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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ㅣ 박영선 목사 설교선집 1
박영선 지음, 조주석 엮음 / 복있는사람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복있는사람이 <메시지>로 한참 호황을 누리기 시작할 때, 난 좀 우려했었다. 복있는사람의 콘텐츠가 <메시지>로 획일화 되는 것에 대해(또는 이질적 두 트랙처럼 보이는, <메시지>와 로이드 존스를 위시한 청교도 서적들로 양분되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와 맞물려 돋보이는(콘텐츠 뿐만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단행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이런 우려는, 사실 그만큼 복있는사람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선보인 박영선 목사 설교선집 시리즈는 다소 위안이 된다.
현재 교회 현장에서 사역하는 한국의 목회자 중에 '전집'을 만들어 볼 만한 설교자로, 거의 유일한 설교자가 박영선 목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엮은이인 조주석 국장과의 대담집인 <시간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복있는사람, 2011)에서 박영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분명히 제가 커 온 당대 한국교회의 보편적 신앙과 일치하지 않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배운 신앙은 확신과 모범의 길이었으나, 저는 고민하고 생각하는 길로 인도되었습니다. 거부하고 의심하는 것 역시 신앙에서 중요한 과정이며 내용임을 깨닫습니다."
박영선 목사의 설교 사역은 분명 한국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단 설교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와 결을 가졌다. 깊은 사색의 자리에서 움트는 거룩함! 이런 특별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의 설교 속에서 마음껏 회의하고 방황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한때 그가 그 학교의 설교학 교수라는 것만으로, 합동신학대학원에 가고 싶었을 정도였다). 욕심 내어 바라기는, 각기 다른 출판사로 흩어진 그의 저작이 언젠가 전집의 형태로 가지런히 선보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번엔 '선집'으로 만족하련다. 잘 만들었다. 일부 내용을 원래의 설교집과 비교하여 보았는데, 발췌만 한 것이 아니라(발췌도 세심히 잘했다) 잘 다듬기까지 했다. 이런 책은, 독자로서 참으로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