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 -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드니즈 레버토프가 쓴 시를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도착이다.' 자신이 시인으로 성장해 간 이야기를 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그 표현을 보고 나 자신이 목사로 형성되었던 과정도 그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목사로 만들어지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지도 모르는 채 내딛는 나의 걸음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필 수 요소가 되어, 일관된 삶과 소명이라는 나의 도착점에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통합되었던 것이다.", 유진 피터슨, 18쪽.

"한걸음 한걸음이 도착이다." 그 스스로가 '한 길 가는 순례자'였던 피터슨의 고백이기에, 나의 시선과 마음이, 그 고백에 한참을 머무른다. 나 역시,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다. 스물 셋에 신학교에 편입하여 스물 아홉에 졸업하고, 다시 신대원에서 한 한기를 공부하던 동안, 그 고민은 끊임없이 나의 삶을 맹렬히 흔들었다. 결국, 난 '목사가 되지 아니하는 소명'을 가진 것 같다고 언젠가 나의 멘토이자 당시 내가 모시던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신학교를 떠났다. 난 '목회자가 되지 아니하는 목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난 그 지점에서 타협할 수 없었다. 다른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목사 피터슨'의 글을 읽으며, 내가 좀더 일찍 이 글을 읽었다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방황했던 신학생 시절, 이 글을 읽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상상해 본다.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금 이 시점에서', 목사이길 포기하고 '책 파는 따위의 일'에 종사하는 나의 자리에서, '목사 피터슨'의 글은, 좌절이나 낙심 따위가 아닌, 또다른 '희망'이 된다. 아직 나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불확실성이지만,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이 도착'일 것이라는 피터슨의 격려가 힘이 된다.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지도 잘 모르고 내딛는 나의 걸음이, 일관된 삶과 소명이라는 나의 도착점에 조용히 그러나 서서히 통합'되어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목사 피터슨'의 글은 '목사가 되지 아니하기로 작정한 나의 소명'을 격려한다.

ps. 이 책은, 이 땅의 모든 목회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더 넓게는 모든 사역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그를 따라 "한 길 가는 순례자"의 삶을 소원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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