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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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를 칭찬하기는 쉬울 것 같다. 칭찬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오직 만화책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했다. 밀란 쿤데라가 ‘불멸’에서 소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을 때는 한편으로 좀 이상하고 그러면서도 흥미로웠지만, 이 작품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나다. 그는 작품의 생산과정에서 부딪히는 만화라는 형식의 한계에 불평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백 삼사십쪽 분량의 1권을 그리는 데에만 8년이 들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작품이 얼마나 공들인 것인지 알만하다. 뒤에 있는 간단한 서평을 보면 그가 이 작품을 그리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 앞에도 관련 작품들이 있었고, 어떤 것은 그대로 이 작품 안에 삽입되었다. 그 집필기간은 사실 여기서 아우르고 있는 그와 그의 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과거 유태인들의 삶을 녹여내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대의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수용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에 더욱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에 나도는 어떤 ‘공장만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나긴 구상과 여러 번의 스케치, 수정작업이 있었다. 마치 시인이 시어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건져내듯이. 우리 눈은 한 컷에 불과 몇 초, 두 권에 몇 시간 머물지만, 그에게는 말 그대로 필생의 역작이었다. 아름답게 영글은 시어에서 신선함을 느끼듯이, 그의 만화 기법에도 새롭고 뛰어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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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케교수의 독일어 레슨
KAZUYASU LIJIMA / 학일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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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에 가도 영어에 비해 독일어 교재가 훨씬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 교재는 대부분 재미없게 생겼습니다. 초보자가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책이 별루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은 귀여운(?) 당케교수가 강의식으로 풀어써서 볼 만 합니다. 단어뜻도 나와 있어서 초보자가 일일이 사전찾는 불편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발음이 한글로 써있긴 한데, 한글로 보는 것이 영어만큼 나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발음이 딱딱한 편이잖아요.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고쳐가면 되죠 머. (강의테입도 있구요)

책이 얇고 필수적인 내용만 적혀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겠죠. 이걸로 끝낼 수는 없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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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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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저자는 양자역학의 성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물리학자이다. 이책에서는 전문 용어들이 가끔 등장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의 기억이다. 마치 플라톤의 대화편처럼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한다. 그것이 딱딱한 물리학 실험실에서 나눈 것들이 아니라, 같이 호숫가로 산으로 도보여행을 가면서 보트를 타면서 난롯가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혹은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곳에서 진행된다. 삶 속에서 토론이 살아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물리학자였지만, 학부전공자들도 원어로 읽지 못하는 플라톤을 그리스어로 읽었고 또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다. 그의 친구로 나오는 사람들도 그렇게 다양해서, 그들의 대화는 풍부하다.

또한 그가 살았던 시대는 격변의 시기였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양자역학이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히틀러 독일의 한복판에서 핵물리학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보게 된다. 당시 전분야의 수많은 학자들이 미국을 망명했던 것이 지금 미국이 학문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폭탄이 떨어지고 집들이 불타는 상황에서 하이젠베르크가 내린 고뇌와 선택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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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살림지식총서 4
김형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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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어느 편인가?

싸움이 일어나면 하나님은 언제나 '자기네 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노예제도의 역사에서 이런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진영도 반대하는 진영도 모두 정말 신이 자기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신의 뜻을 직접 알 수 없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성경을 들고 나온다...

하나님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가?

신이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들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성경이, 기독교가 남북전쟁을 일으켰다는 논리는 단순하고도 위험하다. 저자는 당시의 상황들을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다양한 요인들을 제시하고 있다. 거기에는 경제적인 요인, 정치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노예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고, 노예를 데리고 있다고 해서 다 '나쁜' 사람들도 아니었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또 하나의 진실이다. 퀘이커들처럼 반대하는 사람들, 반대쪽에서 찬성쪽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들, 죄의식을 느끼지만 필요악으로 인정하는 자들, 적극적인 선으로 선전하는 자들.. 다양한 군상들이 제시된다..  흑인들은 북부에서는 자본주의 밑의 노동자로 신음하고 있었고, 남부에서는 노예로 학대받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왜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하는가?

저자도 지적하듯이 이런 식의 정당화의 논리가 지금도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을 휘두르고, 전쟁을 벌이는 자들이 그저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옳다고 뻔뻔스럽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에도 누군가를 악의 축을 간단히 못박고 마치 신의 뜻을 대행하는 것처럼 미사일을 날리지 않던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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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웨와 바알 살림지식총서 42
김남일 지음 / 살림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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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총서 시리즈는 작고 얇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내용이 들어갈 수는 없다. 하지만 해당 주제에 대해 부담없이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성경의 구약에서 자주 언급되는 바알을 조명하고 있다. 이름의 기원부터 종교의 양상, 특징,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우가릿 문서에 나오는 바알신화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힌다. 바알은 성경에서 언제나 부정적으로만 언급되지만 저자는 이스라엘의 야웨종교도 이스라엘 이전부터 뿌리내리고 있던 바알 종교와 상호작용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성경에서의 표현과 바알종교와의 유사점을 비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관련 고고학적 발견들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저자의 논증이 언제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바알종교를 살펴보면서  구약성서의 배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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