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우체부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권종상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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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도서를 찾으러 도서관에 들렸다가, 눈에 띄어 함께 대여해 온 녀석이에요. 얼핏 엽서로 보았던 책이기도 하지만, 표지에 이끌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잠시 떠나는 여행길에 함께 했어요. 느릿하지만 여유있는 짧지않는 기차안의 5시간 반동안, 이 책은 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시애틀 우체부>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에세이 랍니다. 저자는 시애틀로 이민을 간 후 , 꽤 많은 고생과 힘겨운 생활 끝에 우연히 우체부의 길로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일에서 성취감과, 풍족함을 느낍니다. 이 이야기는 오롯이 우체부인 저자 권종상님의 소소한 일상들을 고스란히 끄적여 놓았어요. 시애틀에서의 우체부의 삶과, 시애틀 안의 작은 정보를 알려주기도 해서 나름 읽는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냥 건조하게 적어내려간 이야기가 아닌, 이 책은 꽤나 감성적이라선,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은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운 표현이 마음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너무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들, 그리고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그런 타인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식상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삶의 진정한 성공'은 부의 축적도 명예 성취도 아니라고.. 시애틀의 행복한 우체부에게 성공은 이웃들과 얼마나 '섞이고 녹아드는가' 라고 말입니다. 8백 가구가 넘는 집을 매일 다니며 이웃과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가까워 지고, 거기서 정을 배달하고 더 큰 사랑과 행복을 얻는 사람이라고요. 그는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이웃들의 소소하고 따뜻한 정에서 행복을 느낀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현실에서 나는 얼마나 심장이 메말라 있었는지 새삼 또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문득문득 , 친구들과 편지로 정을 나누던 그때의 편린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한창 편지 쓰는걸 좋아했던 어렸던 저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점점 건조해지고 현실에서의 지겨운 밥벌이로 인해 , 그동안 까마득히 잊혀져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요.

 

치열하게 경쟁하며 오롯이 부와 명예만을 쫓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우리 스스로는 행복을 느끼는 건지요? 저자는 비록 몸이 고되고, 힘들지만, 자신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며, 걱정해주는 이웃들로 인해 지금의 직업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승진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뚜벅이처럼 오랫동안 걸으며 골목골목, 이웃들에게 우편물을 배달해 주고 있지요. 그리고 그는 미소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이라며 행복해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그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이렇게 그의 존재 자체를 누군가는 늘 ,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이지요. 지금 우리의 차갑게 식어버린 심장과 모든 집중은 단지 자신뿐인데 말입니다. 권종상님의 이야기는, 타지인 시애틀의 소소한 이웃간의 이야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꽤나 한국의 정서가 물씬 풍기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간절하고 , 간절하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목마름에 충동이 일어납니다. 그동안 케케묵은 편지지를 꺼내, 보고 싶은 지인들, 친구들에게 짧게나마 내 마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졌어요. 내 삶과, 내 인생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 해 버린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반성과 후회로 얼룩져 버립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무심히도 소원했던 내 소중한 벗들에게 , 잠시라도 마음을 열어야 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반짝 깨우쳤고요. 

 

그냥 조근조근 소소하게 읽을수 있는 휴먼 에세이 이니깐, 성공기나 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에세이는 성공기를 담은 그런 에세이가 아니에요. 권종상님이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란 의미는 절대 그런 명예나 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적 에세이를 읽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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