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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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한 책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사진도 좋고, 서문마저도 따뜻한 시인이 추천하는 필사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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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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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하나 던져 놓고 그 범인이 밝혀지느냐 마느냐로 이 긴 분량을 끌고 나가는 게 가장 놀라웠다. 인물의 심리와 배경묘사가 뛰어나고, 사상적 갈등 또한 잘 녹아 있다. 지식인의 몰락, 사회화 속의 개인, 극빈곤과 범죄의 상관관계 등의 논의는 여전히 유효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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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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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단상이 녹아 있는 글이었다. 자아의 확립과 행동, 환경과 사람의 관계, 문명의 득실 등 다각도에서 인간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다만 주인공을 고결하다고 정의내리고 시작함으로써 다른 함의를 생각하기 어렵게 틀을 고정시킨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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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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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도 나는 꿀을 재배하는 마을에서 온 아이

 

깍두기라고 하면 놀이를 할 때 이쪽 편에도 저쪽 편에도 끼지 못하는 아이를 말한다. 그래도 혼자 두지 않고 깍두기로라도 껴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놀이가 끝나면 이쪽 편, 저쪽 편은 물론 깍두기도 사라지고 아이들은 모두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놀이판에는 끝이 없다. 죽을 때까지 깍두기는 이쪽 편인 척 또는 저쪽 편인 척하며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이쪽 편과 저쪽 편을 나누는데, 피부색깔=꿀색은 그 중에서도 인종과 나라로 편이 갈린 세상에서 깍두기가 된 아이들, 즉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 본인이 입양아였기 때문에 자전적인 이야기이며, 또한 다름아닌 한국계 입양아였기 때문에 우리 한국인에게도 자전적인 이야기랄 수 있겠다. 피부색깔=꿀색은 뉴스에서 가끔 화제가 되는 한국계 입양인의 성공신화를 다룬 게 아니다. 오히려 뉴스에서는 조금도 다루지 않는 일반적인 한국계 입양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피부색깔=꿀색에서는 다만 한국계 입양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어째서 그들은 새 가족, 새 친구, 새 나라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헤매는가. 심지어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고 마는가. 저자는 스스로 타바스코를 밥에 비벼먹다가 위출혈로 죽을 뻔했다. 그런 의문에 대해 저자는 최소한의 심정만 풀어놓고 있다. 나머지는 독자가 저자의 말을 통해 단지 짐작할 뿐이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정할 필요가 없이 애초에 어느 한쪽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것을 다 이해한다는 게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억에서 밀어내지 말고 이해하려고 하는 건, 단순히 과거 내버린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 역시 현재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뿌리가 건강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깍두기가 있어 내 편, 네 편 없이 사이좋게 어울려 놀 수 있었던 것처럼, 단맛뿐 아니라 짠맛도 나는 꿀을 아는 아이들 역시 중요한 사회 구성원이다.


입양인뿐 아니라 해외파견 노동자, 해외이민자, 조선족, 북한동포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단절해버린 뿌리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생각해본다. 그 뿌리들을 다시 살리는 노력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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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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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영화, 그리고 거짓말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볼 때, 소설을 먼저 볼지 영화를 먼저 볼지 정답이 없는 고민에 휩싸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소설의 내용이 어려우면 영화를 먼저 본다는 것이다. 인물과 배경 이미지가 선명해지면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소설을 영화보다 먼저 보는 편이다. 영화가 소설의 내용을 일부 재현하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톤먼트>는 어떨까. 이언 맥큐언의 소설 속죄를 영화화한 <어톤먼트>는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이다. 조 라이트 감독은 <오만과 편견>으로 데뷔하여 두 번째 작품인 <어톤먼트>로 골든글로브 드라마부분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뒤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솔로이스트>, 소설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를 그만의 감성으로 풀어냈으며, 2015년 현재 피터 팬의 시작을 그린 <>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문학, 특히 고전문학과 궁합이 좋은 감독으로 비친다. 그러니 영화가 원작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접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속죄는 어떨까. 스토리는 단순하다. 심지어 책의 절반 분량을 차지하는 1부에서는 결말을 예고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꾸준히 넘어간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단서를 감질나게 던져주니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문체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장점이 더 크다.


결국 나는 소설을 먼저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누가 어느 쪽을 먼저 봐야 할지 묻는다면 영화를 먼저 보라고 하겠다. 소설이 낫다 영화가 낫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전부 <어톤먼트>의 거짓말 때문이다.


<어톤먼트>속죄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영화는 시간의 제약이 있는 데다 재감상이 어렵기 때문에 소설과는 다른 연출이 필요한데, 소설의 섬세한 이야기에서 큰 줄기를 걸러 세련된 영상으로 담아낸 솜씨가 매우 훌륭했다. 특히 세실리아의 마지막은 속죄라는 주제와 걸맞는 상징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는 소설을 비틀었다


(스포일러 삭제)


영화만 본다면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로써 브리오니는 속죄하고 관객 또한 그녀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미 책을 보았다면 그 기쁨은 진실이 깎여나간 대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거짓말 속에 거짓말, 또 거짓말 속에 거짓말이 존재한다. 그 가장 바깥쪽에 <어톤먼트>가 있다. 그러니 가장 많은 거짓말을 내포한 <어톤먼트>를 먼저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속죄와 용서는 짝을 이룬다. 용서받지 않으면 속죄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용서할 사람이 사라진 브리오니는 평생 속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건 간단하다. 그러나 이만하면 됐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않고 죄책감을 59년간 이어나갔다는 건 이미 또 하나의 진실을 이룬다. 그 진실이 소설을 단순한 거짓말로 만들지 않는다.


로비가 누볐던 전쟁터, 1차 세계대전에서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었다

누가 이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누구의 탓인지를 밝히려 들겠는가? 어느 누구도 지금 이곳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므로 전체적인 정황도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누구를 용서해야 할지 누구에게 속죄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아무도 알지 못하는 죄를 속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브리오니처럼 말이다.


사실 소설을 먼저 보나 영화를 먼저 보나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볼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죄<어톤먼트>를 볼 누군가가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진실은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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