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선고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7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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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선고> 자기 자신을 살해함으로써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 같은 아들이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보이는 적극적 친부 살해의 형태와는 다른, 수동적인 방식의 친부 살해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카프카의 소설은 다 읽지 않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역할이 가려져 있거나 자세히 들여다보이지 않았는데 이 소설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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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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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지난 해 11월부터 양양과 함께 읽고 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를 드디어 다 읽었다열 권도 넘지만 일 년에 한 권씩 읽으면 그래도 죽기 전까진 다 읽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읽으려고 한다독자들이 읽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프루스트가 이 책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을 거고그런 생각을 하면 읽을 용기가 생긴다책을 읽으면서는 화자가 생을 살며 느꼈던 감각이 말도 안 되게 촘촘히 언어로 번역되어 옮겨졌단 생각이 들었다번역이라고 표현한 묘사의 과정에서 프루스트가 감각을 다시 떠올리며 들인 시간을 다시 생각하고광범위하고 긴 시간에 비해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그 제한 안에서 얼마나 깊숙이 시간을 느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에 마들렌이 등장하면 양양과 함께 마들렌을 먹으러 가고브리오슈가 등장할 때 또 브리오슈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브리오슈를 파는 빵집이 없어서 실패했다기억해뒀다 언젠가 브리오슈를 또 먹어야지모든 식물 이름을 검색해 본 건 아니지만예쁘게 느껴지는 어떤 식물 이름은 검색해서 어떻게 생겼는지프루스트의 표현과 얼마나 닮게 느껴지는지 살펴봤다식물 세밀화나 식물 사진이 실려 있는 버전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아마도 이미지로 접하는 식물보다 프루스트의 표현이 더 풍성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서 그렇겠지?

 

 

후반부에는 길게 다루어지지는 않지만 레즈비언들이 등장한다뱅퇴유 양과 그녀의 여자친구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둘이 뭔가 심상치 않다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엔 이 둘이 그냥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이 키스하는 부분이 나온다화자는 왜곡된 기준을 가지고 이 둘을 지켜보는데일반적인 헤테로 커플이 아닌 둘의 관계를 일종의 새디즘적 행위로 인식한다물론 현대의 독자인 나는 뱅퇴유 양은 아빠를 괴롭히고 싶어 하는 새디스트라서 여성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그저 여자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지만당시의 성 소수자가 살았던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포빅할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동시에프루스트의 성 정체성이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묘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했다.

 

 

프루스트는 퀴어 만화의 고전인 <펀 홈>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그 밖에도 여러 퀴어 컨텐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어떤 사람들은 프루스트의 성적 지향을 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어떤 사람들은 프루스트의 성 정체성을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작가의 성 지향성이나 성 정체성을 왜 궁금해 할까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그건 독자가 추측할 권리가 없는 작가의 사적 영역이기도 하니까그렇지만 작가의 실제 삶의 행적을 들여다보는 게 아닌텍스트 안에서 퀴어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그 요소를 토대로 텍스트를 다시 읽는 작업은 이미 쓰인 텍스트를 새롭게 다시 읽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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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투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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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소설 속 화자의 생애와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들이 뚜렷한 틀 없이 연상을 통해서,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통해서 제시되는 소설이었다. ‘루’는 베트남어로는 자장가, 프랑스어로는 실개천 또는 흐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소설의 초반부는 화자와 화자의 가족은 베트남 내전으로 망가진 사회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트 피플이 되어 떠돌다 캐나다에 이르러 정착하기 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화자의 외부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보다는 이 여정을 통과하는 화자의 내면의 반응과 가까운 인물과 함께 느끼는 정서가 소설의 추를 이룬다. 고통스러운 여정과 고통에서 비롯된 절망은 충분한 거리가 놓인 뒤에야 언어로 옮겨지기 시작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뒤라스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소설로 쓸 수 있었던 것처럼. 



<루>의 화자는 캐나다에서 살다가 먼 훗날 다시 사이공으로 돌아가서, 베트남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가능한지 묻는다. "(...)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사랑해야 할까? 아무도 사랑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하나하나 따로 사랑해야 할까? 나는 누구에도 속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하기로 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해있다고 여긴 적 없는 사람이 모두를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은 응원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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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강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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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불의 강단편집을 다 읽었다육 년쯤 전에 <완구점 여인>을 읽고 다른 단편들은 읽지 못했다막연히 엄청난 단편이라는 인상만 남아 있어서 다시 읽고 싶었다이번엔 <완구점 여인>을 다시 읽기 전에 꼭 다른 단편도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완구점 여인>은 단편집의 맨 마지막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이 단편을 읽으려면 다른 단편도 꼭 읽어야 했다첫 단편 <불의 강>을 읽을 때 느껴졌던 감정의 종류와 흐름들이 다른 단편들에서도 다른 공간과 다른 인물의 틀 안에서 바뀌어 제시되고 있었다어떻게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 다른 슬픔의 이유들을 가진 사람들이 보였다슬픔에 공감되는 한편 계속해서 들던 의문은 왜 이렇게 슬퍼야 할까누가 이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슬프게 만들었을까하는 것들이었다.


 

<불의 강>외에는 <목련초>와 <봄날>과 <완구점 여인>이 좋았다. <목련초>에서는 배를 타고 급히 마을을 떠나는 아버지새어머니, ''의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좋아하는 영화 <마음의 속삭임>에서 주인공을 버리고 배를 타고 섬을 떠났던 이미지가 연상됐다. <완구점 여인>에서 화자의 주된 정서 중 하나인 수치스러움에 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다읽고 난 직후에는 이 수치스러움은 화자가 여성에게 갖는 욕망과 연결되어 있고그래서 수치심의 근원적인 이유에는 레즈비어니즘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포빅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곰곰이 더 생각해보니 사회가 승인하지 않은 욕망은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비록 그 욕망이 비밀스럽게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충족된 개인에게 사회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그렇다면 <완구점 여인>의 화자가 느끼는 수치심은 화자 내면의 호모포빅보다는 화자가 속한 사회의 호모포빅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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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문학동네 시인선 146
김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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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이상 이렇게 좋은 시를 더 볼 수 없다는 게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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