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열매들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한 편의 소설에서 독자들은 몇 번의 반전을 기대할까? 물론 소설에서 반전이란 게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반전 하나만으로도 어떤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나, 혹시 매 '장(chapter)'마다 반전을 만나는 특이한 경험을 원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정열의 열매>를 꼭 읽어보시길. 이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그 어느 반전도 절대 부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반전'에 목숨을 건 소설이냐. 그건 아니다. (그런 소설들은 대개의 경우 '스토리'가 소설의 중심인 반면)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인물'이 중심이자 생명인 소설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러니까 말로센 부족 구성원 모두가 하나같이 정말 '골 때린다.' 이들의 삶에선 생활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반전은 숙명이다. 이들은 절대로 평범한 우리들의 기대대로 살아주지 않기때문에.

그래서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기분좋다, 유쾌하다. (특히 '유쾌'라는 이 단어, <정열의 열매>를 읽은 사람들의 감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분명 급진적인 형태의 삶을 살고 있으며, 말할 것도 없이 소수자에 속하는 이들 말로센 부족. 그러나 이들은 이상스러울만큼 친근하고, 살붙이처럼 정이 가는 묘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스토리마저 재미있으니... 이런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가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니엘 페낙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어쩌고 하던 그 소문이 충분히 근거 있는 소문이었다. 특히 말로센의 수다스런 독백에서 종종 등장하는 탁월한 표현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묘사할 수가 있을까하고 놀라고 또 놀랐다.

그러나, 소설에서 재미와 완성도 말고도 뭔가 '찐한 감동'을 원하시는 촌스런 독자분들께는 어쩐지 허전할 수도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사실은 나 역시 그런 촌스런 독자인 터. 이처럼 화끈하게 잘 쓰여진 소설에, 별 다섯을 화끈하게 주지 못하다니...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책장에 꽂혀있는 그 제목 글자에 눈길만 닿아도 가슴이 짜~하기까지한 (난 역시 촌스럽다) 그런 소설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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