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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ㅣ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작가 멕 캐봇이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죽음을 경험한 소녀, 피어스이다. 그녀의 아빠는 석유와 가스, 군수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회사의 CEO이고, 엄마는 유명한 조류학자이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백설공주를 닮은 피어스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게 된다. 피어스가 경험한 사후세계 장면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존과 문지기(라고 해야하나)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아이패드 같은 걸! 그러면 존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아무리 현대화 되어있어도 그건 좀 그런가. 그래요, 하데스라면 역시 말이지!
(아마) 천국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던 피어스는 존을 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건다. 어렸을 적에 죽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죽은 새를 살려준 남자가 바로 존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존은 처음에는 피어스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곧 알아보고 피어스에게 첫 눈에 반한(것 같)다. 그러니까 그곳에 있기 싫다는 피어스를 데리고 순간이동을 하겠지. 그리고 존의 의상 취향은 일관된 것이라는 게 책 중간중간 보여서 솔직히 웃긴 장면이 아닌데 웃게 되었다. 존은 대체 언제적 사람일까. 그렇게 오래된 시대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책 전체를 통틀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소품이 등장한다. 존이 피어스의 목에 걸어준 다이아몬드 목걸이. 악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해주는, 악을 감지하는 색이 있는 다이아몬드. 피어스는 존의 얼굴에 뜨거운 찻잔을 집어던지고 지하세계에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걸이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목걸이를 풀지 않는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존이 그 목걸이를 버리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스미스씨의 도움으로 다시 찾은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어느 정도 존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피어스가 다시 살아난 이후에 겪은 일들 때문에 부모님은 이혼하고, 피어스는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섬인 우에소스 섬으로 오게 된다. 존을 다시 만나고, 스미스씨에게 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섬의 전통에 대해 알게 되는 얘기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인데 시리즈물의 처음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빠르게 진행되던 사건은 이것 저것 이야기만 잔뜩 벌려놓은 채 끝나버린다. 피어스는 분노의 신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고, 존은 그런 피어스를 지하세계에서 보호해주려고 하지만 피어스는 도망칠 방법을 찾는 그 상태 그대로. 시리즈물이란 걸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멍 때릴 정도로 아무 것도 마무리가 안되어 끝난 상태. 이건 작가의 '궁금하지? 그러니까 다음 권도 읽으라고!' 전술인가 싶다. 대체 2편에서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3편에서는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궁금해. 그래도 피어스가 존의 마음도 확인했으니, 그냥 둘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존이 살아돌아오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하려나...^_T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피어스가 분노의 신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이었다. 존이 피어스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했던 대사 "때로는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사악한 존재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우린 의심조차 할 수 없지. 알고 났을 땐 이미 너무 늦어 버리기 일쑤야." 가 생각나면서 조금 오싹했다.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준비되어왔는지, 분노의 신들에 집착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왜 그들이 존 헤이든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궁금해졌다. 2편에서는 이유가 나올까? 어찌됐든 2편은 좀 속 시원하게 뭐든지 밝혀지고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