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미술관 파랑새 그림책 67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 & 알랭 르 쏘 엮음, 이경혜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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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찌보면 참 무자비한 책이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편집자 마음대로 싹둑싹둑 잘라버렸으니 말이다. 작품 전체 중에서 '강아지'가 나온 부분만 싹둑, '손'이 나온 부분만 싹둑, 이런 식이다. 무덤 속의 화가들이 이 만행을 알았다면 상당히 불쾌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어른 입장의 생각일게다.

두돌이 막 지난 우리 아들은 이 책을 통한 명화와의 첫대면을 무척 즐기고 있다. 만일 녀석에게 피카소의 작품이나 고흐의 작품을 원본 그대로 보여줬다면 어디 거들떠 보기나 했겠는가. 명화에 대한 밴덜리즘이 아이들을 위한 자상한 배려로 돌변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들아이는 자기에게 익숙한 단어 그림책의 형식이다 보니 무진장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름을 아는 그림이라도 등장하면, '멍멍' '딸기' '나무'하면서 아주 신나서 난리다.

아이들 단어 그림책들을 보면 사실 매한가지다. 거의 대부분이 실물 사진이나, 사물을 단순화시킨 비슷비슷한 삽화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꼬마 미술관>은 작가들의 다양한 화풍만큼 다양한 표현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도 결국엔 아이의 그림과 사물을 보는 눈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엉뚱한 이야기긴 하지만, '젖가슴'과 '젖꼭지'의 그림이 이렇게 당당하게 등장한 단어 그림책도 난 처음이다. 사실, 엄마 가슴처럼 아기들과 친근한 것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어른들의 괜한 선입견 땜에 아이들 그림책에서조차 엄마의 젖가슴 그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화가들의 손길은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보다. 이 책속의 젖가슴과 젖꼭지 그림은 너무도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 아들도 얼마나 젖가슴 그림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이디어도 좋고, 그림의 선별도 만족스럽고, 인쇄 상태도 훌륭한 아주 괜찮은 책이다. 아이들과 명화의 자연스런 첫대면을 마련해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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