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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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통. 이 단어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제목의 책이지만 '정지통'이란 단어가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혔다. 아마 지금 내가 앓고 있는 것이 정지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오도가도 못하고 그저 멀뚱하니 서 있는 기분, 남들은 전부 걷거나 혹은 뛰고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서있는 기분. 한참 달리던 와중에 멈춘 사람도 힘들겠지만 시작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도 힘들 때가 있다. 특히 어떤 길을 가야할 지 모를 때라면.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무언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면 조금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첫걸음을 디딜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인생의 산소는 크고 작은 도전에서 나온다. 도전하면 스스로 삶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다. 삶의 산소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호흡을 할 수 있다. 자기 걸음으로 갈 수 있고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애써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p. 7)


나는 도전을 많이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도전을 하기 전에 우선 내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꼭 실패할 때를 생각해서 도전을 포기하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도전은 점점 멀리하게 되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주저앉게 되는 상황에서 저 문장들이 마음에 콕 와서 박혔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고, 숨을 쉴 수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도전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프롤로그 세 페이지를 읽었지만 이 책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잔뜩 후회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왜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지 못했을까, 왜 이 책에서 권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았는가 하고. 하지만 이 책은 "어제까지는 잘못 살았더라도 오늘부터는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일은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진다." (p.31) 란 문장을 통해 그래 오늘부터, 지금 당장부터 제대로 살자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지금부터라도 이 책을 읽고 느낀 그대로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아보자 하는 희망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본 문장 중에 '당신이 내일부터 해야지하고 결심했던 그 내일이 바로 오늘입니다'라는 뉘앙스의 영어 문장을 봤는데(해석이 맞는 건진 모르겠다OTL. 정확히 무슨 문장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제는 더 이상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오늘은 이미 많이 지났으니 내일부터 하자 하지말고 지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가는 900킬로미터의 순례길을 단순히 그냥 걸으며 이 곳의 음식은 어떻고, 기후는 어떻고, 풍경은 어떻고 하는 책이었어도 재미는 있었을 거다. 그리고 저런 길을 걷다니 부럽다고 생각만 하고 책을 덮었을 테지. 하지만 이 책은 물론 순례길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그 길을 걸으면 지나간 동네, 만난 사람들을 통해 좋은 것들을 배우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그렇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불어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사소한 것에서 알게된 사소하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와 닿는 글로 적은 책. 이 책은 곁에 두고두고 힘들 때마다 읽고 싶어진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내가 좋아해서 밑줄 그은 문장들로 가득 차 있고, 읽으면서 힘이 나고 가슴이 따듯해진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 오래 덜 힘들게 걸을 수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인생에서도 시기, 질투, 미움, 후회같은 것은 버리고 꿈, 도전, 화해, 모험같은 것을 챙겨서 걸어가야한다는 것을 보여준 이 책,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없다. 끝까지 하면 모두 이기는 거다. (p. 289)"라는 내가 밑줄 그은 마지막 문장처럼, 끝까지 걷는 걸 목표로 작은 것부터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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