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안희정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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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소설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그림에 관한 책을 아예 안 읽어본 건 아니었는데 일단 이 책은 판본이 커서 좋았다. 다양한 작품들이 정말 시원스러운 크기로 등장한다. 그림에 디테일을 보려고 눈 앞으로 책을 바짝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좋던지.

작가는 머리말에서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봤을 렘브란트의 '야경'을 통해 이 책이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해줄 것인지를 설명해준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에 숨겨진 얘기들.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만이 아니라, 작가의 덧칠, 숨겨졌던 스케치들, 수정했던 흔적들을 통해 알게된 얘기들이 이 책에 잔뜩 들어있다.

8개의 챕터는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작품들에 밝혀진 비밀들을 주제에 맞게 풀어낸다. 물감 아래에 남아있는 흔적들, 덧칠을 긁어내고 나온 원래의 모습,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 그림 속 착시가 보여주는 이야기 등.

매 챕터 들어가면서는 해당 챕터의 주제에 관해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도 아 이래서 이 작품이 이 챕터에 있구나 알 수 있었고, 큰 그림에 그냥 설명만 있는 게 아니라 주목할 부분을 따로 보여주면서 설명이 있어서 어떤 설명에 대해 찾으려고 책과 눈씨름을 안해도 되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챕터는 <검열>이었는데, 특히 "발언의 자유에 관한 견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미국 국기를 전시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What is the Proper Way to Display a US Flag?'란 작품에 대한 내용이 재밌었다. 1989년 전시된 이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벽에 설치된 선반에 놓인 방명록에 적게 했지만 그 방명록에 대답을 쓰려면 바닥에 깔린 국기를 밟고 가는 수 밖에 없었고, 그 행위는 일리노이주법을 어기는 거였다. 이 작품 전시 동안 많은 시위가 있었고, 학교와 작가인 드레드 스콧은 협박까지 받았다. 하지만 작품은 계속 전시됐고, 전시가 끝날 무렵엔 200쪽짜리 방명록 두 권에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방명록에 적힌 글들은 아주 조금 등장하는데 그 조금의 내용만으로도 이 전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줬을 거라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라면 저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사람들이 방명록을 작성하는 걸 봤을 때, 시위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됐고.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작품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작품들에 몰랐던 이야기들을 알게되는 쪽이 좀 더 재밌었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너무 많은 작품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봐서! 이제는 이 작품들이 아는 작품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책은 읽으면서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오랜만에 소설이 아닌 책을 읽었는데 맘에 드는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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