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세대, 그 갈등과 조화의 미학
송호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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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머나먼 타국에 갔을 때 시차 적응이 안되서 겪어야 하는 몸살 비슷한 무기력증과 미열이 전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하여 우리를 엄습한 이 변화의 물결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변화는 항상 고통을 동반하는 법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의례적인 이 고통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그들은 광기어린 군중으로 돌변하게 된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이런 광기어린 군중들이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헤집고 다니며 뒤틀린 심사를 토해 놓은 흔적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역사를 조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희생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얄팍한 정치가들은 이런 희생양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이것은 특종을 찾는 기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겠지만 진정으로 국가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촌극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런 사람들이 대세를 장악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방치하면 우매한 군중은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3김 정치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던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송호근의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는 우리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실효성 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한국 사회 분석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세대(generation)'이다. 확실히 2002 대선의 이슈는 세대의 충돌이었다. 수구 세대인 5060세대와 신세대인 2030세대의 충돌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충돌에서 2030세대가 지지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2002 대선은 여느 대선과는 다른 독특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5060세대는 그들이 거부하던 변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심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자질면에서 떨어지는 조중동의 썩은 펜들이 이것을 부채질했다는 것에 있다. 그들은 한국은 거대한 세대 충돌의 와중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사태를 호도했다.

저자인 송호근 교수는 신뢰성 있는 통계 자료를 근거로 5060세대가 변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세대 충돌론이라는 편견에 제동을 건다. 2030세대의 저항을 5060세대가 수용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양 세대가 유사한 방향으로 여행을 시작했음을 갈파한다. 두 세대가 갈등한 것도 사실이지만 상당한 시간 동안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생활 세계'라는 공유된 공간을 통하여 통합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사적 생활 세계를 공적인 것보다는 중시하는 2030세대와 국가가 강요하는 공적인 의무때문에 희생됐던 사적인 생활 세계를 깨달은 5060세대 사이에는 거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통합적 시각이 아닐까? 사회 통합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냉철한 분석은 반드시 우리가 습득하고 넘어가야 할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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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짐 콜린스 & 제리 포라스 지음, 워튼포럼 옮김 / 김영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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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보면 매우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The important thing is invisible to the eyes.)'라는 말이다. 나는 생택쥐베리의 이 위대한 통찰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이 이 한 가지 진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진리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양이다. 내가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의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은 이것이다. 바로 목적의 타락은 쇠퇴를 부른다는 것이다. 인간은 매우 이중적인 동물이다. 고귀하지만 저질이기도 한 것이 인간이다. 어떤 기업의 성공 여부는 이러한 인간의 내면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측면을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고상하면서도 위대한 목적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바로 이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3M의 끊임없는 제품 개발, 디즈니의 기상천외한 놀이공원 구상, 보잉의 도박과도 같은 747 점보 제트기 제작 등은 그 기업 전체를 관통하는 고귀하면서도 실제적인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의 저자들이 비전 기업으로 분류한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3M: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한다.
HP: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공헌한다.
메르크: 인간의 삶을 보존하고 개선한다.
SONY: 여러 사람들에게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
월마트: 보통 사람들에게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것과 같은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월트 디즈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혹자들은 이런 것들이 대외 선전용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듣기 좋은 소리는 어디까지나 이념일 따름이고 실제로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위의 기술한 기업들이 실제 경영에서 그들이 내건 목적에 기초하여 전략을 수립했고 인재들을 키워내서 조직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윤 창출을 기업의 존재 목적으로 내건 기업들과의 차별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의 발전과정에서 겪기 마련인 여러 형태의 위기에서 고귀한 목적에 의해서 동기부여된 인재들이 위기 돌파에 필수적인 창의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는 경영 전문 용어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경영 관련 서적보다도 경영의 핵심을 꼬집어 내고 있다. 생텍쥐베리가 말한 그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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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해리슨의 코리안 엔드게임
셀리그 해리슨 지음, 이홍동 외 옮김 / 삼인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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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셀리그 해리슨을 처음 본 것은 우연히 시청했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모 방송국의 다큐멘터리에서였다. 사뭇 진지한 어조로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하는 그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美국무부의 관리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남의 나라 정세에 관해 훤히 꿰고 있단 말인가. 그가 1950년대부터 아시아에서 활동한 베테랑 저널리스트라는 사실을 안 건 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이 책 코리안 엔드게임의 첫 장을 펼쳤을 때였다. 책 표지 뒷면에 있는 그의 프로필을 읽어보고 나서 나는 지체없이 이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셀리그 해리슨의 냉철함이다. 내용을 서술하면서 그가 제시한 논거들은 모두 사실(fact)이다. 그의 예측 또한 그가 경험한 사건과 수집한 사실들에 근거한 매우 조심스러운 시도이다.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편견이 얼마나 북한 내 매파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지 또 이로인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 관리들에 대해 서술할 때를 제외하고 그는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분석자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이 정도면 노기자의 뼈 속 깊이까지 배인 철저한 직업의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절반 이상 읽고 나면 이 노기자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셀리그 해리슨의 냉철함과 대비되는 세 가지 요소가 눈에 띈다. 이것들은 북한 핵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차례대로 짚어보자.

첫째는 미국의 오만함이다. 1994년 체결된 제네바 북미 합의는 충분히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이 단시일내에 스스로 붕괴하리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제네바 북미 합의에 적시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에 대해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찰을 거부하고 핵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이러한 안이한 태도 뒤에는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함이 도사리고 있다.

둘째는 한국내의 비이성적인 민족주의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유교적인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반미주의자들이 美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을 때 그들은 북한을 전술 핵무기로 공격할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조반정으로 집권한 서인들이 실리 외교를 펼치던 광해군을 내몰고 친명반청의 명분을 분명히 했을 때 그들은 아마 자신들의 명분에 충실했다는 자족감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오랑캐라고 멸시했던 청군이 쳐들어와 인조의 머리채를 잡고 삼궤구복의 치욕적인 역사를 남기게 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복잡한 상황에서 명분에만 집착하는 비이성적인 민족주의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셋째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일본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일본은 아시아의 리더로써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일본의 바램은 과거사의 청산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 일본의 이러한 태도는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본은 여기서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수준의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일본이 조립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적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셀리스 해리슨은 매우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가로막고 있는 요소들을 빠짐없이 나열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가장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앨빈 토플러의 전쟁과 반전쟁의 서문에 있는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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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 5천 년 중국 역사 최고의 인재 활용 경전 중국인의 지혜 시리즈 2
렁청진 엮음, 김태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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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에게는 다른 민족들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유산이 있다. 바로 수 천개에 이르는 고사들이다. 그들은 조상들의 경험을 고사라는 이야기 형태로 남겨서 자손들에게 전수했다. 중국인들의 머리 속에는 이 수천 개의 이야기들이 저장되어 있다. 중국인들은 삶 속에서 이 이야기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사는 것 같다. 난 최근에 중국의 매끄러운 권력 이양을 보면서 매우 놀란 바 있다. 등소평에서 장쩌민으로, 장쩌민에서 후진따오로..... 그들의 권력이양은 놀랍도록 조용하면서도 원활하게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부작용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러한 안정된 권력 이양도 역시 중국인들만이 가진 그 수천개에 달하는 이야기들 때문이 아닐까?

렁청진의 변경은 작가의 창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수천개의 고사 중에서 인재 변별에 관련된 것들만 따로 모아서 편집해 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 수천 년에 걸친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했던 인재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정서나 사상면에서의 일체성이 그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론 공맹사상과 노장사상, 법가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공산주의가 지배했던 냉전시대에도 이러한 그들의 문화적 사상적 일체성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그들이 21세기의 중국을 이끌 지도자로 후진따오를 선택했다는 사실에서 확연하게 증명된다.

변경에 나오는 인재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다른 민족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중국인들만의 독특한 인재 선별 기준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중용의 미덕이다. 그것은 긴 역사를 통한 시행착오의 과정 끝에 중국인들이 찾아낸 나름대로의 인재 변별 기준이다. 공자와 맹자가 지지하는 요순시대의 인(仁)을 통한 통치는 도덕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많은 변방 민족들과 대치해야 했던 중국인들에게는 나라의 모든 역량을 짜임새 있게 조직화할 수 있는 방책은 아니었다. 반면에 나라의 기강 확립과 부국강병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법가의 사상은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진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하지만 진의 짧은 운명이 말해 주듯 엄정한 법 집행만으로는 안정된 통일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인들은 이 두 사상의 중간 어느 지점에 그들이 찾던 정답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을 그들은 '중용'이라고 표현한 듯 하다.

중국인들이 추구하던 중용의 미덕이 가장 잘 구현됐던 시기가 바로 당태종 이세민이 통치하던 때가 아닌가 한다. 이른바 '정관의 치'라고 일컬어졌던 그의 치세는 인재 등용에 있어 중용의 미덕이 가장 잘 지켜졌던 것에 연유한다. 변경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인재들이 대부분 그의 밑에서 재상을 지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은 변경 전체를 관통하는 인재 변별의 기준으로서 중용의 미덕이 가장 포괄적이고도 중요하게 적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경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어설픈 분석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변경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변경에 나와있는 이야기들은 매우 재미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하나하나씩 펼쳐지는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고 반응하여 생겨나는 전체적인 흐름을 발견하는 또하나의 재미가 있다. 이 재미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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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혁신을 위한 설득의 방법, 스토리텔링
스티븐 데닝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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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강한 바이러스와 같은 번식력을 자랑해서가 아니다. 스토리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전체 줄기를 이루고 있는 줄거리를 중심으로 여러 부류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며 다양한 유형의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배경또한 무시못할 스토리의 구성 요소가 된다. 이렇게 여러가지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이야기의 탄생 과정은 여러가지 요소의 절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생명체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소설이 문학의 주요 장르가 된 것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생명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성경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실은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그 천성 가운데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서점에 가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소설책들이 이것을 웅변해 준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가 유일하게 배제되었던 분야가 있다. 바로 비즈니스 분야다. 대체로 비즈니스에서 이야기를 사용하는 법은 거의 없다. 비즈니스에서는 주로 명쾌하게 정리된 요약본이나 매뉴얼이 사용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데닝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을 깨고 이야기를 과감하게 프레젠테이션에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관료조직이 그렇듯 저자가 속해 있는 세계 은행도 타성이라는 바이러스에 심각하게 감염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면서도 세계 은행의 관료들은 저자가 담당한 지식 경영 시스템 도입에 거세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도입한 참신한 방법론이 바로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 첫째, 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 친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그들이 말을 할 줄 알게 되는 그 순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야기인 것이다. 둘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을 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곧바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한 편의 드라마를 머리 속에서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통찰은 잠비야 이야기로 시작한 첫번째 프레젠테이션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지식 경영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성공적인 첫번째 프레젠테이션을 더욱 발전시켜서 세계은행이라는 거대 조직에 지식 경영 시스템을 서서히 이식하는 모든 과정이 이책에 상세하게 제시된다. 이것은 단순히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들이 갖지 못하는 이 책만의 강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은 스토리텔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에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얇은 금테 안경에 굳은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깐깐한 관료들을 상대로 사용하는 것은 그리 만만찮은 일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스토리텔링을 실무에 적용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은행 관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는 저자의 방식은 매우 효용성이 있어 보인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 실무에의 올바른 적용, 여기에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생명력이 어루러져 세계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에 지식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조직의 변화를 시도하려는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매우 유익한 조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책은 특별한 지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하고 실효성있는 적용이 있다. 이것이 존재하는 책이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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