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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헤드 1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정말 이런 식으로 올까? 끔찍하고 지독한 만화 <드레곤 헤드>를 보다보면, 지구의 종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화 속의 상황은 너무나 참혹하고 삭막하지만, 실제 인류가 이러한 위기에 닥치게 된다면 현실에서도 만화 속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테니...
이 만화의 초반부는 <파리대왕>을 연상시킨다. <파리대왕>의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처럼, 만화 속 주인공들은 무인도처럼 변해버린 세상 속에 외로이 남게 된다. 엄청난 공포와 절망 속에서 어린 주인공들은 잠재되어 있던 공격성과 잔인성을 무섭게 드러내고 마는데... 혹자들은 만화 속 상황이 비현실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나,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같은 상황 속에서 자신도 이들처럼 변하지 않으리라고!
어딘지 모르게 미숙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자신있게 드러내는 그림체 역시 이 작품이 자아내는 공포 분위기에 일조한다. 내 경우에는 이 만화를 처음 읽은 날 밤,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다. 얼굴에 잔뜩 분장을 한채 터널 속에 앉아 있던 소년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적나라한 접근과 어느 한순간도 긴장을 늧출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 독창적인 화면 연출 등... 이 작품은 참으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인류 멸망의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이다.
(단, 아무리 용감한 분이시더라도 임산부는 이 만화를 멀리 하시라. 같은 주부로서 권하는데, 태교에 좋을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