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들은 웃기다.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의 형식을 따르지만 오히려 유머가 더 주가 되는 내용처럼 보일 때도 있는 건 왜일까.


이번 소설인 <이제 유괴따위 안해>는 전작들보다 배는 더 재밌다. 선배에게 속다시피해 타코야키 노점을 맡은 쇼타로와 아픈 동생을 만나러 가기 위해 아버지가 붙여준 보디가드를 따돌리던 에리카와의 만남 장면부터 가짜 유괴를 결심해서 선배인 고모토에게 상담을 하는 장면, 그리고 야쿠자인 하나조노파들의 등장까지. 너무 웃기려고 하다보니 미스터리라는 걸 깜박깜박 잊게 만들 정도지만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실컷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소설같다.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뭔가 주인공을 따라서 같이 추리를 하거나 트릭을 파악하느라 머리가 아플 때도 있는데 이 소설은 웃으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은 분위기. 머리가 아플 일은 없어서 좋지않나! 재밌자고 보는 소설이니까:D


근데 그렇게 웃으면서 보다가 미스터리의 요소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배는 더 집중하게 된다. 가짜 유괴단이 몸값을 받기 위해 이용하는 트릭이라던가, 끝났나 싶으면 새롭게 등장하는 사건이라던가. 에리카가 쇼타로의 가짜 유괴 사건에 반색을 할 때 쯤, 뜬금없이 언니인 사쓰키와 흑백 콤비의 위조 지폐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이것도 복선이라면 복선. 하나도 그냥 넘기면 안되겠구나 싶었었다. 그래도 제목이 유괴인만큼 유괴사건이 주가 되는데 절반이 넘을 때까지도 몸값이 전달이 안돼서 어, 이거 어떻게 끝나려나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해결이 빨리빨리 시원하게 돼서 좋았다. 아무리 얽히고 섥힌 얘기라도 시원하게 풀어내는 게 또 히가시가와 도쿠야 소설의 매력인 듯.


거기다 풋풋한 로맨스까지. 솔직히 전반적으로 일방적인 쇼타로의 짝사랑이고, 마지막을 봐도 아 잘 될 수 있을까 싶은 커플이긴 하지만 로맨스는 로맨스. 에리카가 쇼타로를 사랑으로 품어주길 기대해 봐야지. 개인적으로 사쓰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터라 사쓰키의 로맨스 부분이 아쉬웠다. 거기다가 왜 멋지게 묘사된 등장인물들은 꼭 그렇게 가야하는 건지^_T 그래야 덜 미워져서 그런가 싶었던 이번 소설.


뒷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왠지 쇼타로와 에리카, 고모토, 사쓰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내는 걸 보면 멘붕이 올 것 같아... 여기까지가 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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