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크리스티나 램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나무는 홀로 자라지 않는다
1985년 풀 한포기 없는 사막으로 보내진 스무 살 신부는 그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20년 뒤 사막은 숲이 되었고, 이제 그녀의 아들과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심는다.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마오우쑤 사막에 숲을 세운 인위쩐의 이야기다.
2013년 7월 12일 열여섯 살 생일을 맞은 소녀가 뉴욕 유엔 본부 연단에 섰다. “우리가 책과 펜을 들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 책과 펜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탈레반에게 총격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에도 교육받을 권리를 외친 말랄라의 이야기다. 2014년 말랄라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된다.
사람들은 소녀를 영웅이라 불렀다. 마치 그녀가 특별한 것처럼, 불모지에 홀로 자라난 나무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소녀는 영웅이 아니다. <나는 말랄라>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는 막냇동생 아탈이 정원을 마구 파헤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뭘 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무덤을 파는 거야.” 동생이 대답했다. 뉴스 속보마다 죽이고 죽는 소식으로 가득했으니 아탈이 관과 무덤을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한다.
우리 파슈툰은 신발을 좋아하지만 신발 수선공은 대우하지 않는다. 육체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대단히 큰 기여를 하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 중 상당수가 탈레반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마침내 사회적 지위와 힘을 누릴 수 있으므로.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을 배운다.
저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탈레반과 모든 테러리스트들의 아들·딸들도 교육받기를 원합니다. 저는 저에게 총을 쏜 탈레반원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저의 손에 총이 있고 그가 제 앞에 있다 하더라도 저는 그를 쏘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마호메트와 예수 그리스도, 부처님께 배운 연민입니다. 마틴 루서 킹과 넬슨 만델라, 간디와 테레사로부터 배운 비폭력의 철학입니다. 저의 부모로부터 배운 용서입니다.
아이들은 보고 들으며 어른이 된다.
말랄라는 평범한 아이였다. 아름다운 고향 스와트에서 나고 자랐고, 코란을 읽으며 성장했다. 아이답게 실수도 하고,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그리했듯이 아버지로부터 교육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모든 파키스탄 문제의 근원이라고, 남녀노소가 모두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갈망했다. 이미 어릴 때 파키스탄에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버지의 지지 위에 계속된 교육은 말랄라의 의문을 바꾸었다. 여자는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여자는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로. 그리고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이제 말랄라가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세상에 당당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영웅은 설 자리가 없다.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소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전부이다. 아버지라는 토지 위에 교육이라는 물을 마시고, 비로소 거센 바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듯 자연스럽게 말랄라는 말랄라가 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말랄라의 평범함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유일한 해결책은 교육이라는 걸, 그녀의 삶이 보여주었다.
인위쩐은 사막에 나무를 심기 전에 풀씨를 뿌렸다. 나무는 홀로 모래폭풍을 이기지 못했다. 풀이 자라 나무를 지켜주었고, 나무가 자라 풀을 지켜주었다. 말랄라 역시 홀로 자라지 않았다. 말랄라를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이 풀씨처럼 그녀를 지켰다. 그리고 이제 말랄라가 그들을 지킨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라 하지 않지만, 숲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시작한다. 언젠가 말랄라도 숲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