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평점 :
내 나이 마흔. 이제 몽테뉴의 시대가 온 것일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직도 섣부른 희망일 뿐인가? 어찌 되었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위로받았고 격려받았다. 책으로 맛본 간만의 '힐링'이었다. 자유롭고도 흔들림 없는 그의 사색은, 뛰어난 전기 작가 츠바이크에 의해 단단한 성찰의 텍스트로 전해진다. "작은 장소에 묶여 있는 사람은 작은 근심에 빠진다." 한편, 나의 세상에 직면하되 스스로를 세상의 격동에서 지켜내고, 자유로운 인문주의자로 살고자 했던 몽테뉴의 삶과 사상은, 또다른 격동의 세월에 휘말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츠바이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작가 츠바이크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을 떠나 남아메리카로 망명을 가고, 그곳에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츠바이크는 몽테뉴를 스승으로 삼되, 그토록 갈망하던 스승의 자유에 왜 이르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몽테뉴의 '위로하는 정신'은, 나를 구원할 것인가? 아마 츠바이크는 그것을 기대할 것이나, 두고 볼 일이다.
"자신을 책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몽테뉴는 '그 다양한 내용을 읽는 것이 나의 생각하는 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판단력이 기억을 동원하여 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자신을 자극해서 거기에 대답하도록,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이끌고, 그래서 몽테뉴는 책에 메모하고, 줄을 긋고, 마지막에는 책을 다 읽은 날짜와 그 책이 자기에게 준 인상을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비판도 아니었고 문필 작업도 아니었으며, 그냥 연필을 손에 잡고 하는 대화였다."(93-94면)
"몽테뉴가 평생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질문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타나는 놀랍고도 선량한 점은 그가 이 질문을 명령문으로 바꾸려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를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로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110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 살기 시작한다."(102면)
"세상일에 신경 쓰지 마라. 네 안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을 구원하라. 다른 사람들이 파괴하는 동안 건설하고, 이 광기 한가운데서 너 자신을 위해 분별을 지키도록 노력해라. 너 자신을 잠가라. 너 자신의 세계를 세워라."(1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