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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만화를 칭찬하기는 쉬울 것 같다. 칭찬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오직 만화책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밀란 쿤데라가 ‘불멸’에서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을 때는 한편으로 좀 이상하고 그러면서도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나다. 그는 작품의 생산과정에서 부딪히는 만화라는 형식의 한계에 불평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백 삼사십쪽 분량의 1권을 그리는 데에만 8년이 들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작품이 얼마나 공들인 것인지 알만하다. 뒤에 있는 간단한 서평을 보면 그가 이 작품을 그리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 앞에도 관련 작품들이 있었고, 어떤 것은 그대로 이 작품 안에 삽입되었다. 그 집필기간은 사실 여기서 아우르고 있는 그와 그의 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과거 유태인들의 삶을 녹여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대의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에 더욱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에 나도는 어떤 ‘공장만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나긴 구상과 여러 번의 스케치, 수정작업이 있었다. 마치 시인이 시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건져내듯이. 우리 눈은 한 컷에 불과 몇 초, 두 권에 몇 시간 머물지만, 그에게는 말 그대로 필생의 역작이었다. 아름답게 영글은 시어에서 신선함을 느끼듯이, 그의 만화 기법에도 새롭고 뛰어난 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