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스터리가 처음인 '신참자'에게 추천하는 책

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누군가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해요? 혹은 많이 읽나요? 물어보면 당당히 미스터리, 특히 일본 미스터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지금의 내 독서 취향을 만든 작가가 바로 이 책, 신참자의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읽은 그의 소설에 푹 빠져 도서관에 있는 그의 책들을 몽땅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더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좀 더 내 취향에 맞는 작가들을 찾아내고, 스스로 세운 재미의 기준이 높아지다 보니 그의 많은 작품 중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책들이 많아지면서 굳이 호불호를 따지자면 불호에 가까운 쪽이 된 그의 소설들이었는데 <신참자>는 단번에 다시 그의 작품에 다시 기대를 가지게 해줬다.

이 소설의 큰 이야기는 평범하다. 니혼바시 서로 새로 온 신참, 가가 교이치로는 고덴마초의 빌라에서 일어난 중년 여성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리고 해결.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만난 목격자들과 피해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거짓말을 파헤치는 평범한 수사. 하지만 너무나 평범해 조금은 실망스러운 동기와 범인과 상관없이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모든 걸 품어주는 듯한 가가의 마음씨 때문인 것 같다.

가가는 능력이 있는 형사이다. '네리마 서의 가가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두뇌와 사냥개 같은 눈을 지닌 남자다'라는 평이 있을 만큼 사건 해결에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살인 사건에서 그와 파트너를 맺게 된 본청의 우에스기는 티셔츠 위에 반소매 셔츠를 걸친 단정하지 못한 가가의 복장과 형사 같지 않은 표정에 실망한다. 그게 이 책에 등장하는 가가의 가장 큰 무기인데도. 가가는 특유의 쾌활함과 편안함으로 마을의 주민들에게 다가간다. 자신을 이 동네의 신참자라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게 당연하다 말하는 가가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실제로 제일 처음 등장하는 '센베이 가게 딸' 나호도 자기의 집에 들른 보험회사 직원을 의심하고 자신의 가게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있는 가가를 의심하고 싫어하지만 이야기 마지막엔 친한 사람을 대하듯 무람없이 군다. 가가는 신참이라는 자신의 위치와 편한 인상을 이용해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캐내지만, 그 비밀을 전부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경찰 동료들은 물론 심지어는 그 비밀과 관련된 사람 중에서도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좋아할만 하지... 않나?

주인공은 다르지만 연속된 9개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부분들도 너무 좋고, 개개의 이야기 안에서 가가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도 좋았다. 피해자나 가해자, 혹은 수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주로 다루는 책들과 달리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등장인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열심같아 보이지만 그런 과정들이 모여져서 결국에 사건이 짠! 하고 해결 됐다는 것도 좋고. 물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사건 자체는 동기도, 과정도, 범인도 마음은 아팠지만 조금 아쉬웠다. 가가의 활약만큼이나 뭔가 대단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나봐.

그래도 니혼바시 여러 가게들의 숨겨진 비밀들과 그 비밀들을 누군가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누군가는 시원하게 긁어주며, 누군가는 숨통을 트여주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재미가 있다!

이런 책으로 일본 미스터리를 시작한다면 굉장히 가볍고, 즐거운 시작일 것 같아: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