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 인간과 신화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간 탐구 1
H.G. 크릴 지음 / 지식산업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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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어서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책은 쉽지 않은데~. 노느라고 읽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잘 읽었다.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 공자의 생애와 사상을 재미있게 추적하였다는 점이다. 적절히 위트를 섞어가며 때로 비꼬기도 하며 진행하는 글의 흐름이 자칫하면 지루하기 쉬운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있게 한다. 번역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기 넘치는 문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낯선 사람들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미덕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된 채 단지 흥미위주로만 풀어내는 수많은 심심풀이 땅콩수준의 책들과 달리, 저자는 고대 청동기 비문으로부터 손문의 사상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식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해석을 펼침에 있어 원전의 근거를 충실히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 그리고 얉은 수준의 책들이 결여하기 쉬운, 문헌들의 성립과 전승에 대한 비교문헌학적 고찰을 수행한다. 그럼으로써 후대의 왜곡과 신화화를 넘어 공자의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드러나는 공자의 인격, 사상, 생애에 대해 시종일관 존경하는 태도, 존중하는 어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특징이다.


저자가 추적해낸 공자의 모습과 사상, 그리고 후대에 대한 평가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내 지식부족으로 정확한 내용을 집어내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문헌비판에 대한 기준에 있어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저자가 상정한 자유민주적 사상, 이상적인 사상가의 모습에 공자를 끌어오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자가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영향력을 미쳐왔고 아직도 매력을 잃지 않는가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잇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그 자신이 공자의 생애와 사상 내용, 학문의 태도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저자가 그리는 공자의 매력에 우리가 25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고전이란 단지 먼지 앉은 과거의 자취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의 삶에까지 설득력과 감동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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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홍신 엘리트 북스 40
알베르 카뮈 지음 / 홍신문화사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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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 좋은 말 쓰는 사람은 많으니, 나는 형식적인 문제-개인적인 느낌이랄까-에 대해 쓰겠다.

 전부터 읽으려 했던 작품이라서 이번 방학을 시작하는 소설로 삼았다. 홍신문화사 시리즈는 번역이 별로지만, 집에 있으니 그냥 읽었다.


난 소설은 소설다운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설이 다른 무엇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해제에 보니 알베르 카뮈는 자신이 실존주의자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나는 실존주의가 끝난 데서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는데― 이름표야 어쨌든 이 사람이 실존주의 계열에 속한다는 ‘선이해’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렵지 않게 그런 설정, 발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참아주기 어렵다. 그래서 삼백 몇십 쪽에 불과한 소설을 일주일 가까이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게 나에게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보아도 그렇게 느껴질지 생각해보면, 나의 이런 규정은 다소 일방적인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에게는 뻔하게 드러나는 설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느 대목에선 내가 ‘이건 이런 뜻이겠군.’하는 다음 문단에서 어떤 인물이 그걸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별로 재미없다! 전에 니체를 건드린 적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니체야 말로 이런 입장들 중 압권이다. 니체의 글들은 참으로 문학적인 맛이 있으면서도,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뭐, 어떤 식으로 글을 쓰건 자기 맘이지만, 난 문학적 형상화는 학문적 서술방법과 차이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상가 중에는 논문 형식을 따르지 않으면서 고난도의 미묘한 글쓰기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학문적 글쓰기는 전달이 잘 되는 게 좋다고 본다. 따라서 명시적이고 조직적인 게 좋다. 말하자면 직설법적인 것이다. 반면 문학적인 것은 직설법적으로 번역이 불가능해야 한다. 정확히 말해, 그 내용을 설명할 수 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그 문학적인 힘이 사그라져서, 원래의 맛이 상실되어야 한다. 뭐, 그렇다고 이 작품이 논문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그 쪽으로 좀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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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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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를 칭찬하기는 쉬울 것 같다. 칭찬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오직 만화책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밀란 쿤데라가 ‘불멸’에서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을 때는 한편으로 좀 이상하고 그러면서도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나다. 그는 작품의 생산과정에서 부딪히는 만화라는 형식의 한계에 불평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백 삼사십쪽 분량의 1권을 그리는 데에만 8년이 들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작품이 얼마나 공들인 것인지 알만하다. 뒤에 있는 간단한 서평을 보면 그가 이 작품을 그리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 앞에도 관련 작품들이 있었고, 어떤 것은 그대로 이 작품 안에 삽입되었다. 그 집필기간은 사실 여기서 아우르고 있는 그와 그의 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과거 유태인들의 삶을 녹여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대의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에 더욱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에 나도는 어떤 ‘공장만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나긴 구상과 여러 번의 스케치, 수정작업이 있었다. 마치 시인이 시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건져내듯이. 우리 눈은 한 컷에 불과 몇 초, 두 권에 몇 시간 머물지만, 그에게는 말 그대로 필생의 역작이었다. 아름답게 영글은 시어에서 신선함을 느끼듯이, 그의 만화 기법에도 새롭고 뛰어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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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케교수의 독일어 레슨
KAZUYASU LIJIMA / 학일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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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에 가도 영어에 비해 독일어 교재가 훨씬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 교재는 대부분 재미없게 생겼습니다. 초보자가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책이 별루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은 귀여운(?) 당케교수가 강의식으로 풀어써서 볼 만 합니다. 단어뜻도 나와 있어서 초보자가 일일이 사전찾는 불편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발음이 한글로 써있긴 한데, 한글로 보는 것이 영어만큼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발음이 딱딱한 편이잖아요.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고쳐가면 되죠 머. (강의테입도 있구요)

책이 얇고 필수적인 내용만 적혀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겠죠. 이걸로 끝낼 수는 없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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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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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저자는 양자역학의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물리학자이다. 이책에서는 전문 용어들이 가끔 등장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의 기억이다. 마치 플라톤의 대화편처럼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한다. 그것이 딱딱한 물리학 실험실에서 나눈 것들이 아니라, 같이 호숫가로 산으로 도보여행을 가면서 보트를 타면서 난롯가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혹은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곳에서 진행된다. 삶 속에서 토론이 살아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물리학자였지만, 학부전공자들도 원어로 읽지 못하는 플라톤을 그리스어로 읽었고 또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친구로 나오는 사람들도 그렇게 다양해서, 그들의 대화는 풍부하다.

또한 그가 살았던 시대는 격변의 시기였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양자역학이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히틀러 독일의 한복판에서 핵물리학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보게 된다. 당시 전분야의 수많은 학자들이 미국을 망명했던 것이 지금 미국이 학문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고 집들이 불타는 상황에서 하이젠베르크가 내린 고뇌와 선택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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