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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ㅣ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평점 :
아들 준연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뱃속의 아기에게 읽어주려고 구입했던 책이다. 내가 아는 친구는 태교를 위해 <명심보감>만 읽어주었다는데, 취향도 유별난 엄마를 만난 우리 아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똥 이야기'만 듣고 자란 셈이다. 남편에게 이 책을 가능한 한 리얼하고 생생하게 읽으라고 부탁을 했더니 (뱃속의 태아에게는 남자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고 한다.) 남편은 '슝', '철퍼덕', '좌르륵' 하는 책 속의 의성어들을 정말 실감나게 읽어주곤 했다. 그걸 들으면서 나도 어린아이처럼 킥킥 까르륵 웃어대고... 태교가 별건가? 엄마가 기분좋으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은 호르몬이 전해진다는데.
어쨌든 볼 때마다 유쾌한 그림책이다. 다양한 똥의 형태가 정겹기만 하고, 복수를 꿈꾸며 길을 떠난 두더지의 행로도 흥미롭다. 아들 준연이가 좀 더 자라면 이 책을 보면서 똥이란 것이 '부끄럽고 더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극히 자연스런 배설행위의 일부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비단 똥누는 것만 아니라, 몸과 관련된 다른 모든 욕구들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램이고...
내가 어렸을 땐 이렇게 똥이 당당하게 등장하는 그림책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대신 똥이 자주 등장하는 박수동 화백의 <땅콩 찐콩>이라는 만화를 보고 또 보며 (이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고인돌'의 아동용 버전이었다.) 열심히 웃었던 기억이 날 뿐이다. 예전이나 요즘이나 아이들이 똥, 방귀에 열광하기는 마찬가지일텐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참 다양한 그림책들도 등장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