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십팔사략 2 (올컬러 완전판) - 춘추시대(春秋時代)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2권은 춘추전국시대의 전반부인 춘추시대를 다룬다. 주나라가 동쪽으로 수도를 옮긴 이후부터 진나라의 통일까지의 시기를 춘추시대라고 하는데 제후들의 힘이 커져 서로 힘자랑을 하는 얘기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져 있다.


워낙 나라들이 많아서 이야기도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문장으로 읽었다면 이마를 싸매고 한 줄 한 줄 따라갔어야 할 얘기들이 네모난 컷 안에서 그야말로 쏙쏙 들어온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을 아, 교과서가 이렇게 만화로 돼있더라면 읽는 게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ㅋㅋ.


제일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관포지교와 죄수 부대의 이야기인데, 관포지교는 그저 막연히 두 사람의 막역한 우정을 나타내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대인배 포숙아와 그런 믿는 관중의 우정이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 친구사이면 저럴까 싶어 조금 부러워졌다. 그리고 관포지교란 말을 쓸 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서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물론 누가 패자가 되든 서로 돕자고 한 결심은 자신이 가르치는 왕자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무너지고 말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의 우정이 참 대단하다. 포숙아는 소백을 죽이려고 했던 관중을 제상으로 만들고 말이야. 이런 우정이 어디 흔하겠어?

죄수 부대의 이야기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전쟁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오나라에게 밀릴 것 같은 상황에서 월나라의 전략가 범려가 내놓은 작전으로 사형수의 신분으로 군대에 끌려온 죄수들에게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기로 하고 오나라 군사 앞에서 집단으로 자살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오나라 군사들이 그 괴상한 광경에 정신이 팔렸을 때 오나라 군사들을 포위해서 얍!

물론 사형수들이었기에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들지만 이런 전략이 나올 수 있다니 머리가 좋은 건가 잔인한 건가 모르겠어.


그리고 나라가 많아서 그런지 바보같은 왕 때문에 왕족들 나아가서는 나라까지 무너지는 것들을 보니 역시 머리가 잘 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주변 사람이 잘 해도 머리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란 생각에 한숨이 절로. 그리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생각났던 융족의 미녀 여희. 자신의 나라를 짓밟은 진나라를 망하게 하기 위해 진 헌공을 부추겨서 아들들을 죽게 만들었지만 결국엔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죽어버린다. 하지만 진 나라에는 망조가 든 것처럼 보이고 여희는 자살을 한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서인지 아이가 죽어서인지 이유는 확실치 않다. 그저 복수에 일생을 바친 여자의 얘기가 오싹하기도 하면서 그냥 거기에 휘말린 신생과 해제가 안타까울 뿐.


춘추시대 초 백여 개에 이러든 제후국들은 말기에 이르면 십여 개국만 남고 만다. 맹자는 "춘추에 의리는 없었다."라는 말로 춘추시대를 정의했다는데 약육강식, 먹고 먹히는 결과를 생각하면 딱인 것 같은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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