은,  남들의 이목을 끄는 찬란하고도 눈부신 삶이다.  우아한 여인들의 가방 든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손으로 가방을 들어 앞섶쯤에 위치하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불편한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또한 여자들의 한 속성이기도 하다.

 

여자가 가방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벌거벗고 외출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사람도 여자이다. 여자의 가방이 진정 그녀 ‘자신’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내 가방을 들여다본다고 상상해 보라, 낯 선 손길이 내 가방을 뒤적인다고 상상해 보라. 오싹하지 않는가? 이는 바로 자신의 영혼을 보여준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여자의 가방은 사소하지만, 가장 예민한 것이며, 자신의 영혼과 분명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나와 너의 가방은 어떠한가? 꼭  한 번 들여다보고 싶다. 참 재미있는 소재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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