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여요 안보여 꼬마야 꼬마야 5
카트야 캄 그림 / 마루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울 아들 준연이는 혼자 있는 순간이 한 순간도 없다. 곁에 항상 2명(혹은 두마리? ^^)의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 그리고 아기바람. 밖에 나갈 때나 집에서 놀때나 그 녀석들은 항상 함께한다. 그런데, 두 녀석 다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준연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준연이는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도 얼마든지 얘기하고 놀 수 있는, 행복한 다섯살이다.

준연이의 유치원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기발한 책 <안 보여요 안보여>도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한 책이다. 가장 갑갑한 방식으로 설명을 하자면, 이 책은 '크로마키 기법을 이용한 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붙잡고 '봐, 빨간색 배경 위에 빨간 옷을 입고 있으면 배경에 묻혀 옷이 안보이지? 이게 바로 크로마키 기법이야'하고 설명하고 말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책이다.

이 책은 눈에 보이던 것들이 한순간 사라져버리는 아주 신기한 순간들을 선사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들놈은 까르르르 뒤집어진다. 갑자기 수녀님의 옷이 뿅 사라지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흑인 아저씨가 한순간에 허공에서 페달을 밟는다. 보이던 것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활개를 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옷과 몸통이 사라진 그 공간은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상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그놈의 '크로마키 기법'을 들먹이며 빈 공간을 다시 채울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도 얼마든지 잘 노는데. 토막난 손이며 토막난 발만으로도 아이들은 실컷 놀 수 있다.  보이던 것이 사라졌으니, 이전엔 잘 보이지 않던 것들로 눈을 돌리는 건 또 어떨까? 근엄한 수녀복이 사라지면 수녀님의 재미난 표정이 새삼스레 보이고, 흑인 아저씨의 피부색을 잊고나면 아저씨의 동그란 눈이며 입술이 눈에 쏙 들어온다.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얘기만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는 귀얇은 나, 이 책이 독일에서 상을 탄 그림책이란 걸 알고선 한마디 보탠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그림책 어쩐지 맘에 들더라고.'  하지만, 상을 탔는지 어쩐지 알 리없는 준연이가 이 책을 더 반긴다. 아이들의 눈은 분명 어른들보다 훨씬 잘 볼 수 있다.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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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애들 눈이 훨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