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샬롯의 거미줄>은 특별한 추천인 덕분에 알게된 책이다. 그 추천인은 헐리우드의 젊은 배우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크리스찬 베일을 아시는지? [아메리칸 사이코]와 [벨벳 골드마인]에 출연했던 젊은 남자배우. 그래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의 주인공 소년을 떠올려 보시길. 전쟁통에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총명한 금발머리 소년 말이다. 그 소년은 멋지게 자라서 요즘 헐리우드를 누비는 '연기파 미남배우'가 되었다.

언젠가, 그의 공식 팬사이트들을 뒤져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크리스천 베일은 6살 때 누나가 읽어준 <샬롯의 거미줄 Charlotte's Web>에 감명받아 그 이후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그의 누나 역시 그 책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얘네들이 그런 지독한 결심을 한 걸까? <샬롯의 거미줄>에 대해 무진장 궁금해졌다. 울아기가 크면 읽어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서둘러 책을 주문했다.

새끼돼지 윌버는 자신이 크리스마스 파티 햄요리를 위해 사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그의 멋진 친구 거미 샬롯은 친구를 살려낼 방법을 궁리한다. 오랜 궁리 끝에 그녀는 윌버의 우리 위에 '대단한 돼지'라는 글자를 거미줄로 수놓게 되고, 사람들은 이 놀라운 기적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순간부터 윌버는 단순한 햄, 베이컨용 돼지가 아닌 '대단한' 존재로 승격된다. 여전히 윌버의 안전에 대해 안심하지 못한 샬롯은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라는 새로운 거미줄 작품을 속속 발표하기에 이르고...

철없고 순진하기만 하던 윌버가 자신에게 붙여진 형용사에 걸맞는 존재가 되려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싶다. 자기에게 사랑을 쏟는 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에 맞춰 변화하려는 모습 말이다. 마침내, 샬롯은 윌버를 위한 최고의 찬사를 준비한다. 그냥 '눈부신' 돼지 정도에서 그쳤다면, 단순한 어린이 동화처럼 여겨졌을 이 책이 이 부분에서 남다르게 여겨진다. 샬롯은 윌버에게 '겸허한 돼지'라는 멋진 이름을 달아준 것이다! 인간도 '겸허하다'이란 말을 듣기 힘든데,하물며 겸허한 돼지라니... 겸허한 돼지를 잡아먹을 용기있는 자, 과연 누구란 말인가.

(경고... 뒷문장에 스포일러 있음) 너무나 행복한 심정으로 이 책을 읽던 나는 결국 마지막 부분의 샬롯의 죽음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삼십대 중반인 내 마음을 이렇게 건드리는데, 어린 아이들의 마음에 와닿을 감동은 어떠할까. 고기 한점 먹기 힘들어 채식주의자의 생활을 강요당했던 조상들 덕분에, 우리는 서구의 채식주의자들의 생활양식을 '배부른' 짓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크리스찬 베일이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책 한권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일종의 '오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슬픈 동화책 한권 때문에 여러 날 잠을 못 이루던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직 깨끗한 백지같은 아이들 마음 속에 책 한권이 그려놓을 수 있는 세상이란... (크리스찬 베일이 여전히 훌륭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인간들이 반드시 다른 동물의 살코기를 챙겨먹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들아이가 좀더 자라면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서도 여전히 '돼지고기는 정말 맛있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아이의 자유의지에 맡기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멋진 우정'의 이상적인 모습을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가 이 동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날까지는 참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게다. 최소한 '겸허한'이라는 단어의 참뜻을 이해할 만큼은 자라주어야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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