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처럼

미생 4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정수 ㅣ 미생 4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바둑 밖에 모르던 장그래의 회사생활기 웹툰 <미생>의 4권이 나왔다. 처음에는 바둑 만화인 줄 알고 보지않았다가 타임라인을 정복하는 트윗에 한 번 봤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읽었던 웹툰.

4권에서는 영업 3팀의 새 사업 아이템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인맥으로 들어간 인턴자리를 무사히 마치고 계약직이지만 당당히 입사해서 월급까지 한 번 받은 장그래는 꽤 일을 잘하는 신입사원처럼 보인다. 그래서 오과장의 "이젠 팀원이 되어줘야지?" 하는 대사가 팍 머리를 때렸다. 장그래도 오과장의 얘기로 많은 것을 느꼈지만 막연히 와, 장그래 일 잘한다! 생각했던 나도 장그래처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그래가 늘 직장 상사들에게 좋은 얘기를 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상사들과 동기들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기는 하다. 60수에도 등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들, 동기들, 부하직원들때문에 힘들어한다. 나도 솔직히 많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몇 번 만났고, 직장이란 공간에서 자기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장그래는 정말 복받은 거야! 싶어서 부러워졌다. 무엇보다 제일 부러운 건 계약직으로라도 일하고 있는 거지만^_T

하지만 그런 장그래에게 박과장의 등장으로 인한 파장은 정말 컸다. 박과장과 요르단 현지 업체에 관한 사건은 영업 3팀의 작은 의심에서 시작된 일치고는 결과가 크다. 그야말로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ㅇ<-< 이건 좋은 말이지만 그 정도로 펑! 터진 거라고. 그래서 4권에서 나오진 않지만 5권 영업 3팀의 새 아이템 사건이 진짜 속이 뻥! 뚫렸지만.

미생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나도 장그래같은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 이다. 좋은 직장상사들과 동료들을 만나 정말로 회사 업무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도 배워가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장그래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못에 대한 것을 지적받으면 부끄럽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물론 나와 나의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사람.

웹툰으로 읽을 때는 스크롤을 따라 죽 지나갔던 느낌이나 감정들이 책으로 보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쌓이는 것 같다. 이건 단순히 내가 책을 좋아해서 일지도 모르지만... 특히 미생은 더 그런 것 같다. 특히 웹툰에서는 읽지 않고 넘어가기 쉬운 바둑 수 풀이도 책으로 보니 꼼꼼히 읽게 되고, 이번 회의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읽고 나서 다시 풀이를 읽으면서 또 생각해 보게 되고. 웹툰을 읽을 땐 중간에 멈춰놓고 멍, 생각하기 어려운데 책을 읽을 땐 잠깐 책을 내려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언젠가 어느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겠지만 나는 장그래처럼 파란만장한 일들이 가득하지도 않을 거고, 장그래처럼 좋은 직장 상사들을 만날 수 없을 수도 있고, 서로 시기하고 밟고 넘어서려고 하는 동료들 사이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장그래처럼, 그래처럼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 조금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나저나 장그래의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