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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왱 꼬마 불자동차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57
로이스 렌스키 글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3년 7월
평점 :
배달된 책을 펴들자마자 내 입에서는 '어머 너무 귀여워, 정말 옛날 소방차잖아!'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소방차 매니아인 아들녀석 덕분에 온갖 종류의 최신식 소방차 종류를 꽤뚫고 있는 나에게 책속의 옛날식 소방차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특히 낡고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취향을 갖고 있다. 도대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소방차는 정말 소박하기 그지없다. 달랑 소방차 한대가 땡땡땡 종을 치며 달려간다. 정확한 연대는 모르겠지만 아마 1940년대나 50년대를 배경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작가가 189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최신식 소방차들과 비교해보면 이런 소방차로 어디 제대로 불을 끄겠나싶은^^ 걱정마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나름의 미덕이 있다. 이미 여러권의 소방차 그림책을 사보았지만, 대부분의 그림책에선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하면 호스로 물을 쏴아 쏘아대고 뚝딱 일이 끝난다. 오히려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까지 뭔가 일이 많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불을 끄는 과정이 차례 차례 단계를 밟아가며 나온다. 소방차가 도착해서 호스를 꺼내고 소화전에 연결시키고.. 소방관이 손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아이를 구하고...지붕에 구멍을 내고 호스를 집어넣어 마지막 불씨까지 잠재우고... 뭔가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는 맛이 있다. 덕분에 책의 페이지는 꽤 길지만, 한 페이지 페이지의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울 아들녀석의 경우에는 어떤 날은 그 과정을 숨죽이며 모두 지켜보고, 어떤 날은 좀 지루한 듯 대강대강 넘기고 그런다. 내 생각엔 아들의 개월수(30개월)에 비하면 조금 페이지 수가 많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좀더 시간이 지나고 집중력도 길러진다면, 소방차의 종류만 나열하거나 얼렁뚱땅 일이 해결되는 책들보다 이 책이 더 아들의 관심을 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엄마가 이 책의 복고풍 분위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들녀석도 이 책을 사랑해주기를 고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