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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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비야의 세계 오지 여행기도 읽지 못했는데, 우연찮게 그녀의 국토 종단기부터 먼저 읽게 되었다. 그녀가 한참 방송에 출연할 때도 그저 매스컴이 만들어 놓은 인물이려니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무슨 생각인지 남편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사들고 온 것이다.

나 역시 국내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녀 본 터라 (직업상의 이유였지만), 책을 펴들면서 '내 참, 국토종단이 별 거라고 책까지 내는가...'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겨갈수록 점점 더 이 '불혹의 여성 여행가'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그녀의 팬클럽에라도 가입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물론 여행 속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도 충분히 재미나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은 말한마디를 하더라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명언'들만을 남기는지... 인생을 꽤뚫어 보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들은 전라도 할머니, 경상도 할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터져나온다. 스치듯 지나간 그런 대화들을 잊지 않고 책에 옮겨 놓은 작가의 센스와 글솜씨 역시 대단하다. 술술 읽혀나가면서도 문장들이 쫄깃쫄깃 참 맛깔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사로잡은 것은, 책 속에서 베어나오는 한비야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 나이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나보다 열살이나 위 였다.) 그리고, 그녀가 35살이 넘어서야 오지 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입학도, 미국 유학도, 취직도 모두 남들보다 여러 해 늦을 수밖에 없었던 느림보 인생을 살고 있던 그녀. 자기의 인생을 닮은 느림보 도보여행만을 고집하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꿈을 꾸고, 여전히 계획하고, 여전히 젊은이들보다도 더 활짝 인생을 열어놓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녀는 이 국토 종단 여행을 통해 6년간에 걸친 세계여행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지나온 길에 대한 정리와 회고보다는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하다. 한걸음 한걸음의 힘을 믿기에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확신도 굳건해 보인다. 한없이 자유로운 그녀의 삶의 모습을 보며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서로 책을 빼앗아가며 읽다가 거의 동시에 책장을 덮은 우리 부부는,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의 가장 멋진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기에 우리는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우리는 작가 한비야가 오지 여행을 시작하던 그 나이가 아니냐고. 그녀만큼 멋진 인생을 살기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꿈과 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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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나온나그네 2004-04-1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습니다,, 젊음이 결코 나이가 아니라는 걸 정말 많이 느낍니다,,
내 맘속에 아직 뜨거움이 있다면 아직 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용기,, 언제
까지나 가슴속에 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