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투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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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소설 속 화자의 생애와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들이 뚜렷한 틀 없이 연상을 통해서,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통해서 제시되는 소설이었다. ‘루’는 베트남어로는 자장가, 프랑스어로는 실개천 또는 흐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소설의 초반부는 화자와 화자의 가족은 베트남 내전으로 망가진 사회에서 탈출하기 위해 보트 피플이 되어 떠돌다 캐나다에 이르러 정착하기 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화자의 외부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보다는 이 여정을 통과하는 화자의 내면의 반응과 가까운 인물과 함께 느끼는 정서가 소설의 추를 이룬다. 고통스러운 여정과 고통에서 비롯된 절망은 충분한 거리가 놓인 뒤에야 언어로 옮겨지기 시작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뒤라스가 자신이 어린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소설로 쓸 수 있었던 것처럼. 



<루>의 화자는 캐나다에서 살다가 먼 훗날 다시 사이공으로 돌아가서, 베트남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가능한지 묻는다. "(...)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사랑해야 할까? 아무도 사랑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하나하나 따로 사랑해야 할까? 나는 누구에도 속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하기로 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해있다고 여긴 적 없는 사람이 모두를 사랑하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은 응원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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