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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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이 잊혀진다면 앞당겨질 미래


5, 혹독한 추위가 끝나지 않았다. 제주는 아직 노란 꽃소식이 없는데, 영동은 몇 남지 않은 침엽수가 불에 타 붉은 꽃을 피웠다. 하얗게 굳은 눈이 채 녹기도 전에 황사가 들이닥쳤고, 길이며 집이며 사람들 머리에는 누르뎅뎅한 먼지가 쌓였다. 서해안은 봄에 낙타가 산다는 말이 생겼다. 가뭄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었다. 그런 봄이라도 어서 오기만을 바라지만,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작년보다 또 늦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훨씬 늦었다.


본래 한국의 봄은 3월부터라 하였다. 눈꽃이 바스러지고 새싹이 젖은 흙을 들어 올리면 화려한 꽃무리가 천지를 뒤덮는다 하였다. 천년목이 숨 쉬는 푸른 숲은 공기마저 파랗게 물드는 것 같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산에서도 하늘에서도 파란 색을 찾기 어려웠다. 옛날에는 어디서나 보았다던 은하수를 이제는 외국의, 그것도 외딴 오지에 가야만 볼 수 있었다. 거금을 들여 은하수를 보러 떠난 이들은 우주의 신비보다 숲의 신비에 더 감화되어 돌아왔다.


월든이라는 호수가 있어. 낮에 거기서 낚시를 하는 거야. 강꼬치고기가 물장구치는 소리, 개똥지빠귀가 지저귀는 소리, 다람쥐가 가랑잎을 밟는 소리에 내내 가슴이 뛰었어. 너도밤나무 내음이 향긋해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어. 다락방 창문을 연 것처럼 무성한 잎사귀들 사이로 빼꼼 보이는 하늘이, 그 파란색에 눈이 시려 눈물이 났어.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기후와 토양이 이미 그것들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그들은 어렵게 묘목을 구해 심었다. 그 현상을 월든효과라 부르기도 했다.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만 월든효과는 그곳에 다녀온 이들에게만 유효했으며, 그 수가 너무 적었고,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반향이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월든효과는 사람들 입에 조금씩 늘 오르내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그리 말했다. 그들의 답은 언제나 쉬웠다. 인간의 탐욕이 세상을 망쳤어.

지금이 어때서. 미래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그리 말했다. 그들의 답도 언제나 쉬웠다. 인간의 정열이 세상을 구했어.


그들이 말하는 세상과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서로 달랐으며, 그 사이에 월든이 있었다. 문명사회 가운데 간신히 숨 쉬고 있는 원시림은 꽤 상징적이었다.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서는 월든을 긍정할 수 없으며, ‘월든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미래를 부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잃어버렸으며, 원인은 우리의 역사 한가운데에 있었다. 과거 월든에 살았다는 소로우의 저작 <월든>이 지금도 종종 논쟁거리가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월든>은 비단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에 대해서만 말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인간이었다. 소로우는 진정한 를 찾아 선행이든 악행이든 사회에 맞추지 말 것을 요구했다


각자는 자기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타고난 천성에 따라 고유한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므로, 결국 진정한 를 찾는 일은 곧 자연과 진정한 문명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다.


월든효과가 효과로 그친 이유는, 그들이 자신을 바꾸기에 앞서 주위부터 바꾸려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흉내만 내고, 내면으로 진정으로 월든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든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존재하는 건 큰 위안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둘러싸고도 호흡기질환과 눈병을 달고 사는 지금, 봄이 더 이상 그립지만은 않은 지금, 10년 전 과거만 해도 감지덕지라 부르는 지금, 바로 지금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말이다.


설사 늦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를 찾는 일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나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지금 상황이 어떠하든 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늦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여전히 월든<월든>이 생생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6월 짧은 봄이 지나면, 7월 혹독한 더위가 시작된다. 여름은 길고, 가을은 짧다. 겨울은 길고, 봄은 짧다. 내가 진정한 를 찾기 전까지 이 고난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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