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꺼내 주세요
유혜전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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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림책이라서 이런 그림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울 아들아이 유치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무심코 읽어주었는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정말 지칠 때까지 읽어주었다. 울아들이 너무 열광해버린 책이라 결국 리뷰까지 올린다.

배경은 아주 평범한 일상 속의 어느 가족. 어지르기 잘하는 엄마와 청소 잘 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 -_- 우리집하고 너무도 똑같은 상황. 우리집도 청소기돌리는 건 아빠 전담인데... 울아들도 익숙한 풍경이라 좋아하는가보다.) 지저분한 집안꼴을 보다못한 아빠가 청소기를 돌리는데, 그만 엄마가 청소기에 빨려들어가 버린다!!!

요즘 울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들은 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누군가 구출해주는 내용들이다. 그 밑바닥에는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은근히 고소해하다가 -_-;;;; 구해내는 순간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 나름대로 복잡 미묘한 심리가 깔려있다. 5살 이후로 '힘에 대한 동경'이 나날이 커가면서 이렇게 구세주가 등장하는 그림책들을 무척 좋아한다.

이 그림책의 구세주는 '청소기 병원 아저씨' 다. 수리공 아저씨들을 제일 존경하는 울아들, 아저씨가 공구상자를 열고 뚝딱  엄마를 구해내자 열광, 또 열광이다. 따지고 보면 이 그림책은 울아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셈이다.

내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그림책은 상당히 맘에 든다. 외국사람들만 등장하는 번역 그림책들이 점점 물리던 차라, 마치 이웃집 사람들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요즘엔 한국적인 그림책들도 많지만 대부분 토속적인 색채가 강해서 그런지 울 아들은 별로 친숙하게 느끼지 않는다. '이거 옛날 얘기지?' '여기 시골이지?' 하면서 자기하고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듯 반응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현실적인,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다. 진짜 일상이 담겨진 느낌이다.

그 일상성 때문에 울 아들애가 더 재미있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일어난 모험은 환타지 속에서의 모험보다 더 흥미진진 한건지도 모르겠다. 환타지 세계에서는 모험은 '당연'한 거니까. 지금 당장 우리집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모험을 담고 있는 이 책, 은근히 정이 간다.

(참, 끝으로 한마디 더. 이 그림책, 대출해서 읽다가 결국 사줬다. 아들놈이 집에다 사놓으라고 하도 난리를 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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