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플러그드 보이 1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만화의 주인공 현겸이와 지율이의 '생모', 천계영 작가가 참 좋다. 국내 순정만화계에 그녀만큼 독창적인 작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녀를 우뚝 서게 만든 첫 장편 <언플러그드 보이> 역시 자기만의 색깔이 정말 뚜렷한 작품이다. 철저하게 '90년대 말 10대들'의 특징을 잡아내는 그녀의 솜씨를 보면 거의 마케팅 전문가 수준이다. 단지 힙합 스타일의 의상만이 아니라 요즘의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연구한 흔적이 역력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늘어놓는 독백의 만화가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 속 가까이까지 다가간 공감의 만화라고나 할까?
그녀가 문하생 시절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화계에 데뷰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작가 대부분이 유명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스크린 톤'을 자르거나, 배경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배우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초부터 꼼꼼히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문하생 시절을 거치면서 스승의 그림체를 그대로 답습하는 작가들을 많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천계영의 그림체가 독창적인 것은 그런 시간을 거치지 않았기에, 그런 제도를 거부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첫 작품이기에 스토리 면에서 미숙한 모습이 많이 엿보이지만, 그래도 '언플러그드 보이'는 참 정이 가는 작품이다. 이 땅의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는듯한 느낌도 좋고...
작가 천계영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