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진리
필립 얀시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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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의 책이 출판사를 바꿔가며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우선 반갑다. 그의 몇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였으나, 그것으론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얀시는 아직 충분히 주목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무식하게 나눠 '저자'와 '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무식한 구분법에 의하면, 나에게 필립 얀시, 프레드릭 뷰크너, 유진 피터슨 등은 작가이다. 그렇다고 저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저자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뛰어난 서사와 문체로 전하는 작가도 있어야 한다. 대중은 작가에게 환호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독 출판계엔 작가가 거의 없거나 드물다. 아무튼.)    
 
이 책은, 그의 에세이 13편이 실린 글모음집이다. '필립 얀시 입문서'로 제격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수준 높은 그의 에세이를 만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책에서도 그의 유려한 글솜씨를 경험할 수 있지만, 그의 글쓰기는 서사적 구조에서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는 면에서 이 책은 충분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얀시의 책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글맛이다. 또한 일부 에세이는 그 시의성이나 적합성 면에서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맥락을 가진다(특히 9장 "복음주의자란 누구인가?").
  
무엇보다 최종훈의 번역이다. 출판사들은, 최종훈 번역에는 반드시 "번역 후기"를 포함하길 바란다. 그는 믿을 만한 번역가이면서도, 뛰어난 글쟁이다. <기도_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최종훈의 번역 후기는 그 자체로 반짝반짝거린다. 최종훈의 글을 일부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이 책 역시 철저하게 '얀시 공식'을 따른다. 고통, 윤리, 도덕, 오늘날의 첨단 과학, 복음주의, 구호 활동, 예술 따위의 거대하고 사변적인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일관된 논리를 지켜간다. 하나님이 애초에 그리셨던 밑그림을 더듬어보고 거기에 오늘의 현실을 비교하며 어떻게 그 간극을 좁혀갈지 이야기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잔뜩 불신만 키워놓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독자들을 이끌고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 신학자들의 해석을 두루 섭렵한다. 동서양을 오가고 시대를 종횡무진 뛰어넘는다. 유대인 랍비의 해석과 소설가 프레드릭 뷰크너의 접근을 나란히 비교하고, C. S. 루이스의 회의와 도로시 세이어즈의 판단을 대조하며, 바흐와 멘델스존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역자로서는 곤란한 노릇이다."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지만 얀시의 손가락은 현실에 매몰된 현대인이나 교리의 한계에 갇힌 크리스천을 비난하는 데 사용되는 법이 없다. 같은 처지에서 동일한 고민을 품고 살았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삼은 뒤에도 여전히 불투명한 결론을 붙들고 씨름하는 동료 인간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어렴풋이 보이는 목적지 방향을 가리켜 보이는 데 쓰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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