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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평점 :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 삼인
아름다운 시는 무정하다
처음에는 제목을 ‘하늘에서 우물 보기’라고 생각했다. 말이 안 되는데 자꾸 하늘에서 우물을 찾았다. 어쨌건 이 책의 제목은 <우물에서 하늘 보기>이다.
우물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늘을 쳐다보듯, 이 책에서는 시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에 펼쳐진 세상을 보여준다. 나처럼 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시와 얽힌 이야기가 즐겁고, 시에 대한 강변에는 경건해질 뿐이다. 그러나 마지막 말에 이르러 ‘희망’이라는 말을 보았다.
262p 시 쓰기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가 말하려는 희망은 달성되기 위한 희망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로 남기 위한 희망이다. 희망이 거기 있으니 희망하는 대상이 또한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희망이다.
꽃을 희망한다는 것은 꽃을 거기 피게 한 어떤 아름다운 명령에 대한 희망이며, 맑은 물을 희망한다는 것은 물을 그렇게 맑게 한 어떤 순결한 명령에 대한 희망이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단단히 간직하는 일이다.
울적해진다. 나는 시를 잘 읽지 않으니까. 차라리 하늘에서 우물을 발견하는 편이 낫겠다 싶다. 보이지 않는 하늘을 우물 속에서 찾기보다. 마지막에는 산문과 시의 차이를 말하며 심지어 시가 ‘무정하다’고까지 한다.
271p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그 말 그대로다. 무정한 시 같으니라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시를 찾아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