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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심장
츠쯔이 도모미 외 / 시나리오친구들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 드라마는 완전히 관심 밖의 분야인데, 가까운 이의 권유로 우연히 읽게된 책이다. 평소 종이 위에 쓰여진 시나리오나 극본을 읽는 걸 별로 즐기지 않았지만, 이 책은 끝까지 기대 밖의 즐거움을 느끼며 읽었다. 책 속에 실린 5편의 작품들 모두가, 흔한 표현대로 '주옥같은'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촌 간의 사랑이라든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 연쇄 살인자에 대한 사랑 등,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들이 등장하는 걸 보며 일본과 우리의 정서적인 차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아슬아슬한 소재들을 결코 선정적이지 않게, 결국에는 독자들도(혹은 시청자) 충분히 공감이 가도록 풀어나가고 있어 이런 게 바로 '작가의 역량'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다섯 작품 모두, 인간 관계 가운데 흔치않은 극단적인 상황들을 통해, 오히려 '인생'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이해를 끌어내고 있다.
작품들 대부분이 극본상을 수상한 대중성보단 작품성이 강조된 작품들이라, 일반적인 일본 드라마의 평균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품들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이들 드라마 같기만 하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TV란 어디까지나 대중성과 오락성이 강조된 매체라, 이 정도 수준의 드라마가 매일 방영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드라마는 영화하고도 또 다른 매체이니까...) 그러나, 아주 가끔씩이나마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가 방영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미와 감동을 함께 안겨주는 수작들을 꼭 접해 보시길. 드라마와 관계없는 독자들이라도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번역이 잘 된 덕분에 대사들이 매끄러워 읽는 즐거움을 더 해준다는 점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